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프란체스코 리소

마르니에서 프란체스코 리소의 일곱 번째 시즌이자, 세 번째 남성복 컬렉션이고, 최고로 유쾌했던 런웨이 쇼가 끝난 후 서울에서의 1시간 20분.

당신이 오늘 인터뷰를 위해 무척 신경 쓰고 온 모습이라 좋았다. 촬영 중간중간 옷을 바꿔 입어보기도 하던데.

지금 입은 옷은 모두 내가 디자인한 마르니 남성복이다. 셔츠에 오버사이즈 니트 조끼를 입었는데 사진이 더 잘 나올까 싶어서 조끼를 한번 벗어봤다. 나무 인형 목걸이는 2018 F/W 시즌에 마르니 남성복 컬렉션에서 함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한 프랭크 네이빈의 작품이다. 

아직 프란체스코 리소라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당신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우선 나는 배에서 태어났고 5년 정도 배에서 살았다.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 내 작업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 다섯 살 때쯤 육지로 올라와 온 가족이 함께 살았는데 워낙 대가족이라 각자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했다. 아버지가 활동적인 분이라 집에 늘 사람이 많았고. 내 옷보다 누나와 여동생 옷을 구경하고 만져보고 입어보는 걸 더 좋아했다. 

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니, 그래서 당신이 유년기의 영향을 많이 받나 보다. 

내겐 어렸을 때의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여러 상황과 환경으로부터 영감을 받긴 하지만 결국은 유년기의 시선으로 돌아온다. ‘만약 이걸 어릴 때 봤다면 어떻게 느꼈을까?’ 하고 꼭 필터링하게 된다.

마르니는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가 20년 넘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 갑자기 당신이 등장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디자이너가 빅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는 건 이제 새삼스럽지 않지만, 그럼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밀라노의 패션 브랜드에는 다른 패션 도시에 비해 오랫동안 브랜드를 지켜온 디자이너가 많다. 그들 모두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나는 마르니 팬이었고, 카스틸리오니를 존경한다. 그녀가 했던 작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 

카스틸리오니의 마르니와 리소의 마르니는 어떻게 다른가? ‘Next Marni’를 위해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실성을 생각할 것. 쇼를 기획하고 꾸미는 건 늘 즐거운 일이지만 쇼가 끝난 후에 실제로 길거리에서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랑과 일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 나는 늘 감성과 감정이 살아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요즘은 브랜드와 물건이 너무 많고 심지어 힘든 일도 많은 세상이다.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옷만 봐도 이미 사랑이 느껴진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으로 만드는 옷이라서 그런가, 당신의 옷은 패턴, 색감, 소재, 액세서리, 스타일링까지 모든 것이 입체적이다. 여러 감정이 느껴진다. 당신이 합류한 후 마르니 남성복이 무척 흥미진진해져서 덩달아 나도 즐겁다. 

내 옷은 나의 이야기다. 상업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국 스토리텔링이 잘되어야 상업성도 따라온다. 마르니를 입는 사람들이 옷에서 사랑, 기쁨, 즐거움, 기상천외함, 의외성, 낙천성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내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된 거다.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 아티스트들과의 작업도 그중 하나다. 2018 F/W 시즌에 함께 작업한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 프랭크 네이빈은 유년기의 추억을 삐뚤빼뚤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럼 나는 그걸 슈트와 셔츠와 코트에 새겨 넣었고. 심지어 그는 쇼에서 트위트 슈트에 넓은 흰색 실크 타이를 매고 모델로 서기도 했다!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같은 프로젝트도 당신의 스토리텔링을 보다 견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르니가 만든 가구와 오브제가 옷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을 완벽하게 채워준다. 쇼나 팝업 스토어, 윈도 디스플레이처럼 익숙한 작업 말고도 마르니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런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며 협업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들을 지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18 F/W 쇼를 연출한 방식이 정말 창의적이라서 당신을 만나면 쇼에 대한 이야기를 꼭 물어보고 싶었다. 

꼭 전문 모델이 아니더라도, 아까 말했던 유년기의 시선처럼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그래서 쇼에 네이빈과 더불어 여러 모습의 남자들이 모델로 섰던 거고.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든 거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모습을 한 커뮤니티, 한 패키지로 보여주고 싶었달까? 그래서 내가 만든 이 쇼의 커뮤니티를 잘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쇼장 안에 있는 사람들 간의 커넥션이 너무너무 중요했다. 그러다 생각한 게 사람들이 앉는 자리를 변형하는 거였다. 보통 쇼에 가면 당연히 스툴이나 일자형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마르니 쇼에서는 기린 인형, 텔레비전, 캐비닛, 드럼통 위에 앉았다. 현실 세계와의 연결 고리를 한 번 끊어줘야 완전히 다른 세계 속에서 커넥션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날 나는 물통에 앉았고 내 바로 앞에는 레게 머리를 한 모델이 앉아 있었다. 옷을 만져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모델은 자기 차례가 되자 태연하게 런웨이로 걸어 나갔다. 쇼와 내가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거다. 쇼가 끝나고 나온 평가를 봤는데 사람들이 아주 즐거워해서 뿌듯했다. 내가 바라던 대로 쇼장 안에서 마르니와 사람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 그게 제일 좋았다.

피날레에서 당신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사진기로 찍었다. 아주 행복한 표정이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원래 백스테이지에서 무언가 해야 해서 사진기를 들고 있었는데, 쇼를 보러 온 사람들을 보니까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는 게 벅차고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너무너무 행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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