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비치 타월이 필요한 이유

Don’t Kill My Vibe.

스트라이프 비치타월 $100 폴 스미스 by 이스트 데인.

동식물이 그려진 비치타월 가격 미정 에르메스.

몇 주 전 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바다가 있고,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모래사장이 있고, 크고 잘 익은 망고가 놀랄 만큼 저렴한 나라로. 무더운 나라였다. 가만히 서 있으면 금세 티셔츠가 땀으로 촉촉해졌다. 지글지글 열이 오른 모래사장에 맨발이 닿으면 누구라도 참새처럼 종종걸음을 하게 되는 곳이었다. 3박 4일 동안 아예 물속에 들어가 살기로 작정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바다를 보고, 아침을 먹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하루 일과는 먹고, 수영하고, 쉬고의 반복. 수많은 파도를 넘고 이윽고 바다를 빠져나와서 선베드에 몸을 눕히면 아직도 파도와 파도 사이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울렁거렸다.

비치 타월은 어느 때나 요긴했다. 수건도 됐다가, 담요도 됐다가, 돗자리도 됐다가, 비치웨어도 됐다. 눈이 부신 백사장 위에 나만의 비치 타월을 깔아 두면 저 먼 바다에서 돌아올 때도 정확한 좌표를 찍을 수 있었다.

젖은 비치 타월을 말리고, 다시 적시고 말렸다. 수건에 어느새 소금기가 가득했을 때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었다. 타월에 남아 있는 모래를 탈탈 털어낼 때의 솔직한 심정은 아쉬움보단 좋은 꿈을 하나 꾼 것 같았다. 세탁하고 말려서 보송보송해진 타월을 일인용 소파 위에 덮개처럼 씌워놨다. 요즘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꼭 그 위에 앉는다. 마음을 울렁이던 파도가 꿈처럼 지나간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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