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서준

박서준은 느리게 말한다. 그러다 빠르게 말한다. ‘생각’이란 단어를 꺼낼 땐 천천히, ‘재미’라는 단어는 주저 없이.

몽블랑을 대표하는 스타 기요셰 패턴과 문페이즈, 월·일·요일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42mm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워치 몽블랑. 스웨터, 티셔츠 모두 우영미.

어릴 때 내성적이었다는 이야기 못 믿겠어요.

이러고 집에 돌아가면 한마디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요.(웃음) 이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고 표현도 많이 해야 하니까 그게 어느 순간 몸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본래 성격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집에 가면 정말 한마디도 하기 싫고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것 같아요. 부모님께도 일 이야기 별로 안 해요. 좀 외향적이라면, 힘들면 힘든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오늘 이랬다 저랬다 잘 말할 텐데 집에서까지 일 이야기를 하는 건 바깥일의 연장선 같아서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성격인 것 같아요.

이렇게 바로 진솔하게 이야기해줄 줄은….(웃음)

어, 죄송해요.(웃음) 짧게 짧게 가시죠.

그런데 정말 궁금했어요.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훑어보면 박서준은 솔직하고 당당한 화법의 소유자로 보이는데, 어릴 때는 말도 못할 만큼 내성적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의아했거든요.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도 부끄러울 정도로 낯가림이 심했어요. 그러다 중학생 때 애니메이션 동아리 친구들이 코스프레하는 것을 봤는데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아리에 들었고, 축제 때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강당 무대에 딱 섰는데 그때 깨달은 게 많은 것 같아요. ‘나를 그냥 던져봐도 되는구나.’ 그리고 ‘위기라고 느낄 때 오히려 에너지가 솟는구나.’(웃음) 무대 앞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막상 닥치니까 뭐라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 도전이 왜 애니메이션 동아리였어요? 만화를 좋아했나요?

사실 제가 그때 어떤 캐릭터로 무대에 올랐는지도 가물가물해요. 동아리 회장 친구가 좋아했던 거라.(웃음) 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나. 청팀, 홍팀 나눠서 싸우는 내용이었는데 저는 빨간 옷 캐릭터였어요. 옷은 5만원인가 6만원이었는데 용돈 모아 빌려 입었어요.(웃음) 특별히 만화를 좋아했다기보다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나도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굉장한 도전이었네요.

굉장한 도전이었죠. 그날의 경험이 인생의 한 길을 열어준 느낌? ‘아, 이거구나’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던져봐도 되겠던가요?

적어도 내 모습이 불만인 상태는 지났고 내향적인 면도 받아들이고 있어요.

변했다기보다 인정하는 거군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대사나 대본을 남이 봤을 때는 쓸데없어 보이는 생각까지도 깊게 파고들게 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이게 더 장점 같아요.

몽블랑을 대표하는 스타 기요셰 패턴과 문페이즈, 월·일·요일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42mm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워치 몽블랑. 재킷 루이비통. 티셔츠 와일드 동키 by 샌프란시스코마켓.

요즘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준비 중이죠?

네. 그런데 어려워요. 아무래도 원작이 있다 보니까.

원작을 본 독자 입장에서는 잘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그래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요?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면 그런 점이 힘들어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니까요.

저는 왜 잘 어울린다 느꼈을까요?

글쎄요. 궁금한데요? 물어봐주길 바라시는 것 같은데.(웃음)

사실 단순히 슈트가 잘 어울려서요. 이영준이란 캐릭터는 늘 슈트를 입잖아요.

맞춤 제작하면 누구나 다 잘 어울려요.(웃음)

아직 대중이 모르는 이영준과 박서준의 접점이 있다면요?

어, 사실은 닮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 연기하는 게 굉장히 힘들고 어떻게 보면 도전이기도 해요. 혹자는 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한다고 그래요. 그래서 이번에도 특별한 기대가 없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게 ‘로코’라서 선택한 게 아니에요. 역할 자체가 나와 맞지 않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살아온 인생과 이 인물이 너무 다르다는 점 그 자체가 재밌었거든요. 나같이 살아온 사람이 이 인물을 연기하면 다른 느낌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접근했던 거고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나같이 살아온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예요?

