타니타의 존재 이유

타니타가 측정하는 건 몸무게가 아니다.

기업은 왜 존재할까? 기업의 전제 조건은 이윤 창출이다. 하지만 이윤 창출이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하면 곤란해진다. 이윤의 이면에는 그것을 추구하는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기대, 사회적 기대를 모색하기에 앞서 자신의 업(業)에 대한 깊은 성찰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정의 내린 업에 근거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에 가장 근접한 사례가 일본의 타니타다.

타니타는 체중계를 만드는 회사다. 몸속의 지방을 측정하는 체지방계를 세계 최초로 만든 기업이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체지방’이란 단어를 처음 만든 것도 타니타였다는 것이다. 그냥 ‘지방’이라고 해도 될 텐데 왜 ‘체지방’이란 단어를 만들었을까? 일본어로 지방은 ‘시보(しぼう)’인데 이것은 죽음을 뜻하는 사망과 발음이 같다. 자칫 ‘사망 측정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타니타는 ‘지방’이란 단어 앞에 ‘몸 체(體)’ 자를 붙이기로 했다. 이게 우리가 흔히 쓰는 ‘체지방’의 어원이 된 셈이다.

타니타는 1922년에 창업하여 OEM 방식으로 다양한 기계류를 제조했고, 1959년부터는 일본에서 최초로 가정용 체중계를 만들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정밀기계 제조업체 같지만 이 회사는 자신의 업을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타니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건강에서 찾았다. 현재는 오너 3대째가 경영하고 있는데 2대 사장인 다니타 다이스게는 세계 최고의 체중계를 만들고자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체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상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체중과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즉 비만 문제가 체중이 아닌 지방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것이 그대로 세계 최초로 체지방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이후 타니타는 ‘체중을 측정한다’는 개념을 ‘건강을 측정한다’는 개념으로 확장시켰다. 이것이 타니타의 이윤 창출의 목적이다. 타니타의 업은 단순히 정밀기계 제조업이 아니라 헬스 케어로 진화하고 있었다.

타니타는 1990년대 말부터 체중이 아닌 건강을 측정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자 했다. 건강을 추구하는 기업답게 직원들도 건강해야 했다. 결국 건강식을 제공하는 구내식당도 오픈했다. 그러다 보니 저염식과 소식은 당연했다. 문제는 직원들의 불만족이었다. 행복해야 할 점심시간에 닭가슴살 샐러드와 현미 주먹밥을 먹어야 하니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직원들이 구내식당을 외면하기 시작했을 때 사장은 매일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먹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식단을 개선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영양사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회사가 추구하는 건강을 위해 저염식과 소식은 포기할 수 없었다. 다만 직원들이 원하는 맛있고 배부른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고민 끝에 색감, 맛, 계절감을 추구하기로 했다. 또한 식사를 통해 얻는 효과를 생생히 전달했다. 어떤 날은 당뇨병 예방, 어떤 날은 변비 해소, 어떤 날은 칼슘 보충 등 건강한 식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혜택을 가시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배불뚝이 총무팀 직원이 구내식당을 1년 동안 이용하더니 21kg 감량에 성공했다. 어떤 직원은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를 체험했다. 또 어떤 직원은 피부가 좋아졌다. 맛과 영양을 한꺼번에 잡은 타니타의 구내식당은 2009년 NHK 방송에 소개되기까지 했다. 그러자 일본 전역에서 레시피를 공개하라는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내식당의 메뉴를 집대성한 책자도 출판했다. 이번에는 출판업계에서 난리가 났다. 한 해 500만 부 이상 팔리며 2010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를 누르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일본 시민들은 타니타의 구내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달라며 항의하기까지 했다. 결국 2012년 1월, 점심 식사만 판매하는 ‘타니타 식당’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또 난리가 났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더니 점심을 먹기 위해 아침 8시부터 줄을 서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타니타 식당은 신드롬이 되었다.

2016년 1월에는 타니타 식당의 본격적인 확대를 알렸다. 2019년 말까지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에 이르는 일본 47개 현마다 1개 이상 식당을 오픈하기로 했다. 타니타가 검수한 도시락 상품도 판매하고,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를 집으로 배달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타니타가 단순한 정밀기계 제조업체였다면 이러한 변화는 불가능했다. 그것은 타니타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했기에 가능했다.

‘우리 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체중계를 만드는 회사다. 사람들은 왜 체중을 재는가? 건강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건강의 적은 무엇인가? 비만이다. 비만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체지방을 잡아야 한다. 체지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운동 못지않게 식생활을 관리해야 한다.’

타니타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이윤 창출 이면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존재 이유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한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용어가 유행처럼 퍼졌다. 그 취지에 따라 기업들이 다양한 기부와 봉사 활동을 했지만 그러한 CSR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보다 진화한 개념으로 ‘공유 가치 창출(CSV)’도 생겨났다. CSR이 기업이 일방적으로 사회 문제에 도움을 주는 행위라면 CSV는 공유 가치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것이 이윤 창출로 이어져 기업이 성장하는 쌍방향 경영 전략을 의미한다. 타니타의 경우 역시 CSV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타니타는 ‘체중을 측정한다’는 단순한 체중계 제조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을 측정한다’는 공유 가치를 창출했다. 그리고 건강한 식단을 개발하여 소비자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회사도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졌다.

이제 기업은 존재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윤 창출의 목적이 존재 이유와 일치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할까? 단기적 이윤 창출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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