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필라티의 타고난 스타일

스테파노 필라티의 스타일에는 파괴적인 낭만이 있다.

패션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의 사진을 찾아보는 건 흔쾌히 즐겁게 하는 몇몇 일 중 하나. 그러곤 예외 없이 확대해본다. 마치 태어나 처음 옷이라는 걸 본 사람처럼 곳곳을 구경한다.

세상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남자. 낯부끄러운 저 훈장이 스테파노 필라티에게만큼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는 옷을 입을 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배치한 뒤 드라마와 낭만을 불어넣는다. 동물적 직감으로. 스테파노 필라티는 타고났다.

스테파노 필라티의 본능은 바지를 입는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대부분 밑위가 길고 통이 넓은 것.

앞 주름이 두세 개씩 잡힌 바지도 많다. 청바지마저 자루처럼 넓다. 이렇게 고상한 바지와 드레스 셔츠를 새빨간 나이키 운동화나 고무 부츠와 함께 입는다. 허리를 바짝 올려 입은 날엔 고전 영화 속 배우처럼 보이고 종종 아슬아슬하게 내려 입을 땐 로커 같기도. 극강의 대비를 내키는 대로 줄타기 한다.

 

최근 베를린의 분방한 정신을 온몸으로 흡수한 스테파노 필라티는 한층 드라마틱해졌다. 다리가 3개는 들어갈 것처럼 통이 넓었다가 발목에서 가파르게 좁아지는 바지를 자주 입는데, 이럴 때 신발은 아주 투박한 운동화나 굽이 높은 부츠를 신는다. 베를린을 점령한 이탈리아 왕처럼.

특별히 좋아하는, 바지를 멋지게 입은 스테파노 필라티의 사진들을 골랐다. 고상한 집시, 우아한 파괴자. 그는 오늘도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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