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우연은 있다가도, 없다가도.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플로리안 아이그너ㅣ동양북스

삶은 거대한 행운 게임이다.

저자는 세상은 우연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나쁜 일이 있어도 그것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우연이 우리 편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한다. 뭐가 됐든 ‘괜찮다’고만 하는 요즘 시류의 책 중 하나인가 싶은데, 저자가 양자물리학자다. 누구보다 이론적이고 실증적이어야 할 것 같은 과학자 말이다. 공식이 없는 우연과 공식이 필수인 과학자 사이의 기묘한 관계는 물리라는 학문의 특수성이 설명해준다. 물리학적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초신성이 충분한 양의 원소를 우주에 남겼고, 그것이 적당한 크기의 별로 탄생했고, 그 별이 다른 행성과 정확한 거리를 두고 궤도를 계속 도는 덕분이라고. 이것은 엄청난 우연이 축적된 결과라고. 우주에는 아직 우리가 풀지 못한 우연이 많다. 그리고 사람은 우연한 일, 즉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면 원인을 찾고 싶어 한다. 그것이 인간의 강점이자 그러한 끈질긴 ‘원인 찾기’가 있었기에 과학과 기술이 발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자 입에서 왜 “우연은 있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겠다. 우연은 있다. 그러니 우리는 답을 찾아야 한다. 이 우연은 왜, 어떻게 일어난 걸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핸드ㅣ더퀘스트

정말 희한한 날은 희한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날이다.

어느 여성이 물었다. “할머니가 임종하실 때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집 창문에 새들이 잔뜩 모여 있었는데 이것은 어떤 영험한 계시가 아닐까요?” 아니다. 이 책은 단호히 말한다. 세상에 기적은 없다. 우연이란 없다. 수학자인 저자는 직업 정신을 발휘해 우연은 ‘확률 게임’일 뿐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우연한 사연마다 그것이 기적이 아닌 이유를 줄줄이 달아놓았다. 가령 위 예에서는 새들은 따뜻한 데 모여드는 경향이 있어서 아마 가족이 임종을 맞던 방이 따뜻했을 거라고 말이다. ‘이과 망해라’ 싶다가도 수긍이 가고 만다. 여러 근거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필연성의 법칙이다.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졌을 때의 당연한 결과인 앞면이나 뒷면이 나오는 상황 외에 동전이 하수구에 빠지거나, 똑바로 서거나, 지나가던 새가 삼키는 일 등 모든 가능한 결과를 적어본다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어날 일이라서 일어난다고, 세상에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존재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수학적 정의가 이상하게도 그 어떤 문학보다 다정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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