이영준이란 친구는 자기를 굉장히 사랑하는데 저는 자신에게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거든요. 제 자신에 대해 항상 좋은 점보다는 안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보완하려고 해요.

스스로 냉정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군요.

네.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해요.

6시 방향에 문페이즈 기능을 탑재한 42mm스타 레거시 문페이즈 워치 몽블랑. 티셔츠 마르니 by 분더샵. 바지 맨온더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지금 ‘박서준’은 어떤가요?

늘 부족하죠. 이건 그냥 제 논리인데, 논리이자 바뀌지 않는 생각인데요, 저는 성공이 콤플렉스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콤플렉스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콤플렉스가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되게 많더라고요, 항상. 눈치도 많이 보는 것 같고, 말해놓고도 내가 말을 잘못한 건 아닌가 생각하고….

성공이 콤플렉스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콤플렉스가 있겠네요.

지금은 콤플렉스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신작 드라마가 가장 신경 쓰여요. 제가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원작을 찾아보는 분들도 꽤나 있을 거란 말이죠. 벼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기대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대치가 다 다르고 보는 관점도, 평가도 다 다르기 때문에 그게 가장 걱정이죠.

걱정이라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고 싶어요. 예를 들어 이번에 맡은 이영준이란 캐릭터는 저와 너무 반대라고 했잖아요. 그렇지만 이영준이라는 사람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해요.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어떤 말투를 쓸까?’ ‘이런 말투로 화를 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걸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과 걱정은 다르죠.

비난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해요.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고요. 그게 아마 제가 여태까지 계속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 나이 때에 군필인 배우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군대를 이미 다녀왔더라고요.

네, 스물한 살 때.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다녀올 생각을 했어요?

저는 진짜 뭐가 없어서 간 거고.(웃음) 만약 당시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늦어졌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어쨌든 저는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했으니까, 나중에 가서 다녀오느니 지금 다들 갈 때 자연스레 가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그리고 입대 날짜를 제가 선택할 수 있었거든요.

언제였는지 기억해요?

2008년 7월 7일.

신청한 날짜에서 가장 가까운 날이었나요?

딱 한 달만 놀다 가자 하고 한 달 뒤 날짜로 선택했어요.(웃음)

그래도 충분히 빠른 행동력이라 생각해요.

신청 버튼을 클릭하기 전까지는 계속 아르바이트했거든요. 대학 와서 부모님께 용돈 달라 하기도 좀 그래서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래서 조금 생긴 돈으로 한 달만 놀고 가자 그랬죠.(웃음)

스틸 브레이슬릿과 매치한 42mm 스타 레거시 데이트 오토매틱 워치, 어린 왕자 모티프의 마이스터스튁 르 쁘띠 프린스 솔리테어 르그랑 만년필 모두 몽블랑. 니트 베스트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샵. 니트 톱 코스.

 

★ ★ ★

인생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인 것 같아요.

아주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니고 그냥 ‘아, 이랬으면 좋겠다’ 정도만 생각해요. 그런데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하면 제가 그렇게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지금 ‘이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게 있다면요?

군대 제대하고 나서 연 계획이 하나씩 있었어요. 1년마다 하나씩 계획을 생각했어요. ‘올해는 소속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연말에 딱 회사에 들어갔고, ‘올해는 작은 역할로라도 데뷔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드림하이2>로 데뷔하게 되고, ‘이제는 조금 비중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주말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을 하게 되고. 서른 살 때 이루고 싶은 목표는 ‘서른 살 되면 오디션 고민 없이 내가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딱 그 정도까지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계획을 생각해볼 때인 것 같아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때라고 들리네요.

사실 요즘 시간 날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웃음)

스페인어는 잘하잖아요.(웃음)

아니에요.(웃음) 너무 어려워요.

영어 공부는 어쩐 일로 하고 있어요?

