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원이 원하는 원

정제원은 원하는 게 많다. 괴롭다. 웃는다.

셔츠 요지 야마모토. 터틀넥 톱, 구두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바지 우영미. 웨이스트백 바네사브루노.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새기는 게 타투 아닐까 싶은데, 팔에 타투가 많네요.

오히려 의미를 크게 안 두려고 했어요. 왜냐면 자기 주관이라는 게 있지만 그게 계속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바뀌고 계기가 있어서 바뀌고. 그래서 그냥 무슨 의미 안 담고 좋아하는 그림 위주로 했어요. 좋아하는 그림, 좋아하는 작가들 것.

어떤 작가들 그림이 있어요?

이중섭 작가 그림이랑

<황소> 그리신 그 이중섭 작가?

네, 이거(오른팔의 주홍빛 타투를 보여주며)는 이중섭 작가 그림이고, 여기(왼팔 어깨 쪽을 만지며)에는 피카소 그림 있고, 바스키아 그림도 있고

그림을 좋아하는군요.

빠져들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그림을 보면 그냥저는 그림이 진짜 예술의 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거기 한번 빠지면 못 나올 것 같아서, 무서워서 오히려 너무 빠지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그림은 진짜 예술의 끝이라고 생각해요. 스트레스받았을 때 그림을 보면 내가 되게 작은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돼요.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우주 같아요, 그림은. 그림 보고 있으면 내가 되게 작은 느낌이 들고, 내가 너무 작은 걱정에 예민했구나 싶으면서 힐링되는 게 있어요. 그래서 그림을 좋아해요. 최근에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았는데 전시 보면서 기분이 많이 좋아졌거든요.

무슨 전시 봤어요?

피크닉이라는 데에서 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 봤어요. 생각보다 훨씬 좋더라고요.

전 아직 못 봤는데, 좋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되게 좋아요. 저도 사실 그렇게 큰 기대는 안 하고 봤는데, 진짜 많이 가 있는, 우주로 가 있는 전시예요.(웃음) 그거 보는데 내가 하는 일이 되게 작게 느껴지는 게 오히려 힐링이 되더라고요.

폴로셔츠 꼼데가르송. 바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자 로에베.

웬 스트레스를 그리 많이 받았어요?

그냥 제가 욕심이 많다 보니까 음악하면서도 스트레스받고그런데 또 스트레스가 원동력이 되는 거니까 받아들이려고 해요.

스트레스를 원동력으로 삼는다

삼고 싶지는 않은데(웃음) 받잖아요, 스트레스를. 어쩔 수 없이. 원동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아까 주관이란 계속 바뀔 수 있다고 말했는데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 역시 변해가는가 보군요.

변화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그런데, 제가 포용할 수 있는 게 좀 더 커진 느낌? 제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정답이라고 여긴 경우가 어릴 때는 더 많았는데, 최근에는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아니어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배워가고 있어요.

마음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굳이 포장하자면, 네.(웃음)

포장이에요?(웃음)

네.(웃음)

그럼 포장 덜 해서, 포용할 수 있는 게 좀 더 커진 계기가 있었나요?

계기는 엄청 많았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 의견과 좁혀나가는 일이 다 계기니까. 그런데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면, 제가 스물다섯 살이잖아요. 스트레스를 막 받을 때 ‘내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생각하다 ‘그래, 지금은 받아도 될 때인 것 같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냥 그럴 때인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러면서 성장하는 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고작 스물다섯 살’이라고 생각해서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는 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그렇기에 받아도 되는 때라고 생각했네요.

뭐든지, 악기를 배우든 뭘 하든 과정이 있잖아요. 기타도 배워보면 아시겠지만 처음에는 진짜 재미없거든요. 손가락에 물집도 잡히고 진짜 재미없는데 그 단계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즐거움을 알게 되거든요. 좀 더 즐길 수 있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은 물집이 잡혀가는 때라고 봐요. 왜 이렇게 힘들지 하다가도 뭐든지 그 과정이 있다고, 지금은 그런 과정이라고 스스로사실은 안 그러면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세뇌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좀 나아지더라고요.

재킷, 셔츠, 바지, 타이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힘들다고 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 하면 안 된대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요?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당연히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지. 그런데 어떻게 다 그러고 살아.” 그 말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좀 더 확고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좀 더 확고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하고 싶은 걸 못 하면 더 괴로운 사람들이 있어요. 모두 그렇다고 하지만 유독 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정제원이고.

네. 저도 그런 성향이에요. 그런 성향이 되게 강해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중에 정제원이 하고 싶은 일은 없었던 건가요?

그냥, 준비한 것이 많이 있었는데 계속 무산되니까. 그런 것에 대해 지쳤었죠. 그러다 보니까 제가 너무 지쳐서 사실은, 그래서 연기랑 예능을 하게 된 거예요. 뭘 해야만 했었거든요.

음악 앱에서 솔로 앨범 <One Day>를 소개하는 첫 문장이 이거더라고요. “14년 만에 YG에서 데뷔하는 남성 솔로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짊어진 ONE.” 짊어진 타이틀이 부담스러워 생기는 혼란인 건가 싶네요.

부담은 당연히 엄청 크죠. 그런데 그게 어떤 부담이냐면, 저는 상업적인 가수잖아요. 잘돼야 해요. 그래야 제 입장에서도 다음 앨범을 떳떳하게 낼 수 있어요. 그에 대한 부담이 컸죠.

상업적인 가수니까 잘돼야 한다철이 빨리 들었다는 느낌이네요.

철이 없어서 그렇죠, 뭐.(웃음)

스스로 철이 없다고 느껴요?

