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는 열반을 꿈꾼다

A Man Apart

로스앤젤레스가 불타고 있다. 세기말적 분위기로 최악의 산불이 으르렁대고 있지만 선셋 대로의 샤토 마몽은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처럼 평화로웠다. 이 아이러니한 분위기에서 호아킨 피닉스와 인터뷰를 갖기로 했다.

화재로 운을 떼 지진을 포함한 캘리포니아의 자연재해와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거다. ‘불타는 피닉스’, 그를 만나기 전에 이미 기사의 헤드라인도 뽑았다. 머릿속으로 완벽하게 예행연습을 마쳤다. 피닉스만 이 주제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며칠 전에 연기에 뒤덮인 골짜기도 봤는걸요. 이 정도는 뭐 괜찮은데요?”

피닉스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거주한다. 최악의 산불로 뒤덮인 샌퍼디낸드 밸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의 관심사일 거라 생각했다. 뒷마당에 물을 뿌리거나 피난 계획을 짜지 않을까 하고. 피닉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지루함이 전해졌다.

산불은 그에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 작품에 몰입한 나머지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한 걸까. 동시에 ‘불타는 피닉스’라는 헤드라인도 불타 사라졌다.

먼지 쌓인 SUV 차를 타고 카고 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피닉스. 그와는 두 번째 만남이다. 영화 <그녀>가 개봉했던 2013년에 샌퍼디낸드 밸리의 비건 타이 음식점에서 만났다. 오늘의 그는 5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굳이 찾자면 턱수염이 희끗해진 정도랄까. 여전히 헤어스타일은 정돈되지 않은 듯 부스스했고 자유로운 영혼의 히피족 같았다. 바지 뒷주머니에는 담뱃갑이 꽂혀 있고, 검은 티셔츠에는 담뱃재가 묻어 있다. 그의 선글라스 한쪽에는 안전핀이 튀어나와 있었다. “굳이 안경 나사를 찾아 고정해야 하나요?” 피닉스다웠다. 아, 그는 말을 할 때 머뭇거린다.

이제야 떠올랐다. 피닉스가 어떤 사람인지. 그는 산불 따위에 난리 법석 떠는 인물이 아니다. 태생이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요즘처럼 하는 일마다 잘되는데 자연재해에 대해 조바심 낼 필요가 있을까.

“지금이 제 전성기예요.” 마흔셋에 전성기라니, 나쁘지 않다. 영화 <마스터> <이민자> <그녀> <인히어런트 바이스> 등을 끝내고 몇 년 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음 작품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시 그의 시대가 열린다. 2018년에 총 네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 올해 오스카상 수상 여부로 도박을 한다면 판돈을 몽땅 그에게 걸어도 좋다(고 확신한다. 그는 지금까지 후보에 세 번 올랐다).

첫 번째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주의 감독 린 램지의 작품이다. 그는 2017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영화는 <라이언> 감독 가스 데이비스의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여기서 피닉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연기했다. 세 번째 영화는 구스 반 산트의 <돈 워리, 히 원트 겟 파 온 풋>, 포틀랜드에 살았던 사지 마비 환자인 만화가 존 칼라한의 이야기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언급한 작품은 그의 연인 루니 마라와 함께 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촬영을 마친 <더 시스터스 브라더스>가 있다.

피닉스에게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비평가와 동료들은 피닉스가 자기 세대 최고의 배우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마크 러팔로는 피닉스의 재능에 질투를 느낀다고 했다. 최근 같이 작업한 작품의 감독들은 그에게 존경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의례적이고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는 재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심오하고 직관적이고 친절하고 순수한,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문 인간이다.

“호아킨과의 작업은 아름다운 야생동물과 함께 하는 것 같았어요. 그에게 자유를 주면 날것의 연기를 보여주죠. 스토리가 인위적이거나 대본이 미흡하면 그는 잽싸게 알아차리고 자유를 잃은 듯했어요. 굉장히 지적이고 완벽하게 본능적인 배우예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저주도, 재능도 될 수 있는 예민함도 가졌죠. 내 이상향에 가까운 인간이라 생각해요. 그보다 예수를 더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거예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의 감독 가스 데이비스가 말했다.

피닉스를 20년 가까이 알았고 <투 러버스> (2008)와 <이민자>(2013)를 비롯해 네 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제임스 그레이는 그를 할리우드에서 덜 찌들고 덜 타락한 사람이라 했다. “그는 일과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사로운 것들을 기꺼이 무시할 줄 알아요. 나에겐 최고의 배우죠. 몬티 클리프트, 말런 브랜도, 젊은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니로 같아요. 불같은 열정, 강인함, 재주를 지녔어요.”