몇 살에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에 나가서 작품하는 게 큰 계획이거든요. 할리우드는 40대에 데뷔하는 경우도 많고, 그때가 되면 아시아 쪽에도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해외 신에 나가보는 게 하나의 새 목표군요.

아직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한국에서만 경험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들고, 잘되든 안되든 경험이라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때가 왔을 때 보여주고 싶은 연기가 있나요?

아기처럼 언어를 막 받아들이는 나이에 영어를 공부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발음 등 언어 표현으로는 절대 원어민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제가 몸은 잘 쓰는 편이니까 그런 쪽으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죠.

근성은 <윤식당2>에서 엿보였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어 잘하지 않느냐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긴 했지만, <윤식당2>에서 너무나 빠른 시간 안에 스페인어를 익히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건 정말 편집의 힘이에요.(웃음) 외워둔 단어가 들리면 ‘아, 이 사람이 그게 필요하구나’ 눈치로 알아챈 것 같아요. 눈치죠, 눈치. 더 중요한 건 두려움이 없어야 되는 것 같고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니까 못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어쩌면 잘하는 게 이상한 건데. 창피한 것보다는 불편한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부끄러워서 말 안 하면 나중에 ‘그때 그냥 아무 말이라도 해볼걸’ 후회하지 않을까요? 모르는 말이라도 계속해야 느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두려움은 없어요. 못하는 게 뭐 어때서.

혹시 어떤 표현을 가장 먼저 외웠어요?

음, ‘실례합니다’요.

자주 쓰는 말을 먼저 외우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무래도 이방인으로서 예의를 지키는 게 좋으니까. (웃음)

‘못하는 게 뭐 어때서’라고 했지만 <윤식당2>라는 리얼 관찰 예능에서 박서준은 못하는 게 없어 보였어요. 경험치가 높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레스토랑 서빙, 전단지 돌리기, 오픈 가게 모객… 그런 아르바이트 경험이라면 있긴 하지만(웃음) 남들 경험하는 만큼 해본 것 같아요. 특별히 제가 많이 다른 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슷하지 않을까요, 제 또래들은?

스틸 브레이슬릿과 매치한 42mm 스타 레거시 데이트 오토매틱 워치, 어린 왕자 모티프의 마이스터스튁 르 쁘띠 프린스 솔리테어 르그랑 만년필 모두 몽블랑. 니트 산드로 옴므.

최소 530만 명이 나를 좋아한다는 경험이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530만 명요? 아, SNS?(웃음) 그러게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분이 저를 팔로해주시는지…. 그중에는 실제로는 SNS 안 하는 사람도 있겠죠?(웃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SNS나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잖아요. 초등학생 때는 모뎀으로 인터넷했던 게 기억나거든요. 그런데 요즘 현장에서 막내들 보면 모뎀 모르더라고요. 천리안 이런 거 몰라요.

천리안이 뭐죠?

왜 이러실까. ‘진돗개 컴퓨터’도 아시면서.(웃음)

알죠.(웃음)

그때는 외국이라는 존재 자체가 나와는 별개처럼 느껴지고 엄청 멀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는 게 신기해요.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이 나라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저렇게 사는구나 보인다는 게 신기해요.

정작 530만 명의 팬이 있다는 사실에는 무덤덤하군요.

그냥 정말, 신기해요. 저 역시 그 숫자가 얼떨떨하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 많은 팔로워에 비해 박서준 씨가 팔로하는 사람은 79명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제 매니저 형조차도 제가 쉽게 팔로하지 못하겠어요. 어쩌면 저로 인해 지인들의 평범한 일상이 노출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네요. 그런 걱정이 들 수도 있겠어요.

그렇다고 비밀 계정을 쓰지는 않아요. 그건 너무 피곤하잖아요. 저 피곤한 거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그나마 78명에서 최근 한 명 늘어났던데…. 걱정이라 했는데, 너무 염탐했죠?(웃음)

저도 몰랐어요!(웃음) 누구지? 잠시만요. (짧은 스크롤링이 끝났다.) 어, 모르겠어요.(웃음)

독특한 오프 센터 다이얼의 44.8mm 스타 레거시 뤼섹 크로노그래프 워치 몽블랑. 턱시도 슈트 마크론슨. 셔츠, 양말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구두 디스퀘어드2. 보타이, 포켓스퀘어 모두 톰 포드.

