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에르메스를 위한 안내서

지난 4월 19일 상하이에서 또 하나의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가 탄생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우주 전쟁을 하고 있었다. 갤러그였다. 초당 열 발씩 레이저를 쏴대면서 몰려오는 우주 잠자리 떼를 싹쓸이하다가 문득 옆을 돌아봤다. 에르메스 남성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이 흐뭇하게 파티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보너스 게임은 포기하고 니샤니앙에게 다가갔다. 니샤니앙에게 어떤 식으로든 오늘 밤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 파티의 호스트에게는 손님들의 즐거운 표정이 가장 반가운 인사인 법이다. 니샤니앙이 물었다. “홍콩 때와는 또 다르지 않아요?”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행사를 경험한 건 홍콩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상하이 행사는 홍콩과는 또 달랐다.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홍콩은 ‘맨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주제 아래 자유분방한 아이디어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오토바이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스니커스로 만든 RC카로 경주를 벌였다. 세상을 거꾸로 보는 역발상으로 가득했다.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상하이의 주제는 ‘패스트 포워드맨’이었다. 홍콩 행사가 아기자기했다면 상하이 행사는 대륙적인 스케일을 자랑했다. 가장 패스트하고 포워드한 소재를 잡았다. 우주선이었다. 행사장은 상하이 황푸 지구의 CSSC 파빌리온이었다. 2010년 상하이 월드 엑스포가 열렸던 거대한 조선소다.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는 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스페이스 유니버스로 탈바꿈시켰다.

입구부터 런웨이까지는 빛의 터널이 이어져 있었다. 웜홀을 통과해 다른 우주 공간으로 이동하는 기분을 자아냈다. 니샤니앙은 이번에도 일반인 모델을 무대에 세웠다. 중국에서 유명한 앵커와 댄서, 조각가, 건축가, 배드민턴 선수였다. 남성 유니버스 홍콩에서는 일반인 모델들이 더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 소리도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남성 유니버스 상하이에서는 우주인처럼 패스트 포워드하게 런웨이를 유영하는 듯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콘텐츠라도 이렇게 공간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에르메스가 서로 다른 테마로 서로 다른 도시에서 남성 유니버스 행사를 여는 이유다.

우주 파티장은 모두 7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었다. 파티장 벽면의 주제는 ‘이륙’이었다.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우주 비행사의 필수품이 진열돼 있었다. 페가수스 문양의 에르메스 스카프와 에르메스 가방 같은 우주 생필품이었다. 실험실에서는 에르메스 가죽에 대한 우주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파티장 한가운데에서는 안무가 두 명이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고 있었다. 우주 오뚝이 같은 동작을 아주 천천히 무한 반복했다. 포토존에서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상하이에서 무엇보다 가장 패스트 포워드했던 경험은 시간 여행 공간을 지나쳐 우주 정비소에 당도하기까지의 여정이었다. 시간 여행 공간에는 8벌의 에르메스 재킷이 전시돼 있었다. 이미 낯익은 에르메스 재킷인데 새삼 <스타워즈>의 주인공 한 솔로의 의상이 떠올랐다. 일평생 자유분방하게 우주를 방랑했던 영화 속 주인공의 느낌과 에르메스가 창조해가는 남성 유니버스는 분명 어딘가 이어져 있었다. <스타워즈>가 미래의 역사이듯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상하이는 에르메스의 과거로부터 온 미래의 남자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주 정비소는 우주선이 수리되는 동안 우주인들이 놀고 먹고 마시는 딱 그런 공간이었다. 갤러그 옆에는 우주 탁구대가 있었다. 둥그런 원통형 탁구대 위에서 핑퐁을 쳤다. 잠시 에르메스 중국 스태프와 핑퐁 외교를 해봤다. 탁구공이 우주적으로 휘었다. 우주 정비소에서 정말 한참을 머물렀다. 그렇게 빈둥거리다가 니샤니앙과 마주친 것이었다. 니샤니앙에게 말했다. “우주를 유영하듯 파티장 이곳저곳을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니샤니앙이 웃었다.

지난 4월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상하이는 중국이라는 나라와 상하이라는 도시의 특색이 도드라진 행사였다. 홍콩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에르메스는 그렇게 나라와 도시를 순회하며 에르메스라는 브랜드와 도시라는 공간을 동시에 재창조해간다. 에르메스와 도시의 협업이다.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는 2019년에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갤러그를 통해 우주를 아홉 번 구한 뒤 평화로워진 은하수를 여행하며 상상했다. 그렇다면 에르메스를 통해 서울은 어떻게 새롭게 재해석될 것인가. 에르메스는 서울에서 어떻게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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