피닉스는 그런 주변의 찬사를 거부한다. 겸연쩍은 눈치다. “모두 주관적인 거예요. 다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네요.” 하지만 가까이서 그를 보고 듣고 느낀 동료들의 이야기다.

“좋아요. 그럼 고맙다고 하면 되는 거죠? 고마워요. 그렇지만 저에게 그리 큰 의미가 있진 않아요. 작품을 할 때 처음부터 ‘좋아. 잘할 수 있어!’라는 태도로 시작한 적 없어요.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발견해요.”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모두가 확신했지만 피닉스 자신만 준비 못 한 수상 같았다. 수상자로 그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그는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그는 시상식을 싫어한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으로 그가 여자 친구인 루니에게 몸을 기울여 “나가야 할까?”라고 묻는 장면도 확인된다.

영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로 화제를 돌렸다.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심리 드라마다. 피닉스는 상처받은 참전 군인으로, 상원의원의 딸을 어린이 매춘 소굴에서 구하는 암살자 역할을 맡았다. 린 램지는 피닉스가 적임자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다고 했다. “피닉스의 사진을 모니터에 붙여놨어요. 제 선택이 맞았죠. 그는 엄청난 배우예요. 내 영화 인생의 소울메이트를 드디어 찾았어요.”

피닉스는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영화 출연을 결정짓지 않는다. 그건 램지도 마찬가지. 배우를 직접 만난 후에야 캐스팅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촬영이 시작되고 처음 만났지만 그럼에도 모든 과정이 수월했다고 했다. 촬영은 단 29일 만에 끝났다. 램지는 거침없이 각본을 썼고 피닉스는 즉흥적으로 연기했다. 램지는 그들에게 창조의 신이 내린 것 같다고 했다.

피닉스는 램지와 성향이 비슷하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본능적이고 열정적이며 도전을 즐긴다. “우리 둘 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행동으로 보여주죠.” 그는 램지가 불꽃놀이와 총성이 들리는 음향을 사용해 “조의 손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라고 역할을 설명하거나, 그녀의 느낌이 가는 대로 촬영하는 걸 즐겼다(램지는 영화에 들어가지 못한 남은 분량으로 영화 세 편은 더 제작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흥미로웠던 촬영 첫날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수영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피닉스가 주저했다고 했다. “물이 차네요. 차가운 물을 싫어하는데그래서 집에 있는 수영장에도 들어가지 않아요.” 피닉스의 말에 램지는 그대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물에
빠진 감독이 손짓으로 나를 부르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어요. 무언가에 홀린 듯했죠. 램지도 나와 같이 경험이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램지는 피닉스가 작가주의 감독에게 끌리는 이유를 알았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추구해요. 제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죠. 작가주의 감독은 작품을 끝까지 쫓아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에요. 영화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요. 어떤 영화, 제작사, 스튜디오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엄격하게 나눠 맡은 역할만 하거든요. 그런 영화는 엿이나 먹으라고 해요.”

살인, 아동 강간, 자살 등 폭력적이고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 영화지만 현장 분위기는 즐거웠다. “피닉스는 트레일러에만 처박혀 있지 않았어요. 제작진과 함께 있고, 화장실도 공용 화장실을 이용했죠.”

피닉스에게 어두운 주제의 영화를 어떻게 웃으며 촬영할 수 있느냐고 묻자 2004년 <래더 49>를 찍을 때 소방관과 보냈던 시간, 그들이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화를 몇 분 이어나가자 다소 진지해진 자신의 모습을 눈치챘는지 다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따지고 보면 실제로 일어난 게 아니잖아요. 그냥 영화인걸요. 영화는 영화고,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할 뿐이고, 나중엔 어떤 장면인지도 기억 못 할 거예요. 역할에 몰입하는 게 힘들지 촬영 현장은 언제나 즐거워요.”

그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연기하지만 가식이라면 치를 떠는 터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배우처럼 이미지 메이킹 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대본을 읽고, 린과 이야기하고, 그런 시늉을 할 뿐이지만요. 모든 영화에서 마찬가지예요.”

몇몇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단역으로 출연한 그는 열다섯 살에 론 하워드의 <우리 아빠 야호>(1998)로 정식 데뷔했다. 그의 가족은 방랑 생활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다. 그러고는 성을 바틈에서 피닉스로 바꿨다.

피닉스의 형 리버가 로브 라이너의 <스탠 바이 미>(1986)와 구스 반 산트의 <아이다호>(1991)로 슈퍼스타가 됐다. 그러나 1993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는데 이 사건은 할리우드의 비극 중 하나로 꼽힌다. 이때 911에 구조 전화를 건 이가 바로 네 살 어린 남동생 리프였다. 당시 호아킨의 나이 열아홉이었다.

