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의 시간들

정은채는 언젠가 소중하게 기억될 지금을 생각한다.

블랙 슬리브리스 원피스 포츠1961.

<리턴> 촬영이 끝난 뒤로 이제 일상의 리듬을 찾았나요? 아니면 아직 시차적응 중일까요?

3개월 넘게 현장을 오갔는데 촬영 후반부에는 거의 잠도 못 잤어요. 한동안 일상의 리듬이 완전히 깨졌죠. 막판에는 하루에 두어 시간밖에 잘 시간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직도 시차 적응 중인 거 같아요. 제 컨디션이 쉽게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들쑥날쑥해요.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지상파 채널 드라마에 출연한 만큼 예전보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늘었을 거 같아요.

촬영장에서는 전혀 실감 못 하는데 식당 같은 곳에 가면 알아보시는 분이 많았어요. TV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대부분 알아보시고요. 그런데 예전에 일일 드라마 할 때는 다가와서 쓰다듬어주시고 손도 내밀고 그랬는데 <리턴>에서 연기한 금나라는 변호사라는 직업과 재벌가라는 환경 때문에 어떤 고정관념이 생기는지 어르신들이 어렵게 인사를 건네시더라고요. 그런 반응의 차이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방금 말한 일일 드라마가 아마 2011년에 출연한 <우리 집 여자들>이었을 텐데, 그때 연기한 은님이라는 인물은 씩씩한 캔디 같았어요.

맞아요. 생계형 인물이었죠.

2018년의 금나라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여요.

주체적으로 살아보고자 선택하고 움직이는 인물이죠. 가정도 있고, 전문직 여성이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저에겐 새롭게 느껴지는 인물이었어요.

사실 <리턴> 초반부에서 금나라는 수동적인 인물처럼 보여요. 재벌 남편의 온순한 아내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 대학 졸업 전에 시험 삼아 사법고시를 봤다가 패스해서 1년간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한 경력도 있고, 간혹 자기 철학과 어긋나는 주변인에게 당당히 맞서는 기질도 보이죠.

처음에는 그림에 맞춰야 하는 퍼즐의 한 조각처럼 등장하죠. 비현실적이고 수동적인 느낌으로요. 그런데 사건에 휘말리면서 헤쳐가야 할 운명과 맞닥뜨리고 점차 변해가요. 원래 그런 기질이 있었던 거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성장 드라마로 이해하며 금나라에게 접근했고 실제로 그렇게 보이길 바랐어요. 결국 끝에서 반전이 일어나면서 주인공들의 스토리 가운데서 모성이라는 코드가 가장 중요해지고요. 덕분에 금나라라는 캐릭터가 일종의 복선처럼 느껴져서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사실 정은채 씨가 엄마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생경해 보이기도 했어요. 정은채 씨 스스로도 그런 느낌을 받진 않았나요?

아무래도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았고 연기로도 접근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면서도 뻔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부모라면, 엄마라면 어떻게 자식을 대할지, 그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고민해보니 결국 사람마다 관계가 다 다르고, 엄마도 엄마의 캐릭터가 있고 아이도 아이의 캐릭터가 있어서 그에 따른 시너지도 각기 다를 거 같았어요. 내면적인 소통 방식도 다양할 것이고. 그러니 뻔한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언니처럼 보이면 언니 같은 엄마가 되면 되고, 그렇게 조금 달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편안해진 거 같아요.

처음에는 보편타당한 엄마의 모습을 고민했지만 결국 정은채로서의 엄마는 달라도 상관없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던 셈이군요.

생각이 열린 것 같아요. 큰 부담감도 덜게 됐고.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나 보죠?

내가 누군가의 엄마이고, 딸이라는 작은 존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면 힘이나 무게감이 있는 존재여야 할 거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계속 고민이었죠.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닫게 돼 많이 편해졌어요.

금나라의 딸 달래 역을 맡은 신린아 양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아역 배우와 이렇게 호흡을 맞춰본 것도 처음인 걸로 알아요.

