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이 예술이다-3 밍글스

겨울 식재료를 넣고 지은 밥과 반찬으로 이뤄진 반상에서 추위를 견뎌낸 대지의 강인한 기운이 느껴진다.

강민구 셰프는 스스로를 ‘탄수화물 중독자’라고 부른다. 또 탄수화물 중에서도 밀가루보다 쌀을 더 선호한다고 또박또박 말한다. 셰프의 기호가 이렇듯 명징하니 촘촘히 짜서 켜켜이 쌓아 올린 코스 메뉴 사이사이에 쌀이 주연을 빛내는 조연 혹은 카메오로 등장한다. 전복, 배추를 곁들인 콩소메와 강 셰프가 재해석한 호박선 등 맑은 수프에 가까운 메뉴에는 증편을, 육회에는 찹쌀 풀을 발라 튀긴 김부각을 곁들여 낸다.

“서양에서 정찬을 주문하면 꼭 빵을 주잖아요. 빵도 두세 가지 준비해 음식에 맞추어 각기 다른 빵을 내는 게 요즘 추세입니다. 밍글스는 음식에 맞춰 빵 대신 다양한 쌀 요리를 낸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강 셰프가 메뉴를 구성하는 데 쌀이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설명했다. 아예 쌀이 주인공인 요리도 있다. 찹쌀 리소토와 밥을 감태로 싼 나물 쌈밥 등이다. 그중에서도 강 셰프가 추구하는 쌀밥을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요리가 바로 반상이다.

‘조선 향미와 제철 재료로 준비한 반상’은 점심 코스에서 선택 가능한 메뉴다. 나물을 포함한 예닐곱 가지 밑반찬에 맑게 끓인 된장국을 곁들인 반상. 현대적인 분위기에서 받아 든 반상의 첫인상은 다소 이질적이다. 하지만 이내 그 정갈한 상차림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특히 그 전까지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차원의 밥 냄새가 코끝에 스민다. 아니, ‘끼쳐왔다’쯤이 더 걸맞은 표현일 터이다.

밥의 향미가 이렇듯 도드라지게 느껴진 적이 있었는지 빠르게 기억을 되새겨봤으나, 걸리는 데이터가 전혀 없었다. 우엉밥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밥 지을 때 잘게 썬 우엉을 얹은 게 아니라 우엉을 넣고 우린 물을 밥물로 잡아 색과 향이 짙다. 반지레 윤이 나는 밥알을 입에 넣고 씹자 피어오르는 향미를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밥이 또 한 차례 향내를 토해냈다. 그것은 마치 달고 고소한 콩국을 머금은 느낌이었다. 곁들인 반찬과 국 또한 무엇 하나 빠지지도, 튀지도 않는 게 깨끗하고 정갈하게 차려낸 절 밥 같다.

“사실 주요리로 고기 등에 집중하면 인력이 충분한데, 손이 많이 가는 반상을 하니 주방 인력을 두어 명씩 더 써야 합니다.”

그럼에도 강 셰프가 반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한식에서 밥이 차지하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반찬이 많고 장 등의 발효 식품이 발달한 식문화에서는 그 간을 맞추고 받쳐줄 밥이 정말 중요합니다.”

밍글스가 쓰는 쌀은 ‘조선향미 골든퀸3호’다. 밥맛을 저하하는 단백질 함량이 6%, 아밀로스 함량이 12.5% 내외인 골든퀸3호는 차지고 기름진 동시에 다디달며, 무엇보다도 독특한 향이 매우 강하게 난다. 쌀 향을 표현할 때 주로 ‘팝콘 향’, ‘누룽지 향’ 같은 말을 쓰는데, 이런 표현으로는 충분치 않은 향미가 난다. 식사를 마치고 배 두드리며 일어나는 순간, 옆자리에서 풍기는 밥 냄새에 다리가 풀려 다시 주저앉고 싶을 정도다. 그 매혹적인 향기에 이끌려 같은 쌀을 사다가 집에서 지었더니, 순간 밥솥에 재스민 라이스를 넣었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향이 강한 식재료를 선호하는 내입맛에는 더없이 잘 맞으나, 무향에 가까운 은은한 향을 쌀의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이 머리에 스치니 강 셰프가 우엉차로 그 향을 차분히 잘 다스렸다 싶었다. 1월에는 무와 시래기를 넣고 밥을 지을 생각이라고 하니, 그 밥맛을 보러 필히 다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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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사진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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