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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울 때는 밝게 빛나는 것을.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신점리 법수마을의 광산에서는 도석이라는 돌이 난다. 투명한 성질의 석영과 결이 촘촘한 견운모로 이뤄진 천연 암석이다. 이를 빻으면 뭉근하게 끓인 크림수프 같기도 하고, 곱게 체 친 밀가루 같기도 하다. 청송백자는 이러한 도석 가루로 빚어낸다. 백색보다 더 깊은 이 색을 무어라 불러야 좋을까.

2018청채촛대 5만5000원 청송백자.

술잔으로 훌륭한 청채고족배 4만5000원. 청채고족배보다 입구가 넓어 과자를 담아두고 손으로 집어 먹기도 좋다. 아이스크림을 담은 청채고족완 6만7000원 모두 청송백자.

백자라고 모두 티끌 없이 하얗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백자는 하얀 흙인 백토로 빚는데 흙에 함유된 철 성분이 녹아 검거나 붉은 점이 백자에 박히기도 한다. 이것을 철점이라 한다.

도예가 지인식이 빚은 백자 굽접시에도 크고 작은 철점이 흩뿌려져 있다. 얼마나 많은 점이 백자에 새겨질지 작가는 모른다. 흙이 안다.

원형 굽접시 1만4000원 지인식 by 요소 갤러리. 황동 포크 1만4000원 아즈마야 by TWL.

‘아리타’는 일본 규슈 사가현의 마을 이름이자 일본 도자기를 대표하는 단어다. 아리타 지역에서 빚어내는 백자는 일본 도예를 상징한다. 그 시작점에 도자기 시조(도조)라 불리는 인물이 있다.

조선인 이삼평이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이삼평이 아리타에서 도석을 발견하고 백자를 빚었다. 지금도 아리타 지역에서는 도조 이삼평을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이삼평의 손에서 태어난 아리타 백자는 담담하다. 단단하다.

문구 트레이로 활용한 네모난 접시 큰 사이즈 5만7000원, 작은 사이즈 4만1000원 1616/arita japan by MMMG.

손으로 빚는 것이 백자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도예가 이정은은 석고 틀을 활용한다. 똑같은 틀로 찍어내는 방법에 대한 반감은, 되레 틀 덕분에 반듯하게 탄생한 백자를 보며 ‘백(白)’이 지닌 완전무결의 매력을 느끼는 모순으로 변한다. 그런데 사실 석고 틀을 이용한다 해도 틀에서 꺼낼 때 흙에 악력이 전해져 백자에 손가락 모양이 미세하게 남는 등 결국 손맛 나는 백자가 만들어진다는 것 역시 역설적인 매력이다. 이정은 작가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흙은 손이 거쳐간 모든 길을 기억한다.”

각진 화병 30만원 이정은 by 노영희의 그릇. 의자 앞에 놓은 무문각병 19만원 청송백자.

도예가 이창화는 늘 말했다. “21세기 오늘,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도자기가 무엇인가.” 매무새가 멋져서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한데 쓰임새까지 갖춘 물건은 언제나 반갑다. 이창화가 빚은 백자가 그렇다.

머그잔보다 넉넉하고 주전자보다 아담한 저그 7만원 이창화 by 노영희의 그릇. 머그잔 3만4200원 1616/arita japan by MMMG.

도예가 고희숙의 백자는 안을 들여다보면 더 분명해진다. 안쪽에 연푸른 유약을 바르기 때문이다. 바깥은 흠 없이 깨끗하고 안은 마치 물빛 같은 연푸른색이다. 백자가 더 형형하게 빛난다.

덮개가 있어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는 합 모두 고희숙 by 노영희의 그릇. 아래부터 스카프를 넣은 합 40만원(특대), 7만5000원(대), 6만5000원(중), 4만5000원(소). 스카프 가격 미정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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