촬영을 시작하고 달래 역을 맡은 아역 친구를 만났는데 극 중에서는 유치원생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이었어요. 틈틈이 얘기를 나눠보면 생각보다 되게 성숙하고 말수가 없는 친구였죠. 아이라 해서 무조건 쉽게 대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성인 배우들보다 더 어려웠어요. 이 친구들은 벌써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니 제 행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장난도 치고 그 또래 아이들처럼 보이더라고요.

 

터틀넥 니트 원피스 잉크.

블루 셔츠, 브라운 스커트 모두 푸시버튼.

학창 시절 런던 유학 중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영화를 통해 일상의 지루함을 탈피했는데 그 과정에서 연기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고 들었어요. 배우가 되면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으니 즐거울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했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배우가 되니 실제로 그런가요?

처음 생각했을 때는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면서 삶의 폭이 넓어질 거 같았는데 매번 저 자신과 대면하는 일이 더 많아졌어요. 다양하고 넓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작아지는 거 같아요.(웃음) 물론 안으로는 더 깊어지고요. 저한테 던지는 질문이 더 많이 쌓이고, 그런 질문에 내가 반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요.

어쩌면 연기를 한다는 것이 매번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여정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해보고 나니 그것이 스스로도 몰랐던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일이라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여행을 가면 그 나라 문화를 엿보게 되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 나 스스로 크게 변한 게 없다는 걸 느껴요. 그저 여행을 하면서 그때그때 반응했던 순간들의 나를 마주하는 거죠. 작품을 하는 것도 그런 거 같아요.

내가 나를 어떤 상황에 내던졌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의미처럼 다가오는데요. 결국 연기라는 것이 다른 누군가를 열심히 연기해내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번 나 자신을 끌어내 마주하는 과정에 가까운 것이겠죠.

그래서 매번 어려우면서도 아주 새롭게 느껴져요. 어떤 신에서, 어떤 테이크에서 남들에게는 똑같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순 있어도 저는 매번 다른 저를 느끼게 돼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확실히 예민하고 섬세해질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니까요.

본인도 잘 몰랐던 나 자신을 대면하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가끔 생소한 자신을 만나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나요?

굉장히 많아요.(웃음) 예를 들어 이 신에서 어떻게 연기할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고 현장에 갔는데 막상 생각과 너무 다른 연기가 나올 때가 있어요. 혹은 그 이상, 그 이하로 나올 때도 있고. 그리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의 반응 또한 생각과 다를 때가 많죠. 그래서 마찰도 생기고, 반대로 시너지도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감정이 들쑥날쑥해지는 거 같아요. 거의 1분, 1초 단위로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인 만큼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가 없지 않을 텐데요. 그런 부분에 익숙해지려는 노력도 중요할 거 같습니다.

익숙해지면 익숙한 대로 몸을 더 크게 움직이며 자신감 있게 연기하는 게 저의 장점이라면 장점인 거 같아요. 타성에 젖어서 뭔가를 하면 그 순간부터 지루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금나라는 <리턴>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캐릭터예요. 나머지 인물들은 초지일관 자신의 감정대로, 자신의 역할대로 행동하며 자신이 바라는 바를 관철시키려 하는데 금나라는 그들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받아 리액션하고 변화하는 인물이죠. 결과적으로는 확고한 자기 철학도 있고 능력이 뛰어난 인물처럼 보이는 그가 왜 평범한 삶을 선택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는 않았나요?

부모님이 저를 봤을 때 어땠을까 생각해봤어요. 저희 부모님은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딸로서 제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어떤 시기에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이뤄가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시는 거 같아요. 물론 지금 제가 하는 일을 지지해주시기도 하지만 평범하고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거죠.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생각이 오히려 저한테는 굉장히 새로운 삶의 국면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만약 제가 그렇게 살게 된다면 어떤 면에서는 도전이고, 지금보다 더 다이내믹한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순히 평범하거나 안정적인 삶이라고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금나라도 그런 것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그가 안정적인 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 또한 쉽고 뻔한 선택은 아니었을 거 같더라고요. 그게 재미있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하고, 그렇게 접근한다는 것이. 사실 그 삶이 평범할지는 그 삶을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네이비 오프숄더 코트 프라다.

