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랭 어게인

LANG, AGAIN

무결하고 실용적인 옷.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 생소한 재단 방식. 남녀의 경계를 가르지 않는 실루엣. 아름다운 것도 실용적일 수 있다는 걸 보란 듯이 드러낸 헬무트랭은 1990년대 그 자체였다. 옷뿐만이 아니었다. 최초의 택시 광고, 최초의 인터넷 스트리밍 런웨이 등 헬무트랭은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현실을 깊이 파고드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불현듯 헬무트 랭은 헬무트랭을 떠났다. 13년이 흘렀다. 미니멀리즘, 리얼리즘, 그리고 모더니즘. 변하지 않는 가치를 대표하던 브랜드는 총기를 잃고 표류했다. 대중을 간파하던 브랜드는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헬무트 랭이 그리웠지만 헬무트랭은 잊혔다. 헬무트랭은 이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2017년, 헬무트랭은 <데이즈드>의 편집장 이자벨라 벌리를 헬무트랭의 전속 에디터로, 그리고 후드 바이 에어의 셰인 올리버를 전속 디자이너로 임명했다. 벌리는 사진가 에단 제임스 그린과 함께 헬무트랭의 리론칭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에는 헬무트랭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겼다. 담담한 사진과 함부로 돋보이지 않는 로고, 언뜻 봐도 눈길을 사로잡는 소재와 디자인은 바로 헬무트랭이었다. 헬무트랭은 아카이브를 주목했다. 택시 광고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했고, 그를 기념하는 캡슐 컬렉션도 공개했다. 헬무트랭의 대표 아이템을 복각해 판매하는 리에디션 캡슐 컬렉션을 통해 1990년대의 헬무트랭을 경험하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헬무트랭의 진가를 보여줬다. 그리고 마크 하워드 토머스를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지명하면서 2008 S/S 컬렉션 이후 멈춰 있던 맨즈웨어 컬렉션의 새 시작을 알렸다. 이렇게 다시 헬무트랭이 돌아왔다. 13년 동안의 애매한 공백을 딛고 담백하지만 공격적으로, 헬무트랭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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