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밀리는 상관없다

키드밀리는 더 이상 누군가를 이길 필요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점퍼 줄리앙 데이비드. 조끼 네임. 티셔츠 논디스클로즈. 모자 슈프림 × 사스콰치패브릭스.

<쇼미더머니 777>(이하 <쇼미7>) 결승에서 나플라, 루피에 이어 3등을 차지했다. 아쉽진 않나?

당일에는 후련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승 타이틀에는 욕심 없는데 상금 2억원이 좀웃음) 물론 결과는 납득한다. 다만 좀 더 열심히 준비할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2차 예선 중 나플라에게 우승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결승 무대까지는 당연히 갈 거라 생각하지 않았나?

2차 예선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 정도 앨범 내고 이만큼 공연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지. 2차 예선에서 나플라 형 무대를 보기 전까지는. 아마 그 자리에 있었던 래퍼들은 다 공감할 텐데, 나플라 형이 랩을 하면 분위기가 싸해진다. 그런데 심지어 나를 우승 후보라고 지목하는 바람에 갑자기 긴장감이 올라왔다. 심지어 다음다음 차례였는데, 그래서 집중력이 좀 무너진 거 같다. 본선은 당연히 올라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 뒤로는 정말 살아남는 데 급급했다. 나플라 트라우마가 생긴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2차 경연에서의 실수가 그 이후로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계속 걸림돌이 된 거 같다. 2차 경연이 <쇼미7>에서 처음으로 강렬하게 랩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는데 시작이 꼬이니까 계속 부담되더라. 본선에 올라가고 나서야 조금 즐길 수 있었다.

본선에서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선까지는 랩 경연이었다면 본선부터는 음악을 보여주는 무대로 바뀌는 거라 생각하니 즐길 만했다. 내 음악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으니까.

올해 3월에 발표한 정규 앨범 <AI, The Playlist> 에서는 하우스 비트에 랩을 했다. 기존의 힙합 신에서 나오던 앨범과는 차별화된 느낌이었다.

당시 작업할 때 힙합에 되게 질려 있었다. 트랩은 뻔하고, 붐뱁은 딱히 하고 싶지 않고, 퓨처베이스는 너무 말랑말랑하고. 그러던 와중에 특이한 음악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됐고 그 결과로 그런 앨범이 나온 거 같다. 메시지보다는 사운드적인 고민을 많이 한다. 사람들에게 뻔한 걸 주긴 싫다.

디지털 싱글 위주의 시장에서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는 건 일종의 선언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고 자란 래퍼들이 싱글보다는 앨범을 통해 뭔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했고 그게 멋있었다. 곡 하나에 감정을 다 실을 자신도 없고, 디지털 싱글을 내본 적도 없어서 어색하게 느껴졌고.

<쇼미7> 본선 무대를 통해 매주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는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스튜디오에서 준비하는 것과 무대를 위해 준비하는 건 다르더라. 음악을 만든다기보다는 쇼를 만든다는 생각이 컸다. 처음부터 라이브로 발표하는 곡이라 노래보다는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런데 이젠 디지털 음원을 내보고 싶긴 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니까.(웃음)

점퍼 줄리앙 데이비드. 조끼 네임. 티셔츠 논디스클로즈. 바지 엔지니어드 가먼츠. 운동화 아식스. 모자 슈프림 × 사스콰치패브릭스.

<AI, The Playlist>의 ‘AI’가 사랑을 뜻하는 일본어 ‘あい(아이)’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다.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힘든 시기에 작업한 앨범이라고 하던데,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 플레이리스트라는 의미일까?

앨범에 사랑 노래는 없지만 사랑에 대한 상실감에서 나온 감정을 통해 만들어진 앨범이라 그런 제목을 붙였다. 힘들어야 결과물이 잘 나오는 거 같다. 돈이 다 떨어졌거나 감정적으로 힘들다든가, 그런 고난이 있어야 작업물이 잘 나온다고 확신한다.

지난해 <쇼미6>에도 참가했지만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1년 사이에 다른 사람이 돼서 나타난 느낌인데.

소속 레이블인 인디고뮤직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스윙스 형이 대표지만 형은 챙겨야 할 사람이 이미 너무 많으니까 맏형인 내가 회사를 챙겨야 할 거 같다. 앰비션뮤직, 하이어뮤직, 메킷레인 정도가 우리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 레이블인데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뒤처진 상태로 시작한 거 같다. 음악적 커리어를 쌓으면 삶이 나아질 거라 믿으며 열심히 했는데 이왕이면 회사도 더 잘돼서 멋진 구성원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음악 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실력이 쌓인 거 같다.

