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와 나이키가 만났다

운동화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노보가 만든 운동화 한 켤레는 예술이 됐고, 하루 만에 세상을 뒤집었다.

예술과 달리기. 공통점을 찾기 힘든 두 단어를 만나게 한 사람, ‘노보’다.

노보는 타투이스트고, 회화 작가며, 설치 작가다. 노보의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

노보의 예술은 현실을 바꾼다. 긍정적으로. 노보의 작품은 현실 장애물을 한순간에 발목 높이도 되지 않는 낮은 허들로 바꿔 버린다. 이것이 노보의 시그너처 ‘HOPE’라는 단어와 ‘종이비행기’ 그림이 가진 힘이다. 노보의 작품에 놀랄 만한 기교나 변주는 없다. 그의 표현은 직관적이다. HOPE라는 글자 그대로 작품에 그리고, 종이비행기 모습도 우리 상상대로다. 노보의 작품은 일차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이해될 수 있고,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노보는 타투이스트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더이상 단순한 타투이스트가 아니지만 말이다. 처음에 혹자는 그의 타투를 보고 장난, 낙서라 했다. 그동안 소위 ‘훌륭한’ 타투라 여겨졌던 것들과 노보의 타투는 달랐으니까. 그러나 노보는 멈추지 않았다. 그 고정관념에 맞서 그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계속 그렸다. 표현 방식은 타투를 너머 바디 페인팅, 사진, 바느질, 회화, 공간 등으로 확장되었고, 그의 감정 표현은 더욱 풍부해졌다. 결국, 지금 노보는 장르를 뛰어 넘은 독보적인 ‘노보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 누구도 ‘노보 스타일’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종이비행기 혹은 HOPE라는 단어만 보아도 노보를 떠올릴 수 있으니. 노보는 어느새 희망과 자유의 아이콘처럼 되었다. 그후 수많은 브랜드에서 노보를 원하고, 그 덕에 그는 여러 차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화장품부터 여성 구두, 음료수, 가방 등 협업한 브랜드 종류도 다양하다. 노보에게 컬래버레이션은 도전이다. 허접해 보이는 것은 딱 질색이다. 새로운 소재와 오브제에 자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을 거듭한 후, 노보는 항상 최선을 보여준다.

2018년 4월 노보가 꼽는 최고의 컬래버레이션 결과물이 세상에 나타났다. 나이키와 함께 한 ‘나이키 프리 런 2018’ 컬렉션이다. 한국 아티스트가 나이키와 컬래버레이션하여 운동화를 출시한 것은 최초다. 주제는 서울이다. 서울에 사는 아티스트이자 러너인 노보가 본 서울의 모습을 운동화 한 켤레에 담았다.

나이키와 컬래버레이션 한 최초의 한국 아티스트가 된 것을 축하한다. 운동화는 하루 만에 매진되었다. 그래도 이번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까 한다. 나이키 프리 런 2018 컬렉션을 통해 서울의 어떤 모습을 담고 싶었는가.

나에게 서울은 늘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으로 가득 채워지는 공간이다. 때문에 나는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이는 아티스트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도시의 변화와 관계 없이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를 가지고 달리고 있다. 그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그 피로는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나는 종이비행기와 HOPE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러닝을 자주 한다고 들었다. 러닝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는가?

어렸을 때 부터 달리기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거였다. 달리는 동안 느껴지는 감정이 좋다. 달리고 난 후 성취감과 희열도 그렇고. 나도 달리는 와중은 힘들고 괴롭다. 죽을만큼 숨이 찬 순간도 있다. 그러나 다 뛰고 났을 때 끝내 내가 해냈다는 그 느낌! 난 감정에 중독됐다.

러너로서 러닝화를 디자인하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당신에게 특별했을 것 같다.

굉장히 설렜다. 꿈이 현실이 된 느낌이다. 나는 마라톤을 한다. 주로 10km나 하프 코스를 달리지만, 1년에 두 번은 풀 코스 마라톤을 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시간이 되는 한 아침에 잠깐이라도 달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러닝화를 신어봤겠는가. 때문에 운동화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매개체다. 이번 작업은 내 감성을 100프로, 200프로 표현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공들여 작업했다. 러닝화 두 쪽을 다르게 디자인했고, 신발 깔창에 수많은 종이비행기를 그려 넣었다. 손으로 그린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이 노보 스타일로 표현되었다.

작업실이 특이하다. 북촌인 것도 그렇고. 그 이유가 있는가?

북촌 작업실은 나와 나의 아내, 그리고 아이가 함께 살았던 곳이다. 아이가 4살까지 이곳에서 자랐고, 집을 이사한 후에는 온전히 내 타투 작업실 겸 아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공간을 사용한 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저 옆 방 침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누웠다(웃음). 벽 곳곳에 있는 낙서는 우리 아이의 작품이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하나, 둘 모았더니 이런 모습이 되었다. 원래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한데, 특정 사물이 주는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할 때가 많다. 그래서 물건을 더 못 버리는 것 같다. 북촌에 작업실을 마련한 이유는 이 동네에서 군생활을 해서 익숙하기도 했고, 천천히 변하면서 옛 모습을 간직한 북촌이 좋았다. 이 동네를 거닐며 생각한다. 나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본질을 작품에 잘 담고, 그것을 오래 지켜내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이키 한국 본사에 꾸몄던 쇼룸도 노보의 작업실 콘셉트였다.

소파, 의자, 책상, 기타, 냉장고 등 실제로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을 쇼룸에 옮겨 꾸몄다. 벽에 있는 그림도 직접 다 그리고. 나의 감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노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단순하다. 내 눈이 끌리고, 마음이 끌리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예술계 혹은 미술계에는 장르가 있다. 회화, 설치, 조소, 사진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내 작품에 장르를 규정짓고 싶지 않다. 나는 그림도 그리고, 설치 작업도 하고, 바느질도 한다. 그러나 작업할 때 사용하는 재료나 플랫폼을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니까. 나는 작품에 담은 메세지가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볼 때, 있는 그대로 사물이 주는 메세지를 해석했으면 좋겠다. 그게 아마 내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일 거다.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에는 ‘희망’이 많다. 이번 운동화 역시 그런가?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 달리기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걸 안다. 거리에 대한 두려움, 완주에 대한 두려움이 클 거다. 나는 내가 이번에 디자인한 운동화를 통해 사람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달려보았으면 했다. 운동화 끈을 꽉 묶고 집 밖으로 나와 도전하고 즐기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지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마음을 운동화에 담았다. 뛰다가 힘들면 걸으면 되고, 즐기다 보면 완주를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목표가 생길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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