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술상 1편 곰세마리 꿀술과 이타카

국내 식재료로 빚은 한국산 서양 술을 음미할 수 있는 서울의 레스토랑과 바.

인류 최초의 술은 무엇일까? 이는 인류사에서 풀지 못한 수수께끼 중 하나다. 와인과 맥주가 후보에 오르지만 그보다 꿀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꿀은 단당류이며 물리적 개입 없이 자연 상태에 가만히 둬도 저절로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땅에 떨어진 벌집에 남은 꿀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모에 의해 발효했는데, 이를 원시 부족민이 마시면서 술을 최초로 발견했을 거라고 추정한다. 실제로 꿀술은 신화에도 왕왕 등장한다. 특히 기온이 낮아 포도가 잘 자라지 않는 북유럽 신화에서. 우리가 토르의 아버지로 익히 아는 오딘은 꿀술 한 모금에 자신의 오른쪽 눈을 내줬다. 영화 <토르>에서 오딘 역의 앤소니 홉킨스가 안대를 차고 나오는 까닭이다.

곰세마리양조장 유용곤 대표는 신화나 고전문학에 빈번히 언급되는 꿀술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다. 단순한 호기심에 재미 삼아 만들어본 술이 뜻밖의 반응을 얻자 유 대표는 친구 두 명과 뜻을 모아 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꿀술을 빚기 시작했다.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든 곰세마리양조장은 꿀술을 세 종류로 세분화하여 개발했는데, 놀랍게도 그 재료나 혼합 비율은 모두 동일하다. 꿀과 물을 36 대 64의 비율로 배합하고 효모를 0.1% 첨가한다. 꿀술 중에서도 꿀 함량이 높아 알코올 도수가 10도 안팎까지 오르며 풍미도 풍부하다.

서울에서 곰세마리 꿀술을 맛볼 수 있는 곳 중 지난 7월 압구정동에 문을 연 지중해풍 퀴진 ‘이타카’는 서로 지향점이 닮았다.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요리 주점 ‘주반’의 김태윤 셰프가 주방을 이끄는 이타카는 지속 가능성을 콘셉트로 한다.

곰세마리 꿀술은 서울에서 채집한 꿀을 재료로 서울에서 만드는 술로 생산에서 섭취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거리에 해당하는 푸드 마일리지가 상당히 짧다. 물론 화학 첨가물이 전혀 없으며, 더 나아가 꿀을 생산하는 벌은 우리 식탁과 생태계가 지속되도록 하는 일등 공신이다.

벌이 수분 활동을 멈추면 대부분의 식물은 열매를 맺지 못하며 연쇄적으로 생태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생태계와 종의 다양성을 치열하게 고민해온 김 셰프에게 곰세마리 꿀술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김 셰프는 이타카의 테이스팅 코스에 곁들여 구성한 페어링 메뉴에 와인, 맥주에 이어 곰세마리 꿀술을 추가했다. 꿀술은 코스에서 세 번째로 등장하는 리소토 요리에 곁들여진다. 말린 도미 뼈, 건홍합, 건다시마 등을 우린 육수를 붓고 끓인 쌀을 따로 구워낸 건도미 살과 한데 버무린 리소토는 아스파라거스 퓌레와 함께 나온다. 이때 쌀은 토종 쌀, 아스파라거스는 흠집이 있어 팔지 못하는 상품이다. 말린 건어물로 감칠맛을 쌓아 올린 리소토 한 입 먹고 꿀술을 마시니 입안 가득 기분 좋은 단맛과 화사한 꽃 향이 퍼진다. 얼핏 풀과 나무 향도 나는 듯하다. 강렬한 단맛에 가려져 있던 꿀의 복잡다단한 향이 입안에서 펼쳐지는 순간, 하루에 수 킬로미터씩 이동하며 꿀을 모으는 벌의 여정이 그려졌다. 한편 술을 한잔 들이켠 후 리소토를 떠먹자 혀끝에 남은 꿀술의 미세한 점성 때문인지 감칠맛이 더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74길 30
문의 02-542-7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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