스윙스가 인디고뮤직 설립 전에 직접 연락해서 영입 의사를 밝혔다던데.

정확하게는 ‘내가 회사를 만들 건데 네가 조금만 더 잘하게 되면 같이 하자’였다. 처음에는 그냥 열심히 하라는 덕담 정도로 생각했다. 그 뒤로도 특별히 더 열심히 했다기보다는 하던 대로 했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라 느껴질 만한 순간이 됐다.

인디고뮤직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블랙넛 형과 작업할 수도 없었고, 정규 앨범도 내지 못했을 거다. 당시는 행사가 들어오는 때도 아니었고 음원 수익도 없었는데 회사 돈으로 정규 앨범을 낼 수 있었으니까. 앨범에 대단한 돈을 투자한 건 아니지만 그때 내게는 100만원도 큰돈이었다. 뮤직비디오도 찍을 수 있었고.

빈지노의 ‘If I Die Tomorrow’를 듣고 나서 음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들었다. 반대로 음악을 그만두려다가 스윙스의 ‘내 뒤에 서줘’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음악을 그만두려 했던 이유가 뭔가?

나처럼 고등학교를 중퇴한 친구가 많았는데 다들 일을 빨리 시작했다. 스물두 살인데 차도 있고. 그때 나는 돈이 없어서 여자 친구한테 밥 한 끼 사주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런 주제에 집에 와서 가사나 쓰고 있는 게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도 여전히 힙합 곡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스윙스의 ‘내 뒤에 서줘’와 ‘지금부터 잘하면 돼’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윙스에게 이 얘기를 해본 적 있나?

없다. 생각만 해도 오그라들어서 안 할 거다.(웃음)

원래 프로 게이머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어쩌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특별히 프로 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리스펙트는 없었다.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고 게임만 하고 싶어서 희망했는데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으니 제대로 버틸 수가 없었지. 이번에 <쇼미7>에서도 느낀 건데 나는 승패를 가리는 것에 잘 맞는 편은 아닌 거 같다. 음악이란 게 주관적인 건데 스코어로 탈락시키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거 같다.

경쟁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가 보다.

불편한 경쟁이 부담스러웠다. 평소에 마음에 드는 비트에 어울리는 가사 쓰는 걸 좋아하는데 <쇼미> 예선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비트에 랩을 욱여 넣어야 하니 마음고생이 심했다. 잘못하면 탈락할 수도 있고. 그나마 본선 이후에는 완전한 노래를 만드는 거니까 잘만 하면 억울할 일은 없겠다 싶어서 부담이 덜했다.

지난 인터뷰에서 <쇼미7>에는 나갈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쇼미> 출연을 거절한 래퍼를 제작진이 계속 설득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따라 해볼까 싶었는데 그냥 삽질한 거지.(웃음) 그런데 사람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날 사랑한다고 했던 애인과 다음 날 헤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모든 말을 다 지키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게 아니라 변화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거다. 물론 내가 변했다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변했다’에 초점을 맞춰서 사람을 힐난하기보다는 이 사람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생각해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쇼미7>에서 <고등래퍼> 출연자들을 ‘래퍼라기보다는 방송인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 생각은 여전한가?

지금은 좀 달라졌다. 빈첸이나 하온이, 영비, 특히 노엘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실 약간 질투도 섞인 말이었던 거 같다. 나보다 어린 놈들이 랩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돈 벌고 행사 뛰나 싶어서. 꼰대 마인드였지. 그런데 만약 <고등래퍼> 심사위원이 된다면 실력 있는 지원자 중에서 앨범 욕심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통과시키고 싶을 거 같다. 반대로 그저 유명해져서 랩이나 팔아먹는 관종이나 돼서 열심히 하는 애들까지 욕먹일 거 같다 싶으면 무조건 탈락시킬 거다. 돈이 생기면 음악 작업으로 결과물을 내려고 하는 래퍼라면 응원하고 싶다.

코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후드 집업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모자 스톤 아일랜드.

방금 언급한 빈첸과는 한때 서로 디스전을 펼친 사이다. 그런데 <쇼미7>에서 팔로알토와 심바자와디가 화해한 것에 영향을 받아 두 사람도 화해했다고 들었다.

빈첸한테 질투심을 느꼈던 거 같다. 그러다가 빈첸 쪽에서 우리 스타일을 따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감정이 더 불거졌다. 최근에도 내가 <쇼미7>에 나가서 촬영하던 시기에 빈첸이 <마이크스웨거>에 나와서 나를 디스해서 너무 열받았다. 그래서 나도 디스 곡을 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팬들끼리 싸우는 거다. 인디고 팬은 빈첸 팬한테 욕하고, 빈첸 팬은 우리 팬한테 욕하고. 팬들끼리 그러니까 좀 싫더라.

