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통행료를 달라고 하지 않는다

미술품 경매 전문 회사 필립스가 한국 사무소를 열었다. 시계 부문 대표 로버트 페라치를 만났다.

시계 경매를 모르는 독자를 위해 당신이 필립스에서 무엇을 하는지 말해줄 수 있나?

필립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품 경매 회사 중 하나다. 나는 시계 부문의 아시아 총책임자로 홍콩과 타이베이, 도쿄 사무실을 총괄한다. 또 나는 경매인이다. 판매를 원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시계를 위탁하면 우리가 경매를 열어서 구매자를 찾는다.

어떤 빈티지 시계가 인기인가?

요즘 애호가들은 세 가지 요소를 찾는다. 첫째, 희소성이다. 몇 개나 만들었는지. 둘째, 품질이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지, 개조나 복원 없이 원형 그대로의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지. 그리고 세 번째는 최근 들어 중요해진 건데, 유명인이 찼는지의 여부다. 폴 뉴먼 같은 배우 등.

빈티지 시계 전문가들은 바젤월드나 SIHH 같은 박람회에는 안 가나? 당신은 가나?

매년은 못 가도 가려 노력한다. 시계 박람회는 우리에게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신제품 시계 출시 자체에 의미가 있다. 지금 출시되는 시계가 경매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다. 늘 업데이트를 한다.

이번에 제네바와 바젤의 시계 박람회에 가서 보니 요즘 트렌드 중 하나가 빈티지 시계처럼 생긴 신제품 시계였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거지. 5~10년 전 시계 회사들은 새 디자인, 새 케이스, 새 무브먼트, 새 기능 등을 갖춘 시계를 내놨다. 시장 반응도 좋았지. 지금은 시장이 더 간결한 걸 원하는 것 같다. 기능도 시간만 보이는 거라거나, 디자인도 더 클래식한 쪽으로.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자신의 전통을 다시 찾아내 옛날 상징을 만드는 것 같다. 소재를 발전시켜서.

그런 신제품 시계 회사의 레트로 시계가 필립스에서 파는 앤티크 시계의 경쟁자가 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까 말한 것 있잖나. 희소성. 그 면에서 요즘 시계는 빈티지 시계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옛날 시계는 생산량이 적다. 100~1000개 정도였다. 요즘 시계는 1000~1만 개 정도 만든다. 그런 시계가 우리에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투자가치가 있는 시계는 뭘까?

결과론적으로 우리 경매의 가장 큰 스타는 파텍필립과 롤렉스다.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수집가는 품질과 희소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오메가, 론진, 모바도, 제니스 같은 브랜드를 경매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시계도 시장 반응이 좋을 것 같다.

빈티지 중에서도 파텍필립과 롤렉스가 인기 있는 이유가 뭘까?

난 파텍필립이 스위스의 품질을, 롤렉스가 스위스의 실용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파텍필립은 사람이 만든 기계식 시계 중 가장 복잡하다. 롤렉스라면 매일 찰 수도 있다. 그 둘은 아주 상반된 기계고, 그러니까 관심을 끌겠지.

국가별 시계 시장에도 취향 차이가 있나?

홍콩 시장은 빈티지 시계와 요즘 나온 시계 시장으로 나뉜다. 싱가포르는 빈티지에 더해 인디펜던트 시계가 인기 있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동시에 아시아에는 시계를 수집하고 싶어 하는 20~30대 젊은이들도 있다. 우리가 겪어본 적 없는 시장이다. 꽤 재미있다. 한국 빈티지 시계 컬렉터도 두 명 만났다. 좋은 컬렉션을 가지고 있더군.

가격 면에서 빈티지 시계의 경쟁자는?

자동차다. 영국, 미국, 이탈리아의 빈티지 카. 남자 수집가에게 자동차와 시계는 비슷한 매력이 있다. 디자인과 기술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에서. 그래서 나는 빈티지 자동차를 우리의 경쟁자로 본다. 지금 옥션에 나오는 빈티지 카는 1950~1970년대 생산물이다. 완전히 같은 세대의 시계가 시계 경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동차를 수집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그게 자동차 수집의 부정적인 면이다. 시계 쪽이 더 관리하기 편하지. 통행료도 없고 면허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수리는 필요하다. 우리는 5년에
1회 정도의 세척이나 급유를 권한다. 그러면 나중에 고장 나서 수리할 때보다 돈이 덜 든다.

애플 워치는 안 좋아하겠지?

존경한다.

정말?

존경하지. 스위스 시계업계는 17세기에 엄청난 발전을 했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일본의 쿼츠 무브먼트가 있었다. 그런 식의 기술적으로 발전한 새로운 시계가 있었지. 21세기는 애플 워치가 그런 식의 발전이다. 엄청나게 쓸모 있고, 기능은 몇 개나 되는지 알 수도 없다. 하지만 갖고 있지는 않다.

말이 빈티지 시계지 그냥 낡고 헌 물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빈티지 시계의 매력이 뭘까?

빈티지 시계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대표하는 물건이 된다. 당시의 디자인과 기술과 사회적 면모 같은 것들이 물건 안에 들어 있다. 빈티지 카도 그렇지. 그걸 중고차 구입이라고 생각하지 않잖나. 지난 시대는 가장 상징적인 시계를 만들어냈다. 그걸 모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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