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철학자 브루넬로 쿠치넬리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친절한 보스이며, 권위에 도전하고, 자주 별을 바라본다.

지난 40년 동안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최고의 패션 브랜드를 일궈냈다. 그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고, 철학을 독학하기 위해 공학을 포기했으며, 지금은 훌륭한 캐시미어 스웨터를 만든다. 오늘날 그는 억만장자일 뿐만 아니라 <에스콰이어>에서 뽑은 옷 잘 입는 남자 중 하나다. 게다가 소득의 20%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기도 한다.

‘장인 정신, 품질, 그리고 가능하다면 창의력’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 적이 있죠. 왜 ‘가능하다면’이라고 했나요? 자신의 창의력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있나요?

가진 것 없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버려지지 않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창조의 수호자가 되고 싶었지요. ‘가능하다면’이라고 했던 건, 창의력에는 예산을 책정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죠. 반면 장인 정신과 품질은 돈을 들여 향상시키고 보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라면 내일도 창의력을 펼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잖아요. 게다가 창의력에 대한 평가는 타인의 몫입니다.

창의력을 개발하는 데 조언을 해줄 수 있나요?

명상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야 합니다. 고대 라틴어로 ‘창의적인 게으름’이라는 뜻의 명상이 저에게는 아주 중요합니다. 산책을 하면 사색에 잠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산책도 자주 하는 편이죠. 오늘날 사람들은 별 의미도 없이 온라인에 매달립니다. 저는 직원들이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길 바랍니다. 그 이상은 안 돼요. 저를 위해 일한다는 핑계로 영혼을 갈취하고 싶지 않아요. 삶의 적절한 균형을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오전 8시 정각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해요. 토요일과 일요일, 퇴근 이후의 저녁 시간에 이메일에 답하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저는 모두가 어제보다 나아진 창의력으로 아침에 일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간은 하루에 최대 다섯 시간까지 집중할 수 있어요.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어떤 계기로 회사를 설립했습니까?

저는 언제나 인간의 윤리와 경제적인 품위를 함께 북돋을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왔습니다. 삶의 가장 큰 꿈이었어요. 저는 농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기계가 아닌 동물로 땅을 일궜죠. 그땐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주변이 늘 고요하고 조용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즐겁게 살았죠. 저는 열다섯 살 때까지 쭉 그렇게 살았고, 당시의 기억을 여전히 아름답게 추억합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공장에 일자리를 얻어 도시 인근으로 이사를 갔죠. 아버지는 매일 퇴근 후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기에 직장에서 이런 모욕을 당하는 거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저는 자신에게 말했죠.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무엇을 하고 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은 목표로 삼자. 나는 도덕적 품위를 쌓는 일을 하겠어’라고요.

인류 차원에서 개인의 삶을 바라봐야 해요. 어제보다 5%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품위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모든 직원이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거죠. 미천해 보이는 일일지언정 중요하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게 도덕적인 품위예요. 일은 인간의 품위를 북돋아줍니다. 경제적인 품위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캐시미어 블레이저를 판다면 우리 회사는 적절한 이윤을 내야겠죠. 적절한 이윤이란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모든 주주가 이익을 얻고 모두가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노동자, 투자자, 은행가를 비롯해 과정에 얽힌 모든 사람이 공정한 보상을 받아야죠. 저는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10년 동안 동네 카페와 바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어요. 그곳에서 어떤 학생들과 이마누엘 칸트라는 철학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곧 찾아 읽기 시작했죠. 언제나 타인을 생각하며 행동하라는 가르침이 저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저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정직함, 존경, 배려를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은 아버지의 두려움이 가득한 눈을 기억하며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지역, 지위, 종교, 문화에 상관없이 모두를 존중해야만 합니다.

17세기의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인간이 세상을 판단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배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죠. 바로 제가 원하는 거예요. 배움 말입니다. 저는 판단하거나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제 생각으로 타인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들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그들도 제게 믿음을 심어주고 싶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이들이 당신처럼 직원을 존중하는 보스와 일하지는 못합니다. 권위자에게 어떻게 도전하는 게 좋을까요?

우리 회사에서는 1700명 가운데 1000명의 직원이 서른 살 이하입니다. 부모로서 우리는 그들에게 끊임없이 공포를 불어넣지요. 이제는 희망을 줄 차례입니다. 젊은이들도 우아한 저항에 참여해야 해요. 수동적으로 현 상황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도 반항적일 수 있어요.

이탈리아인으로 태어나 살면서 저는 언제나 그리스식으로 생각했어요. 그들은 다음 세대에게 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계승해야 한다고 설파했죠. 젊은이들의 참여를 북돋는 말입니다. 인류 차원에서 개인의 삶을 바라봐야 해요. 어제보다 5%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패션 산업은 이미지에 매우 집중합니다. 인상을 잘 다듬는 법에 대한 충고를 해줄 수 있나요?

온라인 세계, 즉 인터넷은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과 권력을 증폭시키죠. 이 문제를 더 예민하게 다뤄야 합니다. 모든 곳에 매일 당신의 생각을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20일에 한 번 정도씩만, 즉 가끔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의 매력이 증폭될 겁니다. 위대한 로마의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지만 영원히 살 것처럼 계획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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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Grace Cormier, Adam Grant
번역오 태경
사진BRUNELLO CUCINELLI,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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