누구인지보다 박서준은 어떤 코드의 사람과 친구가 되는지 궁금했어요.

저는 친구가 많지는 않아요. 어차피 누구나 손에 꼽지 않나요? 고등학교 때 친구도 두 명 빼고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어요. 생활 지역 자체가 달라지다 보니까. 그 두 명은 음악하는 친구들이에요. 공감대가 있어서 ‘이제 무슨 이야기해야 하지?’ 하는 어색함이 없어요.

음악하는 친구들과의 공감대라는 건 아무래도 음악, 연기 같은 예술 쪽인가요?

음, 그냥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친구로 계속 함께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잘 들어주는 친구.

친한 동료로 자주 언급되는 최우식 씨나 박형식 씨, 방탄소년단 뷔의 경우 다 서준 씨보다 동생이더라고요.

네, 맞아요. 안 그래도 왜 그럴까 생각을 한번 해봤는데… 제가 첫째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첫째가 아니에요. 아, 태형이(뷔)는 첫째인가? 어, 태형이는 첫째구나. 걔는 되게 막내 같은데.

그러니까 막내 분위기를 풍기는 동생들과 잘 맞는 것 같다는 분석이군요?

네. 동생들이랑 더 잘 맞나 봐요. 그렇다고 형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저 형들 되게 좋아하거든요. 형들한테도 되게 잘해요.(웃음) 그런데 형들보다 동생들 만날 기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별로 동생이라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냥 다 친구지.

실제로 남동생이 두 명 있잖아요. 친동생들에게는 어떤 형인가요? 무서운 형? 친구 같은 형?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대화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바로 아래 동생이 몽블랑을 너무 좋아해요. 진짜 마니아예요. 그래서 이번에 “나 몽블랑 코리아 모델 됐다” 그랬더니 답장이 엄청 빨리 오는 거예요. “형, 진짜야?” 원래 답장 안 하는 애예요.(웃음)

솔직 담백한 형제네요.(웃음)

마음속으로는 늘 생각하죠. 잘 지내고 있나.

얼마 전 박형식 씨도 <에스콰이어>와 인터뷰했는데….

봤어요.

형식 씨도 그렇고, 친한 동료들 인터뷰 보면 항상 서준 씨에 대해 듬직한 형, 기댈 수 있는 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웃긴 게, 태형이는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형식이도 지금 너무 잘나가고 그러는데 뭐가 듬직하다는 건지….(웃음) 자기들이 더 잘하고 있으면서.(웃음) 그건 있어요. 제게 편하게 말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신작이 있으면 서로 공유하면서 어떤지 생각을 묻기도 하고, 그런 것 자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편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요. 물론 작품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가 없었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애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좀 웃겨요.(웃음)

‘듬직하다’, ‘기댈 수 있다’는 표현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들어주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객관적으로 날카롭게 말해주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듣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한 편인 거 같아요. 내가 어떤 말을 더 한다고 상대의 고민이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고민은 덜어낼수록 좋은 거라고 하니까. 스트레스 쌓인 이야기 그냥 들어주다 보면 풀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 ★ ★

저는 서준 씨가 ‘눈물 많은 형’이 아닐까도 생각했어요.

좀 감정적이기는 한 것 같아요. 주변 사람의 감정에 쉽게 동화돼요. 그래서 내 주위 사람들한테도 항상 즐거운 상황만 생겼으면 좋겠어요.

싫어하거나 의아해할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 않아 하네요.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왜 눈물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1~2년간 서준 씨가 우수연기상 등 상을 참 많이 받았는데 수상 소감을 말할 때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고요.

아, 그러니까.(웃음) 그게… 아무렇지 않다가도 부모님이나 가족 생각하면 갑자기 팍 터지는 게 있어요. 저는 그게 ‘너무 궁상맞아서 싫다, 정말 싫다’ 하는데 부모님 생각하면 꼭 그렇게 되더라고요.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편인가 싶더라고요.