말씀을 듣고 보니 금나라가 왜 평범한 삶을 선택했을까라는 질문 자체가 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작품의 설정에 어울리도록 보편적인 시각을 갖고 연기하다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정은채 씨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엔 어떤가요?

굉장한 평범함과 평범하지 않음,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제 입장에서는 저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제 주위 친구들이다 보니 그 안에서 힌트를 얻는 정도라 사고할 수 있는 틀이 너무 좁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전 세계 사람들을 다 만나봐야 알 거 같기도 하고요.(웃음)

지난 인터뷰를 살펴보면 정은채 씨 스스로가 평범한 사람 같다고 하면 질문자가 반문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문득 남들이 자꾸 그런 물음을 던지거나 반응을 보이면 오히려 별생각이 없다가도 의아해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결국 균형을 갖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살기도 하지만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사생활이 있는 사람으로도 살아가는 거니까 그 균형을 잘 잡아가고 싶어요. 어쩌면 그게 진짜 제 욕심일지도 모르겠어요.

<리턴>을 통해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거 같아요. <리턴> 이전까지는 배우 정은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호명되는 존재였는데 이젠 정은채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식되는 존재가 됐다고 할까요? 배우로서 좋은 기회일 수도 있지만 개인으로서는 많은 고충이 따라오는 상황일지도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생소하고 신선한 반응을 경험하는 중이긴 하지만 결국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일하는 사람이니 모든 게 즐겁기만 하다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반응이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관찰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에너지가 되는 일임을 새삼 느껴요.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좋은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네이비 오프숄더 코트 프라다.

지난 4월 9일부터 MBC FM4U에서 <FM 영화음악 정은채입니다> DJ를 시작했어요.

원래 드라마가 끝나면 좀 쉬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제의를 받아서 일단 두 달 정도 맡기로 했어요.

라디오 DJ가 어울려 보여요.

다들 그러는데, 대체 뭘 보고 그럴까요?(웃음) 라디오 듣는 건 좋아했어요. 일상이 바빠져서 읽을 시간이 없으면 듣는 걸로 대체하곤 했거든요. 촬영 중간중간이나 잠자기 직전에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팟캐스트라도 챙겨 듣고요. 그런데 보고 듣는 건 편하지만 말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걱정이죠. 사실 큰 고민 없이 바로 하겠다고 하긴 했어요.(웃음) 흥미로운 경험이 될 거 같기도 하고요.

목소리만으로 소통한다는 건 배우로서도 색다른 경험이자 좋은 트레이닝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저는 소리로 전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있는 사람이에요. 오히려 영상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편이죠. 그래서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라디오는 소리에만 의존하는 것이니 재미있을 거 같아요.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계속 영화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그것도 좋고요.

2013년에 EP 음반 <정은채>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음악 작업에 대한 계획은 없나요?

사실 요즘은 음악보다는 소리를 듣는 게 더 편해요. 자연의 소리나 반복적으로 들리는 백색소음 같은 거 있잖아요. 유튜브 같은 데서 찾아보면 많더라고요. 왠지 요즘은 음악보다는 그런 소리를 찾아 듣게 돼요.

예전에 <아틀리에 스토리>라는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진행자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조병수 건축가를 만났을 때 나무 조각으로 자신의 집을 구상하는 장면이 있었죠. 그때 한 조각을 독립된 별채처럼 만들어서 개인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던 게 기억나요.

저도 건축가님이 놀랍다고 반응하셨던 게 기억나요.

그 장면을 보고 정은채 씨는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만의 무언가를 지키고 보존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했어요.

항상 균형에 대해 생각해요. 제삼자처럼 저 자신에게서 분리돼서 보고 생각해야 할 때도 있어요.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저에게는 그런 밸런스가 중요해요. 일을 하는 데에서도 그런 부분이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고.