그냥, 하고 싶은 거 해야 하고. 그런 게 철이 든 건 아니잖아요.

하고 싶은 걸 밀고 나가려고 하는 것도 철이 든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요.

사실은사실 작년에 앨범을 내고 공연을 안 했어요. 한 번인가 했을 거예요. 공연을 안 한 이유가 어아니에요.(웃음)

재킷 코치. 터틀넥 톱, 바지, 서스펜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바닥에 깔린 무통 코트 로에베. 슬리퍼 유니페어.

그거 아시죠?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 둘째는웃음)

어? 닮아가네요.(웃음) 사실 그게, 정리하기가 힘드네. 잠시만요. (약 10초의 시간이 흘렀다.) 좀 더 완벽하게 보여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앨범 작업하는 데 더 집중을 했거든요. 공연하는 것보다 앨범 작업을 많이 해야 제가 더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완벽한 모습으로 공연을 하고 싶어서 못 했던 게 있어요. 사람들은 뭘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 그냥 하면 되지 하는데, 저는 좀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떳떳하지 못하니까.

왜 떳떳하지 못해요?

두 곡밖에 못 나왔어요. 두 곡으로 공연하는 게 조금, 너무 성의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공연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거든요. 진짜 미친 듯이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하고 싶고, 너무 하고 싶고, 그런데 두 곡만 가지고 하는 게 저로서는 성의 없게 느껴졌어요. 거기에 <쇼미> 곡 몇 개 넣고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더 빨리 여러 앨범을 내고 재미있게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것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꾸 미뤄졌어요. 그때가 좀 완전히 지치는 시기였죠.

사실 그 두 곡의 제목이 의미심장했거든요. 가사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지만. 제목이 ‘그냥 그래’와 ‘해야 해’였잖아요. ‘나 모르겠어, 그냥 그래. 그런데 해야 해’ 이런 느낌이랄까.(웃음)

맞아요. 그 정신이었어요.(웃음) 즐겁게 음악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절대로 즐겁게 하지 않았어요. 해야 했어요. 그래야 내가 나올 수 있었거든요.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남이 날 만들어요. 그래서 제가 저를 만들어야 했어요.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남이 날 만든다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즐겁게 하려고 해요.

남이 날 만들게끔 두는 사람도 있을 텐데 본인은 그런 타입이 아니네요.

네. 그럼 저는 스스로 못 견딜 것 같아서.

남이 나를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무언가 방어하고 지켜내야 했겠군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방법 중 하나로 연기나 예능 활동을 택한 것이고.

아뇨, 그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냥 제가 음악 외에 열정을 좀 쏟고 싶었어요. 왜냐면 음악에만 열정을 쏟는데 해소가 안 되면 어떡해요.

래퍼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연기를 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요즘 드라마 <나인룸>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타의인 걸까 싶었는데 도리어 연기나 예능 프로 출연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 일이었군요.

네, 맞아요. 제가 준비한 게 해소가 안 되니까 빨리 다른 데 정신이 팔리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기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없었나 봐요?

부담 엄청 됐죠. 엄청 부담이 컸고 아직도 그래요. 부담스러워요.

그런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요?

나는 우주의 먼지다.(웃음) 사실 저는 좀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하는 거 그렇게 대단한 거 아니야. 그냥 해.’ 내가 하는 게 대단하다고 느끼면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마인드 컨트롤일 뿐 진짜 열심히 해야죠.

긴장을 덜기 위한 방법이지 정말 먼지처럼 여기는 건 아닐 테니까요.

그렇죠. (잠시 침묵 후 갑자기 크게 웃었다.)

재킷 디올 맨. 셔츠 로우클래식.

갑자기 왜 웃어요?

아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너무 우울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이게 지금의 저라서.(웃음)

우울하다는 느낌 별로 안 받았어요.

다행이네요.(웃음)

혼란과 갈등을 겪는 과정인 것 같기는 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고, 그 안에서 내가 타협할 것이 생기고.

맞아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 무슨 소리냐고 아프니까 청춘인 게 어딨느냐고들 하잖아요. 맞아요. 저도 동의해요. 그런데 아플 수밖에 없잖아요. 제 나이대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스물다섯의 저도 그렇고 제 주변 친구들만 봐도 진짜 힘들거든요. 고생 많이 해요.(웃음) 그런데 그것도 욕심이 있고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안 아플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아까 말한 것처럼 손에 물집이 잡히듯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이상하면서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아름답게 겪고 싶어요, 이런 과정을.

미안한 말이지만 <쇼 미 더 머니>에서 많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긴장이나 고통을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못 견뎌요.(웃음) 못 견디지만 견뎌내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계속 제 방법을 찾아가는 거죠, 뭐. 제가 견딜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단계를 지나면 분명히 어느 순간 즐길 수 있는 단계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나약한 말 같잖아요. 제가 하는 말이 다, 굳이 표현하자면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말이잖아요. 나약해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이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작정 시간이 해결해준다기보다 노력이 해결해준다는 말인 것 같은데요.

그렇죠, 네. 노력을 계속할 거니까.

그럼 그토록 원하는,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뭐예요?

자유?(웃음) 이렇게 물어보니 조금 어렵네. 시간이 생기면, 다 시간이 멈춰 있고 저에게만 한 달의 시간이 주어지면 일단 글을 써보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어요. 너무 급한 게 많기 때문에.(웃음)

글을 써보고 싶어요?

네. 아니에요,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앨범 내고 싶어요, 빨리.

최근에 적은 문장은 뭐예요?

최근에는 가사를 썼어요.

뭐라고 썼어요?

달이 되고 싶어, 별보다는.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