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F/W 에스콰이어 패션 위크 토크 2편

MILANO

편집장 밀라노댁은 밀라노를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권지원 밀라노댁은 2018 F/W 밀라노 패션 위크에 다녀온 뒤에도 밀라노를 몇 번을 더 갔는지 몰라요.
편집장 이쯤 되면 권지원 에디터는 정말로 밀라노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다는…. 그래서 2018 F/W 밀라노 패션 위크는 밀라노댁이 보시기엔 어땠나요?

ERMENEGILDO ZEGNA COUTURE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권지원 제냐는 몇 시즌째 밀라노 패션 위크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해오고 있어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쇼장에서 눈이 막 내리고. 물론 눈가루가 옷에 붙어서 힘들긴 했는데. 제냐는 역시 F/W에 강한 것 같아요. 고급 소재를 잘 다루는 브랜드라서 그런가. 그걸 파격적인 모델들이 입고 나왔죠. 성별도 모호하고 눈썹과 헤어도 없는.
편집장 알레산드로 사토리가 제냐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은 지 얼마나 됐죠?
권지원 2017 F/W에 처음 임명됐으니까 지난 2018 F/W가 세 번째였네요. 6월에 열린 2019 S/S까지 더하면 지금 시점으론 네 번째 시즌까지 마친 거고.
편집장 2017년 초였던가, 고동휘 디렉터와 권지원 에디터가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은 직후에 제냐 본사에서 알레산드로 사토리를 직접 인터뷰하지 않았나요? 그때 우리가 달았던 인터뷰 제목이 이랬는데. “제냐는 제냐로 돌아왔다.” 5년 만에 다시 제냐로 돌아온 알레산드로 사토리가 두 분에게 들려준 대답도 인상적이었어요. “제냐의 근본을 집중적으로 탐구할 겁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에르메네질도 제냐, Z제냐까지 세 개의 독집적인 브랜드로 나뉘었던 것이 하나의 테마로 연결되도록 만들 겁니다. 제냐에게는 전통적인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냐다운 범위 안에서 새로운 시도는 늘 있을 거예요.”
고동휘 그러고는 로버트 드니로, 매카울 롬바르디와 함께 ‘결정적 순간’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죠.
편집장 소비자들이 2018 F/W 시즌에 목격하게 될 알레산드로 사토리의 제냐는 결정적으로 어떤 제냐인가요?
권지원 이번 시즌 제냐는 젊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어요. 쇼에서 모델을 셀렉트한 것부터 전체적인 스타일링까지 파격 그 자체였어요. 굉장히 개성이 강한 모델들을 써서 젊은 제냐의 이미지를 확고부동하게 드러냈죠.
편집장 일부 소비자들에게 제냐는 여전히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브랜드일 수 있는데.
권지원 사토리가 말한 것처럼 제냐에게는 전통적인 측면이 있죠. 여전히 슈트가 많고 체스터필드 스타일의 코트도 많아요.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옷이죠. 하지만 분명 훨씬 더 캐주얼해졌어요. 아웃도어 웨어와 접목한 피스까지 등장했으니까.
편집장 슈트지만 슈트 아닌 슈트 같은 슈트.
권지원 2018 F/W는 훨씬 스포티한 느낌을 줘요.
편집장 남성 하이패션의 대세가 결코 슈트가 아닌 상황에서 슈트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사토리의 고민일 것 같아요.
고동휘 그런 면에서 사토리는 선을 잘 타고 넘고 있다고 봐요. 제냐 쿠튀르 컬렉션은 기존 제냐 고객들에게는 다소 급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기존 라인업은 그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이 이탈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편집장 그래서 밀라노댁은 사토리와 인사는 나눴나요?
권지원 인사했죠, 사토리가. 모두와. 쇼가 끝난 다음에 모델들이 런웨이에 나와서 줄지어 서 있었어요. 게스트들이 옷을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도록요. 그 시간 동안 사토리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했어요. 사토리는 제냐 내부에서도 소통을 많이 하는 아티스틱 디렉터로 유명하더라고요. 안팎으로 정말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대요.

