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책방밴드 1편 오혜

좋아하는, 오혜

궁금증의 시작은 ‘오혜’였다. 오혜는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작은 동네 책방이다. 지난해 9월에 열었으니 전국에서 약 312번째로 생긴 서점이려나. 동네 책방 소개 앱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전국 동네 책방은 330곳이다(퍼니플랜 남창우 대표가 정의하는 동네 책방이란 말 그대로 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이나 책 문화를 즐길 만한 공간, 가볼 만한 곳이다). 2017년 한 해에만 31군데가 생겼다. 한 달 평균 2.58군데. 최소 14일마다 세상에 없던 책방 하나가 생긴 셈이다. 옆집 안부는 몰라도 종이 책의 위기는 모두가 아는 이 시대에.

“도쿄와 마찬가지로 1000만 명이 사는 도시 서울에서는 지금 유례없는 서점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작년 여름 이후로 동네 서점이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 일주일에 한 군데는 생겨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출판사의 편집자 아야메 요시노부의 눈에도 서울의 동네책방 현황이 심상치 않았다. 실제로 서울에만 151곳의 동네 책방이 있다. 대전(10), 대구(10), 부산(20) 찍고 경기도(42)까지 합쳐도 서울만큼 안 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스위치가 갑자기 켜진 듯 급격해 보이기까지 하는’ 국내 동네 책방의 흐름에 아야메 요시노부는 일본의 북 디렉터 우치누마 신타로와 함께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의 책방을 관찰했다. 이에 대한 기록은 올봄 출간한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에 담겨 있다. 

왜일까? 왜 서점이 계속 생겨날까? 사람들이 책을 그렇게 많이 사나? 아니, 책을 읽긴 하나? “동네 책방 혹은 독립 서점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서점은 독립 출판물의 흐름과 궤를 같이합니다.” 국내 1세대 독립 서점(사실 이보다는 ‘이상한 책을 많이 파는 서점’이라 불리는 쪽을 더 좋아한다) 유어마인드 대표 이로가 왜 한국에 서점 붐이 부는지에 대해 답했다. “먼저 국내 독립 출판 시장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간을 거칠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약 2008년부터 2010년까지입니다. 이때는 독립 출판물 제작자가 북 디자인 프로그램과 인쇄 공정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사람이거나, 디자이너나 예술가에 한했어요. 두 번째 단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개인들이 자신보다 앞서 작업해오던 사람들을 보고 그 뒤를 이어갔죠. 세 번째 단계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입니다. 지금은 소형 출판사, 디자인 스튜디오, 모임, 작가 등 많은 양상이 섞여 있죠. 독립출판물 판이 10년 전에 비하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확장했는데, 현재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만 500팀 이상 있는 걸로 파악합니다. 서점의 양상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중이에요. 서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시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1세대 동네 서점인 땡스북스의 이기섭 대표의 말마따나 ‘서점이라는 공간을 마련하면 상품은 어렵지 않게 공급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공급이 많다고 수요도 넘칠 리 없다. 지난 1년 동안 31군데 새 책방이 생길 때 38군데가 사라졌다. 한국이, 서울이 아무리 서점 붐이라 해도 그 궤적은 아직 불완전하다. 

울퉁불퉁한 궤적을 올곧게 펴내려는 듯한 동네 책방이 보였다. 그곳이 오혜다. 오혜는 매달 ‘오혜 라이브’를 선보인다. 별것 없다. 인디 뮤지션들을 불러 펼치는 공연이다. 그 무대가 서점이라는 사실이 별것이다. 왜 서점에서 음악을 연주할까? 왜 책 파는 곳에서 음악 공연 티켓도 팔까? 가설은 분명했다. 책만 팔아서는 먹고살기 힘들 테니까. 생겨나는 속도만큼 사라지는 책방이 수두룩하니까. 그리하여 오혜를 포함해 음악을 연주하는 서점 세 곳을 들여다봤다.

결론은, 틀렸다. 가설은 오만했다. 애초에 왜 서점이 계속 생겨나는지에 대한 질문에 ‘수익성이 뛰어나서’라는 답은 없었다. 아야메 요시노부는 서울이 어쩌면 일본 출판업계의 미래일지 모른다는 문제의식에서 서울 책방 여행을 시작했고 기행 끝에 이렇게 적은 바 있다. “서울에 가보니 젊은이들이 하나둘 오프라인 서점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무모한 젊은이들은 먼저 장소를 마련하고 서점 이름을 짓고 책을 진열하고 나서 어찌어찌 서점 주인이 된 다음에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한다. 모두 적극적으로 지역이나 특정 분야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지향하고 그 안에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세 곳은 틀림없이 그러한 서점이다. 이들은 어쩌다 서점을 열었고,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고, 특정 분야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그 공통점에 음악이 있을 뿐이다. 아야메 요시노부의 희망대로 이들이 일본 출판업계의 미래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이 사실은 분명하다. 책과 음악, 그리고 동네 책방의 진화가 궁금하다면 이 세 곳의 서점이 지표가 되리라는 것.


