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이드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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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 가이드북-언어생활 편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
F. L. 루카스 | 메멘토

“과학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이 책을 쓴 언어학자 F.L 루카스는 책 말미에 이렇게 예언했다. 정말 그렇게 됐다. 기술 발전은 무한한 문자의 세계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쉽게 글을 쓰고 배포한다. 모든 카카오톡 메시지와 인스타그램 댓글과 페이스북 게시물은 하나의 글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좋은 문체의 비결이 더 와닿는다. 그가 말하는 좋은 문체의 시작은 인격이다. 명료성과 간결성과 세련성이 독자에 대한 예의다. 낙천적이고 유쾌하다면 더 멋진 글을 만들 수 있다. 21세기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 떠도는 불편한 글은 정확히 이와 반대다. 장황하고 촌스러우며 우울한 게시물을 읽어서 기분이 잡친 사람이라면 루카스의 선언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다. 20세기 영국 학자가 영문 에세이의 문체를 말하는 이 책을 지금의 네티즌들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이유다.

 

도시 생활 가이드북-세속 편

미스터 포터
미스터 포터 편집부 | 그책

이른바 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왠지 정답이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 쓰여 있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부츠 끈을 어떻게 묶을지, 신나지만 경박하지 않은 노래는 무엇인지, 출장 짐을 쌀 때 면도기를 가져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덜 유명하지만 두 번 읽어도 가치 있는 책은 어디 있는지. 전에는 그런 세속 생활 상식이 <에스콰이어> 같은 잡지에 나왔다. 지금은 그런 상식이 인터넷에 퍼진 후 단행본으로 출판된다. <미스터 포터>처럼. 영국 <에스콰이어>를 이끌던 제러미 랭미드는 인터넷 쇼핑몰 ‘미스터 포터’의 콘텐츠 총괄이 되어 고전적인 남성지 콘텐츠를 웹에 올린 후 세 권의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아까 언급한 생활 상식은 이 책 안에 다 나와 있다. 세 권에 5만4000원이니까 고기 먹고 소주 마시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배에 붙을 셀룰라이트 값으로 10년짜리 세속 교양서를 살 수 있다. 

 

도시 생활 가이드북-정신 편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 필로소퍼

<미스터 포터>는 좋은 책이지만 읽다 보면 허무해지기도 한다. 우아한 삶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좋은 음악을 알고 질 좋은 정장을 입고 빈티지 포르쉐를 가져야 우아한 삶이라는 세계의 문이 열리는 걸까?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담담하고 단호하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몰락한 귀족의 자손이기도 한 쇤부르크는 여러 가지 사례와 통찰을 보여주며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소비와 승리를 권하는 도시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벌고 경쟁에서 이겼을 때 갖는 건 재산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그런데 자신감은 눈에 보이는 걸 따냈을 때가 아니라 내면을 완성했을 때 나온다.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내면을 완성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보면 당신도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세 권의 책을 모두 읽는다면 나름대로 균형이 맞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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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정 우영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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