 

MARNI
마르니


편집장 2018 F/W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쇼를 고르라면?
권지원 마르니와 프라다 중에서 고르기가 참 어렵네요.
백진희 두 브랜드가 그 정도로 인상 깊었단 말이에요?
권지원 그 말인즉슨 나머지 쇼는 그다지 크게 인상 깊지 않았다는 말도 되죠. 그래서 그만큼 프라다와 마르니가 튀어 보였다는 거고.
고동휘 요즘 밀라노가 왜 그럴까?
편집장 마르니의 디자이너가?
권지원 프란체스코 리소.
편집장 (순박하게) 콘수엘로 카스티글리오니 아녀?
백진희 2017 F/W부터 프란체스코 리소가 마르니를 이끌고 있다고요.
편집장 원래 연식이 오래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잘 안 해주거든. 22년 동안이나 ‘마르니’ 하면 ‘콘수엘로 카스티글리오니’로 저장해놓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프란체스코 리소로 업데이트가 되나. 지금 업데이트 중. (지잉) 콘수엘로 카스티글리오니가 남편과 함께 설립한 브랜드 마르니의 지분을 2012년에 이미 매각했네. 메종 마르지엘라와 디젤을 소유하고 있는 OTB한테.
백진희 (한숨) 그건 업데이트가 아니라 검색이잖아요.
편집장 어차피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는 안 되니까 이렇게 수시 업데이트라도. 그래서 2016년 말에 카스티글리오니 패밀리가 모두 마르니를 떠났던 거구나. 그만큼 마르니로서는 변화의 기회였을 것 같은데.
권지원 마르니가 프란체스코 리소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예요. 쇼를 보면 느껴져요. 옷이 정말 재미있어졌거든요. 사람들이 가진 마르니에 대한 고정화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귀여운 이미지. 일자로 툭 떨어지는 피트. 그런데 프란체스코 리소가 맡으면서 정말 재미있어졌어요.
편집장 어떻게 재미있어졌는데요?
권지원 쇼를 연출하는 방법부터가 참신해요. 이번 쇼는 누구에게나 있는 유년기의 기억을 주제로 했거든요. 그래서 게스트들이 앉는 의자부터 달랐어요. 쉽게 말해서 게스트가 곰 인형 위에 앉아서 쇼를 보는 거예요.
백진희 옆 자리엔 토끼도 있었어요?
권지원 텔레비전, 캐비닛, 기린 인형.
백진희 (신이 나서) 나는 토끼 토끼.
권지원 난 물통 위에 앉았어.
고동휘 (점잖게) 난 기린.
권지원 그렇게 앉아 있는 게스트들 사이사이에 모델들도 앉아 있다가 쇼가 시작되면 자기 순서에 맞춰 런웨이로 걸어 나가는 식.
편집장 (이번에도 업데이트가 늦었다) 난 텔레비전. 그리고 나도 런웨이로 걸어 나갈래.
패션팀 (버럭)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편집장 (황급히 수습) 마침 이달 9월호에는 밀라노댁 권지원 에디터가 프란체스코 리소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있어요. 독자 여러분께선 이 2018 F/W 패션 위크 토크와 함께 그 인터뷰도 읽으면 재미있을 거예요. 프란체스코 리소가 배 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고 하더라고요.
패션팀 (중얼중얼) 그냥 넘어가주자.

 

PRADA
프라다


백진희 저는 프라다 쇼가 제일 좋았어요.
권지원 나도.
백진희 개인적으로 프라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실용적인 옷이 많이 보여서. 실용적이고 갖고 싶은 옷이 많았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겨울에는 이걸 꼭 사고 싶다’ 이런 제품이 정말 많을 거예요.
편집장 지름신 프라다.
백진희 솔직히 이제까지는 프라다 쇼 보면서 갖고 싶다는 느낌은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2018 F/W 밀라노 패션 위크를 통틀어서 프라다 쇼를 보면서 가장 물욕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권지원 백진희 에디터의 반응이 제일 정확한 거예요. 왜냐면 이 컬렉션의 주제가 바로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라서 당장 안 살 이유가 없는 컬렉션이었거든요. 이번에 프라다는 나일론을 주제로 컬렉션을 만들었어요. 나일론의 우수성과 실용적이고 튼튼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특성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그래서 2018 F/W 시즌에는 산업 디자이너 네 팀과 같이 프라다 인바이트라는 컬렉션도 만들었어요. 그 사람들과 블랙 나일론에 대해서 특별한 컬렉션을 만든 거죠.
백진희 그래서 쇼 초반에 블랙 나일론을 입은 룩이 계속 나왔구나. 프라다 소재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잖아요. 다시 그 프라다의 나일론 가방이 너무 잘 팔린다고 해요. 한동안 사피아노 가죽이 많이 팔렸는데 다시 프라다 나일론 백이 매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아서 구할 수도 없대요. 그 복주머니 스타일 알아요?
권지원 알아요. 그래서 프라다 쇼 끝난 다음 날 밀라노에 있는 프라다 매장을 갔잖아요. 못 참고. “프라다 검정 나일론 백을 사야 해. 빨리 가자” 하면서. 그런데 가방이 동났어. 없어.
백진희 한국에서도 지금 구할 수 없고.
권지원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는 나일론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이고 미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대요. 이렇게 지름신이 강림하는 걸 보면 정말 맞는 말인 듯.
편집장 프라다는 왜 나일론과 사피아노 가죽을 이토록 선호할까요?
백진희 사피아노 가죽도 잘 닳지 않는 소재거든요. 여느 하이패션 브랜드와 달리 프라다의 가죽은 오래 쓰도록 디자인된 것 같아요. 나일론 역시 그래요. 실용적이고 합리적이죠. 비에 젖어도 털어버리면 끝. 그러면서도 프라다의 디자인 덕분에 아름다워요. 이래서 프라다가 매력적인 브랜드인 것 같아요.