좋아하는, 오혜

서울 은평구 갈현로45길 40-1
@ohye_bookshop

“조용호라고 친한 형이 있는데 노래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서점 연다고 하니까 와서 무료로 공연해주겠다고 해서 두 번째 ‘오혜 라이브’ 뮤지션으로 초대했는데, 그날 관객이 한 명도 없었어요. 형이 함안에서 왔는데.” 경기도 하남이요? “경남 함안이요.” 마산이 고향인 오혜의 유재필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함, 안.”

경상남도 함안군청에서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책방 오혜까지는 최소 4시간 50분이 걸린다. 물론 자가용으로 올 경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함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남부터미널, 다시 은평03 마을버스를 타고읊기만 해도 고되다. “그날 형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유재필 씨가 멋쩍게 웃었다. 

애초에 오혜는 지도를 보고 찾다 보면 이 동네에 정말 서점이 있긴 한 건지 최소 네 번은 의심이 들 만큼 완전한 주택가에 자리해 있다. 누군가 부는 리코더 소리가 들리는 골목, ‘머리하는 날’ 미용실과 충남슈퍼 사이. 그저 조용한 곳에 열고 싶었다는 그의 순한 표정에, 이래서 손님이 오긴 하겠느냐는 질문은 덮어두고 점잖게 물었다. “그래서 음악 공연을 여는 건가요? 책방을 알리기 위해? 수입을 얻기 위해?” 내용이 점잖지는 못했지만. 

“아니요.” 오혜 대표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이라는 표정을 지은 후 이어 말했다. “그냥 음악을 좋아해서요.”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는 서점을 연 배경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은 안 맞는다고 판단한 유재필 씨는 자신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는 책,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소심한 사람>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란 에세이집을 독립 출판한 적도 있다. 음악도 좋아한다. 그래서 책방을 열었고 책장 한쪽을 음반으로 채웠다. 한 달에 한 번 좋아하는 음악인을 초대해 ‘오혜 라이브’도 연다. 이는 수익을 보완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 아니라 책방 개업 전부터 세운 계획이다. 왜? 책과 음악을 좋아하니까. 

“한 달에 한 번 공연 연다고 돈을 얼마나 벌겠어요. 티켓값이 만오천원이면 저는 오천원 갖고 가수에게 만원을 드려요.” 세로로 다섯 걸음, 가로로 세 걸음 정도 규모인 공간에는 만석이라 해봐야 10명 남짓, 테이블을 빼면 15명 정도 수용 가능하다. 그마저 함안에서 온 조용호 씨의 아까운 무대처럼 관객이 아무도 없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이유라면 다른 형태로 음악을 다루는 공간을 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게요. 그 생각은 안 해봤어요. 음반점이라든지 그런 공간을 열기에는 그만큼 전문적으로 조예가 깊지는 않아서요. 물론 여기 있는 음반들은 제가 직접 듣고 좋은 곡만 모아둔 것이지만요.” 유재필 씨는 곰곰 더 생각했다. “그런데 서점에서 음악을 하는 게 생뚱맞은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달 한 번씩 지금까지 8명의 뮤지션에게 의뢰했는데 한 번도 ‘왜 서점에서 공연을 해요? 누가 와요?’라고 되물은 분이 없거든요. 다들 너무 좋다고, 하고 싶다고 해주셨어요. 공연할 때 한 번도 안 빠지고 계속 보러 오신 분도 있어요. 용인에서요.” 용인에 사는 모 씨는 책을 보기 위해 책방 오혜를 찾았다가 공연도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참고로 용인시청 기준으로 오혜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걸린다.

“책과 음악, 어떤 개연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 기호에 의한 것이지만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아예 안 해봤으면 모르겠는데, 해보니까 좋아요.” 오혜라는 공간은 함안, 용인, 어디에서든 와서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들린다. 그런데 2시간 거리 용인에서 매주 이곳을 찾는 손님의 힘찬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모르겠어요. 좋대요, 그냥.”

오혜의 책에는 이 노래

  1. <Kim Met Johnny> by 김일두 & <달과 별의 영혼> by 김일두
    “김일두의 팬이라면 그의 단상집은 꼭 읽어봐야지. 무엇보다 이 책은 오혜에서만 구할 수 있다.”
  2. <Night Walker> by 이수진 & ‘빛이 모여드는 곳에’ by 임현정
    “임현정의 음악을 눈을 감고 그리면, 이수진 작가의 그림책 속 빛, 그림자, 별, 저녁 하늘 등 아름다운 풍경이 떠오른다.”
  3. <자꾸 생각나> by 송아람 & <Subtitle> by 웨스턴 카잇
    “웨스턴 카잇의 앨범 <Subtitle>을 들으면 그래픽 노블 <자꾸 생각나>의 주인공 장미래가 자꾸 생각나고 <자꾸 생각나>를 읽으면 웨스턴 카잇의 노래가 자꾸 생각난다. 두 작품 모두 연애할 때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책과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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