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책방밴드 2편 베로니카 이펙트

지향하는, 베로니카 이펙트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2길 10
@veronicaeffect

국내외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이 풍성하기로 유명한 책방 베로니카 이펙트가 동명의 뮤직 레이블을 만든 데에는 필연성이 존재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유승보 씨는 원래 밴드 포니의 베이시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정도의 추억으로만 그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서점에서의 그는 포니의 유승보가 아니라 그림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는 유승보니까. 잊고 있던 필연성은 최근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깨어났다. 유승보 씨는 일본에서 본 서점 풍경을 쏟아냈다. “책이 5할이면 나머지 5할은 상품이었어요. 그 상품에는 서점의 사상이나 철학이 담겨 있더라고요. ‘우린 이런 곳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게 중요하지, 서점이라면 책을 팔아야 한다는 관념은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들이 품고 있는 것은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던 거예요.”

베로니카 이펙트에도 아이덴티티가 필요했다. 공동대표 김혜미 씨와 유승보 씨는 그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답은 뜬금없는 데서 튀어 올랐다. “사실 이게 결정타예요. 어떻게 보면 열등감이었죠. 정말 보고 싶었던 뮤지션의 공연장에 못 들어갔거든요.” 사연은 이러하다. 이들이 일본에 간 이유는 뮤지션 사카모토 신타로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현장 예매를 노리고 부랴부랴 갔지만 금세 매진되어 닫힌 문만 속절없이 보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거기서 맥 더마코가 나오는 거예요.” 맥 더마코는 캐나다 출신의 유명한 뮤지션이다.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뮤지션도 있더라고요.” 그게 왜 열등감을 자극했을까. “그러니까 제가 좋아하고 알고 있고 유명한 해외 뮤지션들이 공연을 보러 오든 놀러 오든 일본에는 잘도 오는데 바로 옆 나라 한국에는 안 온다는 거죠.” 유승보 씨에게는 사카모토 신타로의 공연을 보지 못한 일보다 해외 뮤지션들이 한국에는 잘 안 온다는 사실이, 그럴 만한 계기가 없다는 현실이 분노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뮤지션으로서의 경험(지금도 간간이 포니 멤버들과 모여 활동 중이다)이 풍부한 유승보 씨와 프리랜스 에디터로서 기획 경험이 풍부한 김혜미 씨는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두 명의 해외 뮤지션 공연을 열었다. 네덜란드 뮤지션 세브달리자와 영국 출신 아티스트 코스모 파이크다. 물론 베로니카 이펙트라는 이름을 걸고서. “서점과 굳이 다른 이름을 쓰지 않는 이유는 베로니카 이펙트가 복합 문화 공간이 되길 바라서예요.” 이들이 서점 베로니카 이펙트의 아이덴티티를 견고히 하는 방법으로 찾은 첫 번째 키워드는 음악이다. 

9월에는 호주 멜버른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클로, 10월에는 뉴질랜드 뮤지션 조너선 브리와 프린세스 첼시의 공연도 열 예정이다. 해외 뮤지션의 공연은 객석 규모 문제로 외부 공연장에서 개최하지만 틈틈이 서점에서도 작은 공연을 열 예정이다. “책만 파는 일이 서점의 진보적인 행태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 악물고 하고 있어요. 해외 뮤지션이든 일러스트레이터, 페인터이든 외국 친구들이 봤을 때 충분히 놀러 올 만한 나라, 그러한 장소가 되길 바라요.” 베로니카 이펙트는 영감을 향유하는 존재가 되길 꿈꾼다.

베로니카 이펙트의 책에는
이 노래

  1. <Jumble Wood> by 헬레나 코벨 & ‘Spinning Top’ by 러브/피스
    “희망을 찾아 떠나는 우울한 요정의 이야기 책.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상상 속에서만 데이트를 하는 가사의 음악. 이 둘의 조합은 근거 없는 희망과 행복을 안겨준다. 미래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은 만들어가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2. <All kinds of Planes> by 칼 조핸슨 & ‘Rollerskate’ by 케빈 크라우터
    “하늘의 모든 (엉뚱한) 비행기를 그린 그림책을 읽을 때. 음원의 질감과 속도감, 공간감이 나른한  이 노래를 듣는다면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거다.”
  3. <Les Amours Suspendues> by 마리옹 파욜 & ‘Weird Hardcore’ by 조너선 브리
    “바람 피우는 남자가 여러 여자를 기억하는 방법을 그린 그래픽 노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연출이 놀라운 책이다. 이에  떠오른 노래는 오케스트라 구성의 챔버 팝. 클래식 기반인데 가사는 뜬금없이 ‘게임 많이 하면 머저리 된다’는 둥 현대사회 루저를 훈계하는 내용이다.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는 언제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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