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는 다리를 놓는 일

가장 싼 시계도 2400만원인 오데마 피게의 손재승 점장은 손님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 거의 맞는다고 했다.

오데마 피게는 고가니까 초코바처럼 쉽게 살 수는 없어요. 아무도 안 오는 날은 없죠?

하루에 한 두 팀쯤 올 때는 있죠.

솔직히 하나도 안 팔리는 날도 있겠네요.

있죠.

그런 날 매장에선 뭘 하세요?

준비를 하죠.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고, 상품을 정리하고, 상품에 혹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시계를 구경하러 온 사람이 ‘이건 얼마인가요? 저건 얼마인가요?’라고 묻는 것도 집계되나요?

집계됩니다. 고객이 예물을 본다고 하면 그 예물이 언제쯤 필요한지, 어떤 모델이 필요한지 등의 정보를 알아봅니다. 오데마 피게 시계의 어떤 요소 때문에 우리 제품을 원하는 건지도 알아보고요. 그런 부분이 내부적으로만 보관하는 상담 자료가 됩니다.

지금 계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오데마 피게 고객을 놓고 봤을 때 오데마 피게는 누가 좋아하나요? 오데마 피게의 어떤 시계가 인기가 많아요?

3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의 남자들이 오데마 피게를 좋아합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시계는 로얄 오크입니다. 오프 쇼어는 아직이에요. 저희 고객은 시계를 찼을 때 두께에 민감해요. 로얄 오크는 두께가 10mm쯤 되는데 오프 쇼어는 14mm 정도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커요.

오데마 피게 정도로 비싼 시계는 고소득자가 사나요, 아니면 자산이 많은 사람이 사나요?

자산가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약 5000만원까지는 괜찮은데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로 들어가면 2억이 넘어가니까요. 그 정도 가격대는 소득으로는 힘들겠죠.

고가 시계는 세일즈가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해요. 나름 다 조사를 하고 ‘난 이 시계가 갖고 싶다’고 명확히 생각할 것 같아서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설득해서 판매해야 하는 부분도 있나요?

6 대 4 정도 됩니다. 물건이 좋은 걸 알고 오신 분이 60% 정도인 것 같아요.

모르고 물건을 사러 오는 40%를 설득하는 건 점장님의 역량이겠네요.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손님이 오셨을 때의 환경이라거나 고객이 관심이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대화의 어느 부분에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등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자료도 준비해야 하고요. 아무리 시계를 좋아해도 시곗값이 억 단위로 넘어가면 고민을 하긴 해요. 한 번에 보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그다음에 연락을 하고, 다시 매장에 와서 생각하죠. 그런 이야기 안에서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바로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이 물건이 팔리겠다’는 느낌이 올 때도 있나요?

있어요. ‘이분은 오셨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이분은 좀 고민이 많구나’, ‘이분은 곧 다시 오겠다’ 같은 느낌이 없으면 세일즈하기 힘들어요. 그런데 느낌이 많이 와요. 100에 90 정도는 맞고요.

일을 하다 보면 그런 느낌이 생겨요?

저희가 1년에 시계를 100개 판매한다고 치면 세일즈 상담은 500번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 경험이 1년, 2년, 3년을 거치고 10년이 넘게 되면 느낌이 생기죠. 고객 성향이 달라요. 경험을 계속하다 보면 거의 모든 성향의 고객을 한 번씩 겪는데, 그러면 느낌이 오게 돼요.

영업은 어떨까요? 오데마 피게는 매장에서 기다리고 있기만 해도 매출이 보장되나요?

그건 아니에요. 10년 전엔 말하자면 ‘고객을 기다려서 하는 세일즈’ 개념이었어요. 요즘은 고객의 동의 후 받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고객에게 연락을 하죠. 문 안으로 들어오는 고객을 기다리지 않아요. 세일즈로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려 하죠.

각각의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다 다를 것 같아요. 디자인, 가격, 브랜드 스토리, 아니면 중고 시세일 수도 있고요. 그런 요소 중 고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시계의 디테일 중 가장 구별이 확실한 디자인 요소가 베젤입니다. 보통 시계 베젤은 폴리싱 처리된 원형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오데마 피게의 베젤 같은 베젤을 가진 곳은 저희밖에 없어요. 베젤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아이콘이라고 볼 수 있는 상징적인 부분입니다.

고가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내 시계가 얼마나 비싼지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에게는 오데마 피게의 매력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겠어요.

그런 손님은 저희 입장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아요. 저희 브랜드의 정통성과 역사를 안내해드리면 금방 수긍하세요.

브랜드의 정통성이나 역사가 실제로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요?

미치죠. 흔히 오데마 피게는 ‘세계 3대 시계 브랜드’라고 하니까 그 사실 자체에 비중을 두는 고객도 많이 있어요.

무형의 이야기가 실제 가치와 연관이 있다니 흥미롭네요.

아무리 좋은 브랜드의 시계도 구매를 결정하려면 여러 브랜드와 비교하게 돼요. 비교해서 알아보다 보면 역사가 나오죠. 맥이 끊겼던 브랜드와 쭉 이어져온 브랜드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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