집에서는 정말 표현을 안 하거든요. 말도 잘 안 하고. 부모님께 직접적으로 표현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시상식 소감을 말할 때는… 앞에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하나도 안 보이거든요. 그냥 이 공간에 혼자 있는 것 같아요. 카메라 불만 보여서, 그냥 부모님께 영상 편지 보내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그렇게 싫은데 눈물이 나요.

목소리도 파르르 떨리고요.

아, 싫다 진짜!(웃음) 남자답지 못해.

그게 어때서요?

아카데미 시상식 보면 다들 쿨하게 이야기하잖아요. 그러고 싶은데 그게 제 정서에는 안 맞나 봐요.(웃음)

오히려 순수해 보였어요. 과장된 긴장이 아니라 숨기려고 노력하는, 그래서 아주 미세하게 목소리가 떨리는 모습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그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할 정도로요.

누군가는 시상식 소감도 그냥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연기는 현장에서 하는 거지 밖에 나와서까지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하는 건 제 성격이랑 맞지도 않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겠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작품을 예로 봤을 때 이영준이 올라와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박서준이란 사람이 이야기하는 거니까 더욱 제 본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런데 그걸 너무 들키기가 싫고.(웃음)

실버 화이트 컬러의 다이얼과 블루 스틸 핸즈의 조화가 돋보이는 42mm 스타 레거시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워치, 어반 스피릿 오브 레이싱 브레이슬릿 모두 몽블랑. 데님 재킷, 바지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 by 10 꼬르소 꼬모. 폴로셔츠 드레익스. 타이 폴로 랄프 로렌.

그렇게 긴장될 때는 어떤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아요?

제가 좋은 기회를 만나 상을 받으러 몇 번 무대에 올라가봤잖아요. 그런데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돼요. 아무리 마음을 가다듬고 올라가도 안 돼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했어요. 늘 “부모님, 감사합니다” 많이 했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웃음) 그런데 막상 또 그렇게는 안 되더라고요.

지난해 영화 <청년경찰>로 대종상 신인남우상 받으면서 ‘한창 좋은 때이고 어린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그때가 박서준의 나이 서른 살이었죠.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작품 2개 정도 하면 1년이 지나가요. 1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요. 그런데 사실 그게 뭐 어때요. 작품을 한 시간이 있고 그 안에서 많은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는데. 그렇게 지나가는 거죠.

흔히 서른 살을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기잖아요. 그만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창 좋은 때, 아직 어린 나이라고 정의하는 게 딱 ‘요즘 애들’ 같았어요. ‘서른 살이, 서른한 살이 뭐 대수라고’ 말하는 것 같달까?

한창 좋은 나이죠. 형들도 ‘지금 네 나이 때가 제일 좋은 때’라고 항상 이야기하거든요. 왜일까 저도 생각해봤어요. 물론 좋은 건 맞지만 왜일까? 놀기에도 가장 좋은 나이인 것 같고, 일도 하니까 조금이나마 돈도 있고, 적당히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경험도 생겼고… 그래서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20대 초반보다 지금이 더 좋은 것 같거든요?20대 초반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전 돌아가기 싫어요. 군대도 다시 가야 하고(웃음) 내가 거쳐온 모든 상황을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거든요. 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 상태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이건 아니에요.

내가 거쳐온 모든 상황을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거든요. 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 상태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이건 아니에요.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그 시절을 치열하게 보냈기 때문일 거예요.

예전에는 연기할 때도 되게 치열하게 스스로 스트레스를 막 줘가며 했어요. 지금은, 지금도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만 많이 즐기면서 하는 것 같아요. 또 젊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라고 하잖아요. 지금이 딱 좋아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보고 싶다고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적 있잖아요.

네, 2년 전에.

요즘 들어 알아보고 싶은 새로운 모습도 있나요?

