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비밀식당 을지로 미팅룸 편

을지로 인쇄소 골목에 특이한 이름의 식당이 들어섰다. 바로 ‘을지로 미팅룸’이다. 그 식당을 다녀온 뒤로 지인들이 을지로 어떤 식당이냐고 종종 묻곤 했는데 식당 이름 그대로 대답해도 이름을 다시 묻는 경우도 꽤 있었다. 장난치는 거라 생각해서 되묻는 경우일 것. 물론 평소 나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이라는 점도 무시하진 못한다. 음식을 파는 곳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이름인 것 같아도 한번 듣고 나면 괜히 호기심이 생겨 찾아가 보고 싶은 식당이 을지로 미팅룸이다.

식당이 위치한 을지로 3가 일대는 충무로와 맞닿은 곳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쇄소 골목이다. 인쇄, 출판업이 성행하던 1980년대만 해도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매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 덕분에 늘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잡지, 신문, 책을 대신해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디지털 시대로 점차 바뀌어가면서 을지로의 활기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 골목에 2017년 겨울, 간판 하나 제대로 없는 젊은 식당이 들어섰다.

을지로 미팅룸은 한식, 양식, 멕시코식 등 각자의 음식 분야에서 요리를 했던 고영환, 박찬희, 이상하 셰프가 의기투합해 만든 식당이다. 실내조명과 식당 곳곳에 자리 잡은 양초들 덕분에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식당은 출입문을 중심으로 1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양쪽에 놓여 있다. 미팅룸이란 이름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으며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 가능한 눈치였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구름 파스타, 타파스, 옛날 떡볶이.

구름 파스타는 크림 소스 베이스의 파스타 위에 머랭치기를 통해 만든 클라우드 에그를 올렸는데 완성된 모습이 구름을 닮았다고 해서 세 세프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보통 크림 소스를 베이스로 한 음식은 느끼할 수 있지만 이곳은 매콤한 맛을 추가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굳이 매콤한 까르보나라를 먹겠다고 인쇄소 골목까지 올 이유는 없을 텐데’란 생각도 잠시, 한 눈에 보기에도 잘 구워낸 치킨 스테이크가 클라우드 에그 옆에 함께 올라가 있었다. 밸런스를 중시하는 서양 요리 전문 박찬희 셰프의 아이디어로, 크림의 부드러운 맛, 매운 맛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닭 안심 특유의 고소한 맛과 더불어 씹는 맛까지 추가한 것이다. 양도 제법 많은 구름 파스타는 같이 간 일행끼리 함께 놓고 각자의 접시에 덜어 먹을 가치가 있는 ‘메인 요리’였다. 어느 정도 먹은 뒤, 클라우드 에그 위에 올린 달걀노른자를 살짝 터뜨려 파스타에 섞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타파스는 스페인 바르(Bar)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레시피가 있는데 을지로 미팅룸에선 이탈리아의 전채요리(Antipasto) 양식 중 하나인 브루스케타(Brustchetta)를 따르고 있었다. 모차렐라 토마토 살사, 프로슈토를 감싼 루꼴라, 크림 치즈와 루꼴라 페스토 등 총 3종류를 바게트와 함께 맛볼 수 있는데, 을지로 미팅룸의 타파스의 강점은 ‘신선함’에 있었다. 고영환 셰프는 “되도록 쳔연 재료 그대로를 쓰고 타파스를 주문 받을 때마다 바로 요리해서 내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손님들이 저희 타파스를 먹으면서 프레쉬함을 느끼길 바랐거든요.”라고 말했다.

고영환 셰프의 설명대로 바게트에 올라가는 토마토 살사(소스)마저 기성품 전혀 없이 토마토, 양파 허브, 올리브 등 20가지의 재료를 통해 만들고 있었다. 재료들은 잘게 다지기보다 적당한 크기로 썬 느낌에 가까웠는데 손님들이 입에 넣었을 때 각 재료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한 배려이자 좋은 재료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크림치즈 역시 3가지의 치즈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여 만들었는데 시중에서 파는 크림 치즈처럼 부담스럽지 않았고 함께 곁들인 루꼴라 페스토와도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Add. 서울 중구 을지로12길 19 2층
Tel. 010-632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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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이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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