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깬 자

애슐리 저드는 2017년 10월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혁명은 그렇게 각본 없이 시작됐다.

2017년 3월에 열린 여성의 행진에서 연설하는 애슐리 저드. 그는 2017년의 인물이자 ‘침묵을 깬 자’로 <타임>지의 표지에 등장했다. 애슐리 저드는 <다이버전트> 시리즈나 <키스 더 걸> 같은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 <미씽>(에미상 수상작이다)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또한 열정적인 인도주의자이자 정치 활동가로, 캄보디아부터 르완다에 이르는 지역에서 가난과 맞서고 공중보건을 증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켄터키 주립 대학에서 프랑스어 학사, 하버드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공공정책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2015년 그는 영화계 거물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으며, 2017년 10월 그 장본인이 하비 와인스타인이라고 특정했다. 그 덕분에 영향력 있는 남성의 손아귀에 성희롱당한 여성들이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당신의 행동이 이다지도 엄청난 사회 정의 운동을 촉발할 거라 예상했습니까?

엄청난 질문이네요. 신의 보살핌을 예상했어요. 맞는 시기에 맞는 일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크나큰 평화를 느꼈습니다. 물론 하비 와인스타인에 성희롱당했으며, 성폭행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했죠. 엄청나게 자세히 다룬 2015년의 <버라이어티>지 기사를 포함해서요(물론 당시에는 와인스타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2017년의 상황은 또 달랐습니다. 모두가 가해자의 이름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전 행동에 옮긴 저 자신보다 사회와 문화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폭로 이후의 상황은 예상 가능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법, 사회적 차원에서 희롱의 의미를 규정하는 드잡이가 벌어졌지요. 난잡한 과정이었지만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사회의 총체적인 혁명이 깔끔하게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혁명에 각본이 있나요?

많은 여성이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하거나 ‘내부적으로 고발했지만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커리어를 망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이상의 행동을 취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었습니까?

개인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집단으로부터의 축출입니다. 반항하면, 그러니까 순응하지 않으면 쫓겨나기 마련입니다. 그럼 개인은 죽어요. 하지만 저는 증언자예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성폭행을 당하고는 바로 어른을 찾아가 말했어요. 안타깝게도 저의 현실을 무시했지요. 하지만 저는 굴복하지 않았어요. 다음 날 저는 사랑하는 삼촌을 찾아갔어요. 구식 스테레오 헤드폰으로 엘피를 듣고 있는 삼촌 뒤에 앉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크게 이야기했어요. 삼촌이 헤드폰을 쓰고 있어서 못 들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죠. 저는 말하고 싶었어요. 팔을 들어 흔들며 “저기요, 일이 생겼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였던 거예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친구가 운동부 감독에게 성희롱과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고백했어요. 저는 마침내 말했죠. “이 이야기를 한 번 만 더 하면 어른에게 털어놓을 거야. 잘못된 일이거든.” 그리고 그가 다시 한번 말했을 때 저는 정말 가까웠던 프랑스어 교사에게 이야기했지요. 친구는 제가 말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고 그 가족들도 화를 냈어요. 이야기가 돌고 입소문이 나는 걸 원하지 않았던 거예요. 하지만 그냥 보고 넘길 수가 없었어요. 저는 투사니까요.

