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하여

당신이 생각하던 미국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지금의 미국

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 흐름출판

<힐빌리의 노래> 속 미국 경제는 무너졌고 가정은 엉망이고 아무리 길모퉁이를 돌아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J.D. 밴스는 이런 곳에서 살아남아 예일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후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배운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조리 있게 말하는 것도 재능과 훈련의 결과다. 사회 하층부의 수기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힐빌리의 노래>는 노동계급 출신의 엘리트가 쓴 책이기 때문에 해당 계급의 사정과 심리를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와 월 스트리트와 앤더슨 쿠퍼와 버질 아블로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선진국 미국의 뒤에는 J.D. 밴스 같은 사람이 사는 미국도 있다. 그 현실을 자세하게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히피의 미국

아르카디아
로런 그로프 | 문학동네

20세기 미국에는 히피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도 자본주의와 기계문명을 부정하고 영적인 힘을 믿으며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 평화를 꿈꾸며 살았다. 사실 히피는 세계대전이 준 공포와 그 전쟁 후의 호황기가 낳은 컬트적 공동체에 불과했다. 대안은 미약했고 비판만 강했어도 이들은 스스로가 다른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히피들이 다 어떻게 됐느냐면모든 약속이 깨지고 모두 각자의 자본주의와 기계문명으로 돌아갔다. <아르카디아>는 그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히피 공동체에서 태어난 비트의 눈동자 위로 현대 미국의 어떤 단면이 <포레스트 검프>처럼 흘러간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히피 집단의 정신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아주 멋진 소설이기도 하다. 

대도시

플로팅 시티
수디르 벤카테시 | 어크로스

사회학자인 작가는 시카고를 떠나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 취직한다. 정착하려면 대단한 업적이 필요하다. 야심 차게도 뉴욕의 지하경제를 연구하기로 하지만 연구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 노력 끝에 그는 서서히 자신의 연구 데이터가 될 사람들을 만나고, 뉴욕의 지하경제라는 미지의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플로팅 시티>는 이런 연구를 한 벤카테시의 회고록이다. 플로팅(floating)이 뜻하는 ‘부유’처럼 책 속의 뉴요커들은 끊임없이 떠다닌다. 대도시의 단역 같은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이라는 신기루를 향해 자신의 삶을 통째로 던진다. 그 모습을 기사처럼 보여주고 문학처럼 묘사하며 학문 언어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이 책이 아니라면 하버드 나온 여성 포주를 어디서 보겠나 싶기도 하고. 

옛날 미국

레버넌트
마이클 푼케 | 오픈하우스

영화 <레버넌트>의 원작이기도 한 이 책에는 미국적인 흥미 요소가 아주 많다. 작가 마이클 푼케는 코넬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오바마 시절 WTO 대사까지 한 엘리트다. 그는 변호사 시절 아무도 없는 오전 5시에 출근해 매일 3시간씩 집필해서 이 책을 완성했다. 책이 나온 당시 그는 고위 공직자였기 때문에 책을 홍보할 수 없었고, 영화 <레버넌트>가 아카데미상을 받고도 공식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법을 전공한 엘리트가 무법 지대의 폭력과 복수의 이야기를 만든 셈이다. 하긴 현대사회에서 법조인만큼 폭력과 복수를 많이 보는 사람도 없겠지만. 하나 더, 영화 <레버넌트>와 소설 <레버넌트>와 이 이야기의 바탕이 된 실화는 각자 엔딩이 다르다. 이런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게 지금의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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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 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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