 

 

SUNNEI, DIESEL BLACK GOLD
써네이, 디젤 블랙 골드


권지원 전 써네이도 좋았어요.
백진희 써네이도 참 귀엽더라고요.
권지원 써네이가 밀라노 남성 컬렉션에 합류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친구 두 명이 작게 만든 브랜드였는데 인기에 힘입어서 이제는 밀라노 컬렉션에서 쇼도 하네요. 쇼 스케줄이 지금 보시다시피 메인 날짜, 중간 시간대를 배정받았죠. 옷도 참 귀여워요.
백진희 특히 이번 2018 F/W에서는 가방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권지원 2018 F/W부터 가방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써네이가 한국이랑 일본에서 인기가 많거든요. 그쪽에서 그걸 알아서 써네이 오피셜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쓴 포스팅도 올리고 막 그런다는 거.
권지원 디젤 블랙 골드는 ‘인디언 무드’가 주제였어요. 그래서 모델들이 부족장처럼 헤어&메이크업을 했는데 김수민이라는 한국 모델이 섰거든요.
백진희 인상이 강렬한 친구가 있어요.
권지원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친구죠. 그 친구가 원래 눈썹이랑 머리를 밀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에게 이주일 같은 가발을 씌워놓은 거예요. 그래서 웃으면 안 되는데 웃게 되더라고요.

 

DOLCE & GABBANA,
MOSCHINO, TOD’S, FENDI
돌체&가바나, 모스키노, 토즈, 펜디


백진희 돌체&가바나 쇼는 이번에도 옷이 아주 화려하더라.
권지원 심지어 100벌이나 됐어요. 축하 공연까지 했다는. 그다음 마르니 쇼에 정말 간신히 갔다는.
백진희 역시 돌체&가바나답네요.
권지원 쇼에 선 모델들이 대부분 셀럽이었어요.
백진희 주드 로의 아들도 있던데. 요즘 2세들의 활약이 활발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모델 할 체형은 아니에요. 주드 로 아들이니까 이런 빅 쇼에 서는 것 같아요.
권지원 누구의 자식, 누구의 형제자매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편집장 아니나 다를까, 금수저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던데.
권지원 그저 유명한 사람을 모델로 많이 기용했다는 얘기였는데.
고동휘 지금 돌체&가바나가 콘셉트를 맞추고 있는 게 밀레니얼 세대잖아요. 얼마 전에 밀레니얼 세대로 채워진 책도 냈어요. 그런 걸 보면 아예 방향을 그쪽으로 굳힌 것 같더라고요. 셀럽을 내세운 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돌체&가바나를 인식시키는 것 같아요.
권지원 이번에도 옷은 너무너무 화려했어요.
고동휘 예전에는 옷이 화려해도 이탈리아 특유의 섹슈얼함도 있고 시칠리아 기반의 낭만적인 느낌도 있었는데. 이제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죠.
백진희 모스키노 쇼가 좋았다면서요.
고동휘 나도 좋더라. 우리 모두 모스키노는 유치하고 전성기도 한참 지났다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블랙 본디지풍으로 라텍스 소재를 사용해서 섹슈얼한 느낌을 자아냈어요. 그 전까지 쇼가 모두 아기자기하고 유치했다면 이번 쇼는 달랐어요. 1990년대 느낌도 들었고요.
권지원 모스키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러미 스콧이 자기가 원하는 부분이 명확한 것도 좋고 그걸 구현해내는 것에 굉장히 적극적인 것도 참 좋아요.
편집장 토즈는요?
권지원 2018 F/W에서 토즈는 다양한 푸른색과 영국식 감성을 주제로 컬렉션을 만들었어요. 이탈리아 고유의 브랜드인데 영국 무드를 섞었더니 토즈가 의도한 대로 전보다 젊어진 느낌이었달까요.
편집장 펜디는요?
백진희 2018 F/W 펜디는 정말 귀엽더라.
권지원 펜디가 귀여웠어요.
편집장 안 그래도 이달 9월호에 백진희 에디터가 진행한 2018 F/W 펜디 패션 화보가 함께 실리잖아요.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 보시면….
패션팀 또 중간 광고 시간인가 보다. 채널 돌리자.
편집장 (광고 바로 마무리) 어쨌든 화보만 봐도 그렇고, 확실히 2018 F/W 펜디는 상큼하고 발랄하고 귀엽던데. 분방하고.
권지원 누군가는 너무 상업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상업적인 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 펜디가 상업적으로 젊고 캐주얼해지겠다고 방향을 잡은 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로고를 정말 많이 썼어요.
백진희 전 공항 콘셉트로 짐 나오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권지원 펜디 로고 천으로 만든 아기 바구니, 펜디 박스 테이프, 펜디 카트도 귀여웠어요.
고동휘 펜디 리모와도 나왔어요.
편집장 에디터들과 독자분들에게 모두 지름신 강림(차사).