반 산트는 우리 기사의 취재에 응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피닉스를 잘 아는 감독은 없을 거다. <리버>를 감독한 그는 1995년 작 <투 다이 포>로 피닉스의 커리어를 정상의 궤도에 올려놓았다. 피닉스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순간순간 답을 찾으라고 저를 북돋아준 사람이에요. ‘성냥에 불을 켰는데 꺼졌다고? 그래도 괜찮아. 다 성냥의 일부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에는 그의 태도와 그런 말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장본인이죠.”

피닉스는 <글라디에이터> <퀼스> <싸인> <래더 49> <앙코르> 등에 출연했고 오스카상과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5년 전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다시 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배우가 “촬영이 끝나면 집에 가서 또 대본을 읽는다고? 내가 혈기 왕성한 스무 살짜리보다 더 잘 노는군”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피닉스는 유흥을 쫓았고, 그로 인해 재활과 이미지 쇄신을 해야만 했다. “클럽에 갔지만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내가 그 안에 속해 있다는 기분을 못 느꼈거든요. 사람들과 잡담하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니고, 그렇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도 없었고요.”

2006년 재활원에 들어갔고, 그 탓에 <앙코르>의 실제 인물인 조니 캐시의 알코올중독, 메소드 연기에 너무 몰입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향락적인 삶에 염증을 느낀 그는 변화를 주고 싶었을 뿐이다. 피닉스는 자신을 알코올중독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도 종종 술을 마신다. <뉴욕타임스>에서 “재활의 열두 단계를 밟는다고 들었을 때 ‘잠깐, 나는 대마초를 계속 피울 건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진짜 커리어의 분수령은 2010년 작 <아임 스틸 히어>였다. 셀러브리티에 대한 풍자극이자 가짜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연기를 그만두고 래퍼가 되려는, 엄청난 자아도취에 빠진 호아킨 피닉스의 역할을 맡았다. <레터맨 쇼>에서 보여준 괴상한 모습이 너무나 그럴싸해 진짜로 정신이 나가서 커리어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대체 저 인간이 왜 저러는 걸까? 이 모든 게 농담이라고 해도 배우가 굳이 코카인을 흡입하고 매춘부를 만나는 양아치 역할을 맡을 이유가 있을까? 피닉스는 제정신인 걸까’ 하는.

그는 <아임 스틸 히어> 덕분에 주저 없이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그 후 <마스터> <그녀>를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아임 스틸 히어>는 재미, 용기, 독창성, 무자비함 등의 여러 색이 집합된 영화다. 요즘의 셀러브리티를 향한 그의 증오가 담겨 있다. 나는 그의 최고 출연작 중 하나라고 본다. 증오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가 이런 인터뷰를 즐기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자기 홍보와 불안감을 유발하는 인터뷰 형식, 가식적인 상황도 싫어한다. 매체를 상대하는 건 양치 후 치실질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죠.” <레터맨 쇼>에서 188cm의 요가 강사와 약혼했다고 터무니없는 농담을 날리는 것처럼 가끔 실없는 말을 내뱉곤 한다.

피닉스가 갑자기 웃었다. “20년 전쯤에 영화를 촬영하는데 음식을 준비해주는 사람이 당근과 셀러리를 잔뜩 가져왔어요. 마크 월버그가 ‘아, 호아킨의 추수감사절이군’ 하더군요. 그 말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알다시피 피닉스는 비건이다.

그가 인터뷰를 불편해하는 건 사실이다. 여가 시간에 무얼 하느냐고 묻자 눈을 치켜떴다. “왜 그런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해야 하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라고 하니 얼굴을 찌푸렸다. “굉장히 터무니없는 질문이에요. 그럼 제가 뭐라고 말하면 될까요? 동전 수집가가 아니라고요? 대부분의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요.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친구 몇 명과 놀거나 영화 보는 게 전부예요.”

특별한 게 없는데 왜 말하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내가 하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일이 기사로 실리면 추해 보일까 봐요.” 그의 말처럼 그의 여가 시간은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본다. 코미디, 액션 등 장르 구분 없이 영화도 고루 본다. 정원 가꾸기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채소도 직접 심는다. 그렇다고 건강으로 유난을 떨거나 하진 않는다. 건강관리하고는 거리가 먼 듯했다. 개를 두 마리 키운다. 한 마리는 구조된 개로 엄청나게 나이 들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새벽 네 시에 기상한다고 했다. “일찍 일어나 인터뷰에서는 절대 말하지 않을 여러 일을 하는데, 그런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저녁 7시 30분에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그런 생활 패턴으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뭐, 소문난 집돌이니까.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아 성희롱, 백인 우월주의, 환경문제 등 사회문제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피닉스가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하나, 동물 학대에 관한 이슈다. <아임 스틸 히어>의 감독이자 처남인 케이시 애플렉이 성희롱 혐의에 연루됐을 때도 입을 열지 않은 그다.

