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헤엄친다

멈춰 있거나 흐르거나.

등대의 세계사
주강현ㅣ서해문집

세계사에는 젬병이다. 부루마블 게임에서도 수도 외우기가 어려운데 수천 년 역사는 손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같은 마음이라면 이 책으로 세계사에 입문해봐도 좋겠다. 등대를 매개체로 세계 역사를 둘러본다. 그런데 왜 등대일까? <등대의 세계사>가 알려주는 바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나 로마의 오스티아 등 고대 등대가 지중해 문명을 밝혔고, 스페인 갈리시아와 영국 도버의 등대는 모두 로마제국의 유산이다. 즉 인류 문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양 역사에 또다시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 등대인 셈이다. 지은이 주강현은 ‘바다를 헤쳐온 인류 문명사는 액체의 문명사이며 그 문명사적 원형질은 등대’라고 정의했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그림으로만 남은 인류 최초의 등대부터 지금껏 서구 중심으로 흐른 세계 해양 문명사에 반해 일부러 더욱 찾아 넣은 한국, 중국, 일본의 등대까지 지구 곳곳의 등대가 담겨있다. 오랜 시간 제자리를 지키며 역사가 된 존재들이다. 사실 <등대의 세계사>는 각 등대에 얽힌 역사를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는 형식이기에 세계사의 A부터 Z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가지처럼 뻗어나가 탐구하다 보면 분명 세계사의 흐름이 읽힐 것이다. 지구는 둥그니까. 둥근 지구를 향한 인간의 탐구 욕망이 인류의 역사를 쌓았으니까. 덧붙여 이 책을 펼쳤는데도 여전히 세계사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등대 그림과 사진 자료만 살펴보아도 충분하리라. 2000년 넘게 목적과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은 등대의 꼿꼿한 자태에 건축미가 흘러넘친다.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
에릭 샬린ㅣ이케이북

이 책 역시 물을 통해 세계사를 살펴본다. 그 배경에 명확한 이유도 곁들였다. 세계 인구 절반에 가까운 수가 해안 지역에 산다는 것. 또한 해안 지역은 많은 사람이 휴가지로 선호할 만큼 정서적 안식처라는 것이다. 후자의 이유는 다소 감상적이나, 여름휴가지로 ‘바다 아니면 계곡’을 중대하게 고심하는 사람으로서 빠르게 수긍했다. <등대의 세계사>와 달리 이 책은 인간 개인적 활동인 수영에 얽힌 이야기라서 보다 사회문화적 지식을 전한다. 초창기 수영복은 어떤 디자인인지, 최초의 시립 수영장 규칙은 어땠는지 등. 수영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 읽어도 소외감이 들지 않는다. 저자가 현역 수영 코치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구가이자 수영 교육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영에 얽힌 인간의 감정적, 정신적, 문화적 관계의 기원을 살피고 싶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우리의 언어에 남은 수영의 흔적이다. ‘일이 척척 잘되다(thing going swimmingly)’, ‘시류에 따르다(being in the swim of thing)’, ‘망하다(going under)’ 등 적지 않다. 저자는 영어 표현만 예로 들었으나 생각해보면 한국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나 ‘헤엄 잘 치는 놈 물에 빠져 죽고 나무에 잘 오르는 놈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처럼. 결과적으로 저자는 수영에 대해 연구하며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오래전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놀랐다고 밝혔다. 독자 입장에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지구의 70%는 물이구나. 인간은 오랫동안 유영하며 살았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헤엄쳐왔구나.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사진정재욱
출처
37560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