요즘 밀라노

권지원 2018 F/W 밀라노 패션 위크를 처음 가본 다른 매체 에디터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밀라노 패션 위크에 오기 전에는 부푼 마음을 갖고 있었대요. 그런데 밀라노 컬렉션이 끝날 때쯤 되니까 그러더라고요. 원래 컬렉션이 이렇게 재미없는 거냐고. 정말 할 말이 없는 게, 이렇다 하게 손에 꼽을 만한 쇼가 참 없었어요.
편집장 요즘 밀라노가 왜 그럴까?
권지원 프라다하고 마르니도 있었지만, 다른 쇼들이 평균 시즌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백진희 (울컥) 그래도 런던보다는 밀라노가 재미있지 않았어요?
권지원 런던이랑 밀라노가 다른 점이 뭐냐면 런던은 파격, 파격, 파격, 재기 발랄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밀라노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 브랜드가 많았어요. 몇몇 브랜드 빼고.
편집장 정말 밀라노가 왜 그럴까요?
권지원 불경기잖아요.
고동휘 빅 쇼가 빠진 게 타격이 큰 것 같아요. 구찌, 보테가 베네타, 살바토레 페라가모도 빠져 있고.
편집장 구찌, 보테가 베네타,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지금 여성 패션쇼에 통합으로 하고 있는 거잖아요.
권지원 구찌처럼 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브랜드들이 빠지니까 힘이 빠졌어요. 몽클레어도 빠졌구나.
편집장 이유가 뭘까요?
권지원 브랜드들이 1년에 쇼를 네 번 한단 말이에요. 남성 컬렉션 두 번, 여성 컬렉션 두 번. 어떤 브랜드는 리조트 시즌이랑 프리폴 시즌을 포함하면 많게는 여덟 번 할 수도 있고. 이렇게 쇼를 자주 하는 브랜드가 그만한 수익을 뽑아낼 수 있을까? 특히나 요즘같이 불황인 패션 시장에서. 그러니까 쇼 횟수 자체를 줄이려고 남자, 여자를 통합으로 하려는 걸 거고.
백진희 쇼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도 같은 시간에 전세계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볼 수는 있는 세상이지만, 우리가 그냥 컬렉션 사진을 보는 거랑 쇼에서 준비한 소품을 보는 건 다르지 않나요? 패션팀 모두가 그렇잖아요. 내가 못 간 쇼는 그렇게라도 보지만, 정말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거와는 다르잖아요. 돈이 안 되더라도 그런 걸 통해서 브랜드를 알리고 인식을 바꾸고 그런 걸 계속해야 하는 것 같아요.
편집장 “수영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안 입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말인 건 다 아시죠? 워런 버핏의 말인데요, 패션 브랜드에게 쇼는 브랜드의 가치를 실체화해서 저널리스트들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대체 불가한 행사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어렵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르니나 프라다처럼 쇼를 고집스럽게 제대로 보여주는 브랜드만이 수영장의 물이 빠지고 났을 때 당당하게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어요. 남성 패션지 입장에서는 아쉽긴 하지만, 남녀 통합 쇼로 가는 건 비용을 고려했을 때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남성 패션 위크 때 쇼를 안 하는 브랜드는 <에스콰이어>가 직접 찾아가서 보면 되니까. 구찌만 해도 나중에 권지원 에디터가 2018 F/W 여성 패션 위크까지 찾아가서 직접 남성 컬렉션을 보고 오지 않았나요?
권지원 요즘은 또 피렌체 피티 워모에 브랜드가 몰리는 것 같아요. 032c도 그렇고 스테파노 필라티가 새로 만든 랜덤 아이덴티티도 피티 워모에서 쇼를 할 거라고 했고, 결국 안 했지만. 그 전에는 준지와 앤더슨이 피티 워모에서 쇼를 했었고.
고동휘 젊은 친구들이 구태여 밀라노를 가지는 않고요.
편집장 이래저래 밀라노의 위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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