제임스 그레이는 그럼에도 피닉스는 세상에 마냥 무관심한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정치, 세계정세에 대해 대화한 적은 없어요. 지루하고 무거운 주제잖아요. 대신 음악, 예술처럼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의 감정이 머무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요.” 카메라 앞에서는 적극적이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피닉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고 했다. “다정하고 상냥하고 예민한 사람이에요. 맡은 역할에 온갖 열정과 애정을 쏟아붓죠. 연기를 부정적인 것들의 배출구로 삼는 거예요.”

거만해 보일 수 있어 연기에 대한 질문도 딱히 즐기진 않지만, 질문을 받으면 대답은 한다고 했다. 자주 “정말 이런 게 궁금해요?”라고 되묻긴 했지만. 나 역시 공감하는 반문이긴 하지만 우리는 들어야 할 명분이 있다. 피닉스니까. 그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은 고무적이고 삶의 레시피 같다. 그는 본능을 믿고 따르는 법을 배웠다.

“대본을 읽는데 느낌이 오는 작품이 있어요. 그런 작품을 고르죠. 촬영장에서는 감정이 순수해질 때를 기다려요. 그래서 빌어먹을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는 거예요.”

피닉스는 자신이 좋은 배우라는 걸 알지만 한 번도 무언가를 해냈다고 여긴 적은 없다. 그는 ‘똑똑한’ 행동을 했을 때 회의를 느낀다고 했다. “자아가 강한 사람은 똑똑하게 행동하는 걸 좋아하죠. 하지만 행동에 옮기면 최악이에요. 그걸 깨달으면 민망해지고요.” 자신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무언가에 몰입해 연기하기를 원한다. “계산하지 않은 것, 그러니까 마이클 조던처럼 말도 안 되는 골을 넣고 어깨 한번 으쓱하고 마는, 그런 걸 원해요. 내가 아닌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끌린 것 같은 느낌 말이에요. 그게 저에게는 열반의 상태예요.”

요즘 그의 삶은 부러울 만큼 평온하다. 꿈꿔온 일을 하고 있고, 이대로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감독을 맡거나 각본을 쓰는 것처럼 그가 해온 일에서 가지를 쳐나갈 계획도 없다. 연기, 그것도 텔레비전이나 연극 무대가 아닌 영화에서의 연기가 최선이라 한다. 드라마나 연극은 호흡이 너무 길어 같은 배역을 1년에 6개월이나 해야 하니 계속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그의 성향과도 맞지 않는다. 영화, 그것도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를 원한다. 그렇다면 장르 영화나 슈퍼 히어로물도 기꺼이 도전할 태세다.

10대 때부터 커리어를 쌓아온 그에게 데뷔 후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탄식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또한 대답하기 싫은 질문이라는 거다. 삶은 너무나 복잡하고 신비로운데, 몇 줄의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 다행히 그는 내가 허탕 치고 돌아가길 원치 않았다.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이게 바로 호아킨 피닉스의 딜레마다.

“내가 고집하는 삶의 방식이 맞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살아 있는 것을 경험하길 원하고, 동시에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원하는 만큼 준비할 수 있고, 상대의 반응이 뭐든 미리 생각하는 것도 좋죠. 무책임하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두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삶도 미리 예측하기보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일에 더 흥미를 느껴요.”

내가 그에게 듣고 싶었던 거다. <마스터> <그녀>로 피닉스와 호흡을 맞춘 에이미 아담스는 피닉스에게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순간을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벌어지지도 않을 일들을 예측하며 그를 만나러 왔다. 산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고, 피닉스를 만나기도 전에 기사 제목을 정했다. 예상했던 모든 것을 비켜간 인터뷰지만 괜찮다.

“20대에 확신한 배역의 오디션을 보고 떨어졌어요. 거지 같다고 투정 부렸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 원하던 대로 됐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곤 해요. 그렇게 되지 않았지만 보세요, 저는 지금의 제 모습에 굉장히 만족해요. 아시겠죠?” 그러고는 자신의 대답에 거북함을 느꼈는지 짧게 탄식하고 덧붙였다. “질문에 대한 답이었을 뿐이에요. 오늘 내가 했던 말, 하나도 믿을 게 못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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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Sanjiv Bhattacharya
사진Juergen Teller
출처
3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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