이다지도 널리 퍼진 성희롱을 막기 위해 남성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해로운 남성성을 문제 삼아야 합니다. 엉덩이를 만지거나 치거나 꼬집지 말아야 해요. 직장에서 여성을 인질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육체를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그만둬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미심쩍다면 여성에게 다가서서는 안 됩니다. 영화 <마더!>에서 극중 인물 중 한 명이 제니퍼 로렌스에게 공격적으로 다가섰지만 계속해서 거절하죠. 남성이 “거만한 빌어먹을 년”이라고 욕하는데, 이런 행동을 다르보(DARVO)라고 규정합니다. 스탠퍼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오리건 주립 대학에 근무하는 심리학자 제니퍼 프레이드가 주창한 개념이에요. 다르보는 가해자의 행동 양식에서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예요. 혐의를 부인(Deny)하고 피해자를 공격(Attack)한 뒤 희생자 행세(Reverse Victim)를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뒤집죠(Offender). 기억하고 있다가 ‘오늘 내가 다르보를 행동에 옮겼나? 책임질 일에서 발뺌하려 들었나?’라고 각자의 행동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포춘 500’에 선정된 기업의 최고경영자로부터 최근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여성 인력을 계발하고 승진시키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갑자기 여성을 일대일로 멘토링했다가 불편하게 만들까 봐 우려하는 남성 임원이 늘어났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여성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편안한 여건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실로 엄청난 콘셉트 아닌가요? 물어보면 된다니까요. 잭슨 카츠가 폭력 예방 멘토링(MVP)에서 시도하는 것처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대화를 빙빙 돌릴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을 불러놓고 물어보는 겁니다. ‘어떤 멘토링 여건이 적합하겠습니까?’ 지금까지 부적절한 행위가 너무 많았는데 이제 막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용기는 있어야죠. 인간은 모두 배웁니다. 배울 때 우리는 언제나 원점에서 출발해요.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건 남성에게도 도움이 돼요. 혁명이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겁니다.

주변의 모두에게 물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요?

아주 가까운 남성 모두를 포함해야 합니다. 의도에 상관없이 가부장제는 모두를 성차별주의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성인 저도 스스로 또는 다른 여성이나 남성을 향한 편견을 통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그게 2017년의 단어로 ‘연루’가 꼽힌 이유입니다. 어느 누구도 성차별에서 자유롭지 않고, 따라서 남성만 그런 게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움직임이 혁명이죠. 성차별의 구조를 무너뜨릴 거대하고도 전복적인 움직임입니다.

용서의 선을 어디쯤에 그을 수 있을까요? 정말 나쁜 행동을 취했지만 직장을 잃지 않는 남성이 많아요.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 자신처럼 신의 자식임을 깨달은 순간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미국 원주민은 잘못을 저지른 이로부터 문자 그대로 등을 돌려버립니다. 가장 부끄럽고도 강력한 처벌의 의사예요. 그러고는 한참 동안 사라졌다가 나타나 원을 그려 잘못한 이를 둘러싸고는 그가 가장 잘한 일에 대해 일일이 말해줍니다. 무엇보다 그를 다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에요. 우리는 모두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젖어 있습니다. 친구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가정해보세요. 한편 그런 이가 당신의 친구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오늘 “매일 하나의 실수가 완벽주의를 방지한다”라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예요.

성희롱을 은폐한 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합니까?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다르게 행동했을 거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성희롱을 방치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부적절한 행동에 권능을 부여하는 건 추악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동기를 헤아리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누군가는 직장이 필요하고 지키기를 원했겠죠. 저는 가부장제의 ‘분할 정복’이라는 태도가 여성을 향한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한편, 심각한 부정이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부정(denial)이 ‘거짓말을 하는지도 몰랐네(Don’t EVen kNow I Am Lying)’의 약자임을 늘 스스로에게 상기시킵니다. 이미 말한 것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시스템이에요. 때로 말이 되기가 불가능하죠. 시스템이란 그렇게 정상이기가 어려워요. 단체 고발이 힘을 북돋아줍니다. 무기명 핫라인이 엄청난 차이를 불러일으켜요. “갈대 한 줄기는 약하지만 다발로 묶으면 아주 강해 꺾기가 어렵다”는 아름다운 격언도 있잖아요.

2016년의 테드 강연에서 당신은 온라인의 성희롱에 대해 이야기했죠. 여성 피해자를 믿으라고요. 그런 측면에서는 바른 방향으로 마침내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보탤 말이 있나요?

혁명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건 남성에게도 도움이 돼요. 혁명이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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