어느 순간에는 나 자신으로 남에게 다가간다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을 거 같아요. 관계나 책임 때문에 나 자신으로서 솔직하게 다가가기 힘든 순간도 있을 테고요.

모든 것이 드러나는 일을 하니까요. 배우로 살아가려면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무엇이건 간에.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썩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나 자신도 내가 생각하는 완전한 인간일 리 없으니 그런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고, 실제로도 소소하고 솔직한 면모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매력적인 존재는 어떤 사람일까? 계속 이렇게 살고자 한다면 그런 매력이 지속되는 인간이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까? 혼자 있을 땐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아무래도 혼자 있을 때 생각이 많아지는 거 같은데, 백색소음이나 구체음악을 즐겨 듣는 건 어쩌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반복적인 소리에 집중하면 잠시 머리를 비울 수 있으니까요.

굉장히 지루하고 무료해 보이는 패턴이나 반복되는 행위에 관심이 가요. 거기서 안락함이 느껴지거든요. 보거나 듣거나, 그렇게 지속되는 어떤 패턴에. 반복적으로 해나가는 일에 대해서도 크게 지루함을 느끼는 편이 아니고요.

 

오버사이즈 블랙 재킷 YCH.

배우란 어쩌면 반복과 절단의 패턴을 불안정하게 이어나가는 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어쩌면 이런 고민이 처음 연기를 시작하던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한 물음표였겠죠.

그때는 호기심 어린 질문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이렇게 살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이게 다 뭘까?’라는 질문? 이번에 <리턴> 하면서 그 시절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에도 나름 재미가 있었고, 거침없었고, 제 안에 어떤 확신이 강하게 자리했던 거 같더라고요.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훨씬 불안정해 보이는 상태였겠지만 제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그때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립기도 하고요.

부산 출신이지만 유년 시절 일부를 런던에서 보냈고, 중학교 1학년 때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8년간 유학 생활을 했어요. 어쩌면 부산보다는 런던이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기는 하죠. 아무래도 어릴 때는 친구들이 중요한데 현지에 사는 친구들도 있고, 수많은 고민과 부딪치던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부산도 제가 태어난 곳이라 나름 애착이 있어요. 고향이라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하고요. 마음이 불안할 때 기차 한 번만 타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여전히 부모님은 부산에 살고 계시니까요.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안시성>에서 일종의 무녀라 할 수 있는 신녀 ‘시미’라는 역할을 연기했다고 들었어요.

앞날을 내다보고 제시하는 역할인데 굉장히 모호한 캐릭터예요. 대단한 힘을 갖고 있지만 이 편도 아니고 저 편도 아닌, 갈등의 한가운데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인물이죠. 비주얼만 놓고 봐도 사극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콘셉트라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네요.

지금 해보고 싶은 역할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지금 제 나이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멜로 작품 하나 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멜로는 연령대가 중요하잖아요.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지금 할 수 있는 멜로를 한 작품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액션까진 모르겠지만 선이 굵고 인상이 센 캐릭터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지금의 정은채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고 싶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시간은 계속 가고, 저는 계속 변할 텐데 그런 변화를 작품으로 하나씩 남겨놓는 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가장 의미 있게 남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매 작품이 그런 의미에서 제겐 소중한 거 같아요.

2013년에 발매한 EP 앨범 속지에 “씩씩하고 재미있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넣었더군요.

사실 그런 인사말은 안 넣고 싶었는데 넣어야 된다고 해서 그냥 적었던 거예요.

그게 2013년의 정은채가 남기고 싶었던 다짐처럼 보였어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거 같아요.

혹시 지금 다시 인사말을 적어야 한다면?

음, 그냥 똑같은 말? 그때도 최대한 쥐어짠 게 그거였거든요.(웃음) 오늘 제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많이 얘기해주시네요.(웃음)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어시스턴트신동윤
사진목정욱
헤어이선영
메이크업이숙경
스타일링박세준
출처
33296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