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연필 까렌다쉬를 만나다

스위스 문구 브랜드 까렌다쉬가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캐롤 셔 회장을 만나 까렌다쉬 연필은 왜 비싼지 물었다.

‘까렌다쉬(Caran d’Ache)’라고 읽는 게 맞나?

맞다.(웃음) 까렌다쉬는 1915년에 스위스에서 제네바 연필 회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24년에 창립자 아놀드 슈바이처가 회사를 인수하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러시아 태생인 부인이 러시아어로 연필이 까렌다쉬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터키어로는 그라파이트(graphite, 흑연)의 어원이기도 하다.

103년 동안 변하지 않은 철학이 있다면?

창조성과 혁신이다. 품질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사이 세상은 디지털화됐다.

재밌는 사실은 연필 등 문구류가 계속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술은 환상적이다. 하지만 마약 같다.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서로 말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기만의 것으로 돌아가려 하고, 자기만의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욕구를 ‘실재하는 것’으로 충족시키려고 한다. 아날로그 감성이라고도 하지.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필기구를 본 적이 없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인가?

교육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이 세대에 창의력을 교육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무언가 테크닉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제품을 직접 써보고 배워볼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끔 하고 싶다. 그것이 교육이다. 놀면서, 재미를 느끼면서, 창의력을 발휘해보도록 하는 것.

어제 까렌다쉬 연필을 사러 가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한국 문구 시장에는 파버카스텔과 스테들러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이다.

아시아에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브랜드가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안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까렌다쉬는 100% 스위스 메이드다. 우리는 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품질에 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환경, 지속 가능성, 책임에 대해 늘 생각한다. 훌륭한 요리를 만들려면 신선한 재료를 써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좋은 원재료를 사용한다. 일반 연필심에는 인체에 해로운 납이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 제품은 아이가 실수로 먹어도 아무 문제 없다. 전혀 유해하지 않다.

두 번째는, 까렌다쉬는 비싸다는 거다.

얼마인지 물어봐도 될까?

연필 4자루 묶음에 1만원. 다른 연필은 평균 한 자루에 몇백 원이다.

혹시 얼마 주고 커피를 사 마시나?(웃음) 연필 한 자루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우선 스파게티를 만들 듯 재료를 섞고 부수고 면처럼 길게 뽑는다. 그것을 자르고 1200℃ 오븐에서 건조시킨 후 왁스에 넣어 필기감이 부드러워지게 만든다. 여기까지가 연필심을 만드는 과정이다. 최소 50시간, 38가지 공정을 거친다. 단 한 자루의 연필을 만드는 데 말이다.

비싸다는 말 취소하겠다.(웃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만큼 노력을 들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이엔드 고급 필기류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이 든다.

까렌다쉬 화방을 대표하는 네오칼라1(왁스, 오일, 연필의 특징을 합친 유성 크레용)이 과학자를 위해 탄생했다는 히스토리가 신선했다. 보통은 미술가를 위한 것인데 말이다.

네오칼라 제품은 모든 표면에 쓸 수 있다. 가령 화학자는 유리, 플라스틱 등 종이 외에도 다양한 소재에 무언가 적어야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럴 때도 쓸 수 있는 제품이다. 나무나 돌에도 적을 수 있다. 이런 게 창의력이고, 창의력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디에든 무엇이든 끄적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인터뷰 내내 품질만큼 창의력을 강조했다. 멍청한 질문이지만 어떻게 하면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

전혀! 멍청한 질문이란 없다. 잘못된 것, 틀린 일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 호기심을 가져라. 창의력이란 두려움을 제거하는 것이다.


연필의 역사

동아연필

국내 최초의 문구 회사. 1946년에 설립했다. 노란색 몸통에 지우개가 달린 이 연필은 저렴해서 사무실에서 막 쓰기 좋아 오피스 펜슬이라 불린다. 연필심이 단단하고 길이가 긴 편이라 가성비 갑이다. 단, 지우개는 쓰지 말 것을 추천한다. 글씨를 지워버리는 대신 뭉개버린다.

 

스테들러

파버카스텔과 ‘최초의 연필’을 따지는 영원한 라이벌. 1660년대부터 연필을 만들었으나 법적으로는 1835년에 등록해 파버카스텔에 타이틀을 내줬다. 베스트셀러인 마스루모그래프는 원래 제도용 연필이라 심이 단단하고 몸통이 가늘다. 손에 착 감긴다.

 

파버카스텔

스테들러를 제치고 ‘최초의 연필’ 타이틀을 따낸 브랜드. 1761년부터 연필을 만들어왔다. 베스트셀러는 삼나무에 초록색 수성 페인트를 칠한 카스텔 9000. 스테들러 마스루모그래프보다 뭉근한 필기감으로 종이 위를 구른다.

 

딕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란 연필. 동아연필 오피스 펜슬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우개가 훨씬 잘 지워진다는 것. 그런데 최초의 노란 연필은 따로 있다. 1889년산 체코 연필 코이누어다. 딕슨은 1913년에 출시했다. 물량 공세로 이겼다.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잘 팔려서 회사 이름에 아예 연필명을 넣어 ‘딕슨 타이콘데로가’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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