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책

실패를 알아야 거듭 실패하지 않는다.

조직적 실패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노니카 이쿠지로 | 주영사

위기를 맞아 실패한 조직은 어디가 문제였을까? 이 책을 쓴 학자들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태평양전쟁의 일본군이라는 사례를 찾아냈다. 군대는 관료 조직 그 자체이며 패전은 군대가 위기관리에 완전히 실패했음을 뜻한다. 실패한 일본군은 장기적 목표보다 단기적 성과가 중요했다. 객관적 원칙보다 주관적 분위기가 먼저였다. 무엇보다 애초부터 명확한 목적이 없었다. 그 결과 일본군은 정보, 첩보, 수색, 보급, 병참 등 전쟁의 근간이 부족한 채로 각국의 적들과 무작정 싸우기만 했다. 오래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조직 대신 기습을 통해 단기전의 승리를 추구한 조직이었다. 책의 저자들은 이 사례를 끌어모아 20세기 초반의 일본군에게는 ‘자기 혁신 능력’이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낡고 찌든 거대 조직에 속해 있다 싶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특히 공감할 듯하다.


공학적 실패

실패한 디자인은 없다
헨리 페트로스키 | 글램북스

아름다운 글을 쓰는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의 책이다. 그에게 실패는 중요한 데이터다. 실패는 공학에서의 한계치와 안전 수칙의 기준이 된다. 한계점이란 ‘그 이상을 넘어가면 실패하는 지점’이다. 진보하려면 한계를 알아야 하고, 한계를 알려면 실패점까지 시도해야 한다. 그러므로 실패는 문명의 중요한 일부다. 페트로스키의 개인적 취향 때문에 이 책에는 교량 사례가 많이 나온다. 그의 이야기 역시 실패와 성공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같다. 그는 거듭 말한다.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를 이해해야 한다고. 실패하지 않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이 철학은 공학을 넘어 삶과도 맞닿는다. ‘실패를 살펴서 어디를 고치면 다음에는 더 나아질 거야’라는 말이 ‘실패해도 괜찮아’류의 이야기보다 훨씬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이다.


한국적 실패

사라진 실패
신기주 | 인물과사상사

LG전자부터 NHN에 이르는 한국 주요 기업을 실패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 <사라진 실패>는 몇 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우선 ‘한국 기업의 실패’를 주제로 다룬 책 자체가 거의 없다. 현장 취재와 날카로운 통찰이 함께 들어 있는 책은 더 희귀하다. 거기 더해 한국의 기업에 대해 한국 작가가 쓴 책은 거의 모두 한쪽으로 쏠려 있다. 좋아하거나 비난할 뿐이다. 우리가 기업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찾을 때의 도구는 감정과 당위론이 아니라 관찰에 기반한 통찰이다. <사라진 실패>에 그 관찰과 통찰이 있다. 사실 이 책의 작가인 신기주는 <에스콰이어> 편집장과 동명이인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다. 현재 내 페이지를 총괄하는 편집장이 쓴 책을 추천하자니 조금 난처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수가 없었다. 이 분야에서 이 이상의 책은 없다.


역사적 실패

실패의 향연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 들녘

이 책의 원제는 ‘걱정 마, 더 나빠질 거야(Keine Sorge, wird schon schiefgehen)’다. 한국어판을 내며 좀 더 온건한 ‘실패의 향연’으로 제목을 바꾼 것도 이해가 간다. 궁금해지기도 한다. 왜 나빠지는데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할까. 그 답에 대한 질문이 이 책의 내용이다. 기원전 7세기의 오디세우스부터 20세기의 보헤미안과 다다이즘에 이르기까지의 실패 이야기를 동원해 작가가 하는 말은 간단하다. 우리는 당연히 실패하니까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런 말은 나도 하겠다 싶은 말 뒤에 진짜 중요한 주장이 이어진다. 두려움보다 더 나쁜 건 두려움의 기운이라고. 그 기운 때문에 실패했을 때 자존심을 잃을 거라 생각하는 거라고. 그 결론에 닿기 위해서라도 27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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