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셰프들 1편 평화옥

곰탕을 끓이고, 탄탄멘 면을 뽑고, 식빵을 굽는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새롭게 우려내고 반죽한 국물 한 모금, 국수 한 가닥, 식빵 한 조각에 도전한, 딴짓하는 셰프들을 만났다.

전 세계에서 라멘의 인기는 열풍에 가깝다. ‘감칠맛’을 뜻하는 일본어 ‘우마미’가 전 세계에 통용될 정도.

뉴욕 트라이베카에서 레스토랑 정식(Jungsik)을 운영하며 해외 시장을 몸소 경험한 임정식 셰프는 라멘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수용 가능한 한식 메뉴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불고기나 비빔밥이 많이 알려졌으나 얇게 저민 고기를 달짝지근한 양념에 재워 굽는 문화는 아시아 어디든 있고, 비빔밥은 이름부터 모호하잖아요. 좀 더 캐릭터가 분명한 음식을 찾던 중 국에 밥을 말아 먹는 탕반 문화나 차가운 면 요리인 평양냉면은 거의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특히 평양냉면은 우마미가 뛰어나고,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는 북한 음식이잖아요.”

임 셰프는 메뉴를 곰탕과 평양냉면으로 좁힌 후 팝업의 장을 마련해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곰탕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외국 사람들에게는 요리의 기본이 되는 육수처럼 느껴질 것 같았어요. 삼계탕을 더러 ‘치킨 스톡’이라고 부르기도 하잖아요. 무언가 캐릭터를 부여해야 했어요.” 임 셰프는 매운맛을 택했다. “매운맛은 더 이상 한식의 단점이 아니에요. 서양 사람들도 미식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제 매운 음식도 곧잘 먹어요.”

임 셰프는 10여 가지 메뉴 중 매운 양곰탕과 평양냉면을 적극 추천한다. 평양냉면의 국물부터 맛봤다. 묵직한 감칠맛이 입안을 강타한다. 살짝 짜다 싶어 면을 휘휘 저으니 간이 딱 맞다. 고명으로 얹은 고기도 냉면 고기답지 않게 육향이 제법 나고 식감도 부드럽다. 매운 양곰탕은 첫술에 임 셰프가 누누이 강조한 ‘캐릭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익숙한 얼굴 뒤에 묵직한 존재감이 숨어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건고추를 잘 썼을 때 나는 고급스러운 맛과 매운맛 특유의 직선적이고 진지한 맛이 입안을 압도한다. 이는 단맛이 받쳐주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결은 양념장. “소기름을 끓이다가 조선간장, 마늘, 고춧가루를 넣고 타지 않게 녹인 후 이틀간 숙성하여 약간의 신맛을 끌어냅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문을 연 평화옥은 외국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캐릭터다.

평화옥 by 임정식

주소 인천시 중구 공항로 272 4층
문의
032-743-8635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