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공명

공명은 불안하지 않다.

빨간색 터틀넥, 파란색 스트라이프 니트 톱, 갈색 바지 모두 프라다. 갈색 레이스업 파라부트 by 유니페어. 녹색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죽어도 좋아>가 종영하자마자 영화 <극한직업> 홍보를 시작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원동력이 뭔가요?

특별히 꼽을 수 있는 원동력 같은 건 없어요. 뻔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가족, 부모님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진짜 힘들더라도 계속 일하는 건 욕심 때문인 것도 있겠죠. 매번 작품 한 편씩 할 때마다 새로운 환경에서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하잖아요. 그 상황 자체가 무척 행복해서 쉬지 않고 해왔던 것 같아요.

예전에 형제지간인 그룹 NCT 멤버 도영 씨를 인터뷰했을 때도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둘 다 효자네요.(웃음)

그 점은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믿어주시고 뭐든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어요. 이것저것 참견하기보다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주시는 스타일이어서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새로운 현장에 빨리 적응하고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는 본인의 방법이 있어요?

오늘 보신 것처럼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누구에게든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성격이라 일부러 뭘 하려고 하진 않아요. 현장도 사람도 편해야 연기에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어차피 다 함께 일하는 현장이니까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웃을 수 있을 때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이 방법 아닌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엄격하고 정확한 가이드보다 믿고 맡겨둘 때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타입인가요?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저는 감독님과의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제가 생각해온 연기를 자유롭게 하더라도 감독님의 피드백이 없다면 불안해요. 사전에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한 다음 현장에서 자유롭게 시도하는 거죠. 그래서 스태프들과 빨리 친해져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어요.

흰 티셔츠 프라다. 가죽 점프슈트 알렉산더 맥퀸. 목걸이 모두 다미아니.

<극한직업> 관련 영상에서 출연 배우들의 ‘케미’가 좋았다는 걸 강조하더군요.

맞아요.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 수사를 위해 범죄 조직의 아지트 앞에 차린 치킨집이 맛집으로 대박이 난다는 설정의 코믹 액션 영화인데요, 이 작품을 통해 지난해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었던 사람들을 만났어요. 지금 제 머릿속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행복’이고 그 안에 <극한직업>이 있을 거예요. 출연을 결정한 첫 번째 이유도 이병헌 감독님과 선배님들이었어요.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선배처럼 사석에서도 뵌 적 없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기뻤어요.

공명 씨가 맡은 재훈은 ‘열정 넘치는 막내 형사’로 소개되던데, 이 설명만으로는 지금까지 많이 봐온 예상 가능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재훈은 어디 가나 만날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봤을 법하지만 어떻게 하면 차별화할 수 있을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감독님께서 ‘우리는 차별화보다 주변에 있을 법한 모습을 보여주자, 상황 자체가 코믹한데 캐릭터마저 다르게 보이려 한다면 자칫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심플하게 접근해보자’고 하셨거든요. 저도 초반에는 조금 더 새로운 면모를 찾아볼까 고심했는데, 그 말씀을 듣고서 현장과 출연진 중에서 진짜 막내인 것처럼 똑같이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정리했어요.

가장 큰 행복을 주었던 사람들을 만난 그 현장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즐거웠을까요?

다섯 명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저희 모두 술도 마시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그만큼 잘 맞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아요. 류승룡 선배님께서 촬영장에 항상 다구 세트를 챙겨 오시고, 저희는 하나둘씩 둘러앉아 차를 마셨어요. 다가가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편안한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주셨어요. 하늬 누나는 정말 털털하고 푸근한 사람이어서 한 명씩 살뜰하게 챙기고요, 선규 형은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해요. 동휘 형은 승룡 선배, 하늬 누나와 몇몇 작품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어서 중간 다리 역할을 잘해주었어요. 감독님께서 ‘다섯 명이 모두 주인공인 영화’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팀워크가 가장 중요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탄탄해졌죠. 다들 보고 싶어서 홍보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어요.(웃음)

지금 표정에 현장 분위기가 다 담겨 있어요.

네. 제가 재훈을 연기해서 행복한 마음이 다 드러날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즐겁게 촬영했구나’라고 알아봐주시면 캐릭터에 몰입해서 영화도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학창 시절에 태권도 선수였고, 축구도 잘하죠? 운동신경 덕분에 액션 연기도 수월하게 했을 것 같은데요.

워낙 어릴 때부터 몸 쓰는 걸 좋아하고 예전에도 액션 스쿨 다니며 훈련받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했어요. <극한직업>을 코믹한 영화로만 알고 계실 수도 있는데, 제대로 된 액션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어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한데 액션 스쿨에서 훈련받고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면, 왠지 더 지칠 때도 있지 않아요?(웃음)

아, 독립해서 2년 정도 혼자 살다 작년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제 동생도 그렇고 저도 열아홉, 스무 살 무렵부터 집에서 나와 살았더니 부모님께서 아들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늘 아쉬워하셨거든요. 지금이 아니면 함께 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본가로 들어갔어요.

한번 독립해서 살아보면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저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요. 혼자 살 때도 자유를 만끽하면서 사는 성향이 아니었고, 집에 오래 머물거나 늦은 시간에 친구들 만나는 것도 변함없이 다 할 수 있어요.

올해 공명 씨가 도달하고 싶은 다음 지점은 무엇일까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지금은 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또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지 다음에는 꼭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차분하게 꾸준히,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해요.

앞으로의 커리어가 불안하지는 않아요?

네, 불안하지 않아요.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현재에 충실하고 싶고 올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 정도예요.

불안하지 않다고 이렇게 산뜻하게 말하는 연예인은 보기 드물어요.

누가 무엇을 하는지 타인과 자꾸 비교하면 불안한 마음이 생겨요.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파란색 터틀넥, 붉은색 니트 톱, 흰 티셔츠 모두 프라다. 청바지 메종 마르지엘라. 레이스업 스니커즈 컨버스.

공명의 미래는 항상 밝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나요?

그럼요. 지금 하나씩 충실하게 해나가면 난 잘될 것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내심 불안하면서 겉으로는 불안하지 않은 척했다면 지금은 아예 마음속에서 불안이 사라졌어요.

불안이 사라진 비결이 뭘까요?

불과 재작년만 해도 많이 불안했어요. 왜냐하면 ‘더 잘되고 싶다, 멋있는 역할을 맡아서 사람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같은 생각만 했어요. 항상 대중에게 무언가 선보여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하지만 얼마 전부터 조금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어요. 어차피 잘될 거니까 현재에 충실하고 더 열심히 하려는 거죠.

왠지 즐거웠던 <극한직업>의 현장에서 얻은 행복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맞아요. 행복했기 때문에 이렇게 즐겁게 홍보할 수 있고, 그 마음이 지금 제 일상에서도 이어지는 거예요. <극한직업>을 꼭 보시고, 앞으로도 이 마음을 가지고 참여하는 작품을 모두 챙겨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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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패션 에디터신은지
어시스턴트신민지
사진안상미
헤어정미영 by 알루
메이크업김수진 by 알루
스타일링윤슬기
출처
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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