담배 피우다 산불 낸 격이랄까.

맞다. 그건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 빈첸을 디스한 건 맞짱을 뜨고 싶은 거였지, 팬들이 빈첸 욕을 해주길 바란 게 아니었다. 그래서 청산할 건 청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나자고 했다. 처음부터 화해하려고 한 건 아니다. 대화했는데 합의점이 없다면 다시 싸웠을 거다. 그런데 내가 팬들끼리 싸우는 게 싫다고 하니까 빈첸도 그렇다고 해서 쉽게 정리됐다.

<쇼미7>에서 프로듀서 선택권이 팔로알토, 코드 쿤스트의 하이라이트 레코즈밖에 없었다. 혹시 다른 팀에 가고 싶진 않았나?

VMC는 내 색깔과 맞지 않을 거 같고, 일리어네어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 같았다. 스윙스, 기리보이 쪽으로 가면 왠지 욕먹을 거 같고.(웃음) 애초에 코드 쿤스트 형이 제일 좋아서 하이라이트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었다. 만약 다른 팀에 그레이나 자이언티가 있었다면 좀 고민했을 거 같고.

코드 쿤스트의 비트는 실험적이고 섬세한 느낌인데, 본인과 잘 맞았나?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빈티지한 아날로그적 감성의 비트에 랩을 해본 지 오래됐고, 기리보이 형이나 그레이 형이 찍는 전자음에 익숙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래퍼들은 <쇼미>에 나온 전후로 입지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 같다.

스윙스 형이 그랬다. 많은 래퍼들이 <쇼미>가 끝나면 목적을 잃는다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쇼미> 예선에 통과하면 이틀 뒤에 문자가 온다. 다음 촬영 일정이 언제고, 어떤 미션이라고. 그리고 계속 다음 미션을 준비한다. 네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수능 보는 기분이 든다. 그게 다 끝나면 쉬고 싶어지는데 바로 스케줄이 잡히니까 쉴 수가 없더라. 그러면서 이해했다. <쇼미>에 나가서 6개월 동안 연예인 노릇하다가 앨범도 못 내고, 이미지만 소모되고, 끝내 돈도 못 벌게 되는 이유를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쁠 때 더 바쁘게, 내 방향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올해 5월에 발표한 <IMNOTSPECIAL> 앨범에 수록된 ‘daddy’라는 노래의 가사에서 부모님의 이혼과 두 누나의 죽음을 밝혔다. 이번에 <쇼미7> 결승 때도 조금 언급했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누나 이야기는 노코멘트하겠다. 부모님이 슬퍼할 거 같아서 자세히 이야기하긴 어렵다. 원래 엄마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했는데 잘 안됐다. 돈을 많이 잃어서 아빠와 불화가 생겼고 결국 이혼했다. ‘daddy’는 사람들에게 나를 알려주고 싶어서 쓴 곡이었다. 내가 좋아한 래퍼들은 다들 자기 얘기를 했고, 나는 그게 멋있었다. 언젠가 프로덕션이 갖춰지면 그런 노래를 해보고 싶었고, 드디어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부모님한테는 엄청 혼났다.(웃음) 사실 부모님이 <쇼미7> 본선 공연으로 내 무대를 처음 보셨는데 그 뒤로 내 노력을 인정해주시는 거 같다. 그런 가사를 쓰고 노래한 것도 이해해주신 거 같고. 덕분에 부모님과는 전보다 더 돈독해졌다. 그 곡을 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엄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서 그런지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네가 이루라’는 식이라고 느꼈다. 아빠는 반대가 심했다. 고등학교 자퇴도 아빠 몰래 했는데 나중에 아시고는 엄청 화를 내셨다. 그래서 검정고시를 봤는데 대학은 안 가고 음악이나 한다고 하면 당연히 반대할 거 같아서 음악도 몰래 시작했다.

코트 네이버후드. 티셔츠 노스페이스. 바지 스톤 아일랜드. 운동화 나이키. 헤어밴드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IMNOTSPECIAL>은 말 그대로 ‘나는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의 타이틀인데, 스스로가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는 걸까?