보통 작품을 찍는 도중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데 이번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작품으로 내 평생 입어볼 만한 슈트는 다 입어보겠구나.’(웃음) 저는 작품을 찍는 일이 제 일기장을 남기는 일 같거든요. 하나씩 하나씩 제 모습을 남겨놓는 일기장 같아요.

일기장이라고 말해서 놀랐어요. 개인적으로 영화 <청년경찰>을 보면서 딱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박서준이라는 청춘이, 뜨거운 청춘이 그대로 담겨 있었어요.

저는 제 청춘을 역행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제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선택할 거예요. 굳이 무리해서 나중에 더 나이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역할을 미리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현재진행형인 일기장이겠네요.

네, ‘이번에는 이런 모습을 남기겠구나’, ‘다시 보면 어떨까’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실버 화이트 컬러의 다이얼과 블루 스틸 핸즈의 조화가 돋보이는 42mm 스타 레거시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워치, 오를로제리 브레이슬릿 모두 몽블랑. 슈트 캘빈클라인 205W39NYC by 10꼬르소 꼬모. 니트 톱 디파트먼트5 by 비이커. 운동화 반스. 볼캡 MLB.

그런데 아버지가 아버지 이름 대신 ‘박서준 아버지’라 불리는 게 왜 마음 아팠어요?

그게… 늦은 밤이었는데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들어오셨어요. 아버지와는 술 드시고 들어오실 때나 얘기를 좀 하거든요.(웃음) 그런데 그날 아버지가 그냥 한마디를 딱 하시더라고요. “사람들이 박서준 아버지라고 한다.” 그게 묘하게 머리에 계속 맴돌았어요.

그만큼 박서준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거잖아요.

아버지 말씀의 뉘앙스 자체가 ‘그래서 좋진 않다’였어요.(웃음) 생각해보니 아버지, 어머니도 각자 이름이 있는데 누구 아빠,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게 서운하실 수도 있겠더라고요. 아버지께 “그러니까 말씀을 하고 다니지 마세요” 그랬더니 “야, 내가 말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얘기하고 다녀” 그러시더라고요. “정리하세요, 그럼”이라고 장난으로 받아치긴 했는데(웃음)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어쩌면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게 박서준이란 배우의 다른 점이 아닐까 싶어요. 어느 인터뷰에서든 ‘관객이 선택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아버지는 아버지 자신이지 박서준 아버지라 불리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같은 맥락 아닐까요? ‘내가 이것을 보여주겠다’, ‘나는 이것을 하고 싶다’고 ‘나’가 주체가 되어 말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관객을 앞세우잖아요.

그게 가장 중요하죠. 관객의 선택과 사랑이 필요 없으면 왜 상업 영화를 찍겠어요. 그냥 카메라 설치해놓고 혼자 연기하면 되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봐줬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는 것이고, 그런 희열 때문에 계속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노력하며 찍은 결과물에 대해 나 개인의 만족도 있지만 그만큼 고생해서 찍은 거니까 한 분이라도 더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는 거죠.

관객의 선택 기준은 뭐라고 생각해요?

배우에 대한 대중적인 호감도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작품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죠. 스토리, 미장센, 주제…. 어쨌든 작품이 본질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이 배우에 대한 호감도라든지 플러스되는 다른 요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건 있어요. 데뷔하기 전에 영화관 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똑같이 내용을 모르는 영화일 때 아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택하게 되더라고요. 연기적으로 인정하는 배우니까 선택하게 되는 거겠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적으로 인정받고 선택받는 사람이 되어야 또 다른 하고 싶은 것도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에는 배우가 그것을 잘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죠. 그런 면에서 관객의 선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나요?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저는 현장에서 늘 즐겁게 하다 보니까 항상 자신은 있어요. 그 결과물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저는 정말 재미있게 해왔고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아도 후회는 없어요. 내가 재미있게 하고 있으니까.

‘그럴 리가요’, ‘아직 멀었습니다’ 같은 엄청 겸손한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다시 할게요! 아, 너무 거만했어.(웃음)

비록 예상은 틀렸으나 힘 있는 답이네요. “내가 재미있게 하고 있으니까.”

네, 정말로요.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