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도 괜찮아

시원하게 다리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PRADA, DIOR, FENDI

불과 3년 전 얘기다. 허벅다리의 반 이상을 드러낸 사내를 마주하면 흘끔흘끔 곁눈질로 훔쳐보곤 했다. 비단 매끈하게 빠진 다리 라인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했다. 말그대로 만감이 교차했다. 그렇다. 지극히 보수적인 성격 탓이다. 하지만 1년 전부터는 패션을 제법 알 법한 스타일의 남자들이 무릎을 드러내기 시작해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것이 2018년도의 봄/여름 유행을 알리는 전조증상일 줄이야!

LOUIS VUITTON

새로운 시즌의 반바지는 말 그대로 짤뚱하다. 그것도 아주 호기롭게 말이다. 과감한 디자인 탓에 요즘 출시되는 팬츠는 보더 쇼츠인지, 드로어즈인지, 반바지인지 길이만 봐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소재와 헴 라인의 마무리까지 꼼꼼히 보지 않고서야 수영복을 걸치고 외출을 하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디올, 루이 비통, 펜디, 프라다 등등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이너들이 수영복을 놓고 토론회를 펼쳤다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패션적인 시각에서다. 루이 비통은 보디슈트에 하와이안 셔츠를 매치해 금방이라도 바다에 뛰어들 것만 같은 시원한 스타일을 제시했고, 프라다는 셔츠와 니삭스에 곁들여 슬기로운 쇼츠 활용법을 소개했다. 구찌는 한층 더 유쾌하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너드식 지휘는 바지를 입는 것을 까먹기라도 한 듯 드로어즈 스타일의 팬츠를 선보였다. 이런 과감함까지?

SALVATORE FERRAGAMO, GUCCI, VERSACE

여하튼 새로운 반바지에 도전하고 싶다면 디자이너들의 스타일링 방법을 참고하면 좋겠다. 블레이저에 매치해 슈트 스타일의 고정 관념을 깨는 재미있는 발상부터 니트웨어에 편안하게 연출하는 보편적 방식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까. 상반된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상관없다. 분명한 것은 당신의 패션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에 지금이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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