맞다. 나는 내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두 번째 앨범을 냈을 때 망하는 뮤지션이 많아서 그런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실망시키고 싶었다. 15일 동안 매일마다 느낀 걸 적어서 믹스한 뒤 낸 앨범인데 일종의 번개곡 모음집이랄까. 딱히 의미도 없고 설명한 구석도 없다. 내가 만든 앨범 중에서 가장 대충 만든 앨범이니까.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만큼 누군가를 미워하는 걸 잘 견디는 타입도 아닐 거 같다. 스왜그와 디스가 횡행하는 힙합 신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옛날에는 쟤보다 잘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컸다. 지금은 각자의 시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스무 살에 성공할 수 있고 누구는 마흔 살에 성공할 수 있다. 느리거나 빠른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거다. 이젠 ‘저 사람이 망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저 사람의 장점을 배우자’고 생각한다. 그가 잘되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아질 수 있으니까. 옛날에는 저 사람은 ‘대체 왜 잘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화만 내니까 좀 피폐했다. 그래봤자 그 사람은 잘될 텐데.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걸까?

이제 남을 미워할 시간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할 바에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게 낫다. 원래 미움이 많았다. 악플러의 마음이 있었지. 그런데 미워했던 사람들을 만나보면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는 게 느껴진다. 그들도 나름 잘 살아가기 위해 고생한 바가 있더라. 그들이 음악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이 변했다.

티셔츠, 조끼 모두 스톤 아일랜드. 바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자 라프시몬스.

블랙넛이나 노엘처럼 사고 친 전적이 있는 래퍼들과 친한 편인데 키드밀리는 문제아처럼 보이진 않는다. 물론 모범생 같다는 건 아니고, 음악에만 집중하는 인상이랄까.

일단 나는 블랙넛 형이나 노엘처럼 사고 칠 깡이 없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그리고 말보다는 성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게 더 멋있는 거 같다. 게임할 때도 전사보다는 암살자처럼 조용하고 센 캐릭터를 더 좋아했다.

특유의 엇박자 플로가 인상적이다. 본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래퍼는 누구인가?

톤이나 습관 같은 건 에이셉 로키. 그가 내 몸에 흐르고 있다.(웃음) 플로는 블랙넛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잘 받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예전보다 단조로운 랩을 해보고 싶다. 정석의 매력이 있는 거 같다. 꼬아서 짜는 대신, 단순히 짜도 멋있게 뱉는 법에 꽂혔다. 굳이 꼽자면 더 콰이엇? 나플라 형과 경쟁하면서 배운 것도 있고.

키드밀리(Kid Milli)라는 이름이 본래 ‘키드 밀리어네어(Kid Millionaire)’였지만 지금은 밀리어네어라는 의미를 떼고 그냥 키드밀리라고 정의한다고 들었다.

처음 힙합 가수나 래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는 힙합은 돈이 있어야 멋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프랭크 오션이나 타일러 더 크리에이티브 같은 뮤지션들을 보면 힙합 분야에 속하면서도 랩도 하고, 밴드 음악도 하고, 잼도 한다.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다. 힙합은 좋아하지만 힙합을 내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싶진 않다. 힙합은 멋있지만 부자라는 단어에 대한 유치함을 느꼈다. 부자는 그냥 돈 많은 사람일 뿐이니까.

코트, 후드 집업 모두 언더커버. 바지 포스트아카이브 팩션. 운동화 꼼데가르송 × 나이키.

올해 목표가 방 세 개짜리 집을 구하는 것과 음악적으로 밝아지는 것이라 했는데 벌써 올해도 끝나가고 있다. 어느 정도 이뤄졌을까?

밝은 음악보다는 퀄리티 있는 앨범을 내고 싶다. 퀄리티만 있다면 어두워도 상관없을 거 같다. 그리고 방 세 개는, 아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행사 관계자들의 연락을 바란다.(웃음)

‘인터뷰에서 말할 만큼 멋있게 잘 사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느껴진다.

내가 멋이 없어지면 잡아달라는 의미였다. 쉽게 말해서 꼰대가 될 거 같아 보이면 욕해달라는 거지. 사실 멋없게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자기 혼자만 멋있다고 생각하면 멋없어지는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야 정말 멋있는 거니까.

자아도취하는 타입은 아닌 거 같다.

오히려 나 자신을 싫어하는 편이라 스스로 피드백을 많이 보낸다. 그게 내 강점이다. 자가 수리를 잘한다고 할까? 이건 부족하니까 고치자,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게 좀 심해지면 우울해진다. 내가 너무 못났다고 느낄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면 잘못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반대다. 그렇게 계속 멋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달려가는 게 내가 가진 유일한 스왜그다.

지금까지는 멋있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나?

나름 해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형 보고 음악 시작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누군가가 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니까 좀 뿌듯하다. 모든 걸 완벽하게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올해만큼은 주어진 기회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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