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은 괜찮다

이진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하게 삶을 마주 보고 있다.

블랙 시스루 블라우스, 블랙 스웨이드 바지 모두 생 로랑.

혼자서도 여행을 잘 다닌다고 들었다. 계획 중인 여행이 있나?

최근에는 통 못 가서 이제 계획해볼까 싶다. 그래도 오랜만에 촬영 현장에서 동료들과 부대끼니까 사는 것 같았다.

<리턴>에 캐스팅됐을 때 이미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하 <호랑이>) 촬영을 다 마친 후였다. <호랑이>로 오랜만에 촬영 현장을 찾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기였고 이런 분위기의 작품도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배우들과 좋은 감독님과 작업할 기회가 생겨서 여러모로 고마웠다. 저예산 영화라 어려운 환경에서 촬영이 이어졌지만 그런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인 덕분에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느끼는 현장이었다. 스태프들과 정서적으로도 교류할 수 있었고,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남는 작품이 될 거 같다.

‘호랑이’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진짜 호랑이를 의미하는 것이더라.

개인적으로는 판타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했다는 거니까. 말이 되긴 하지.(웃음)

덕분에 주인공인 경유가 ‘호랑이 조심하라’는 말을 두 번 듣기도 한다. 이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재난 상황이 연상되기도 해서 묘한 위트가 느껴졌다.

그런 부분도 의도된 판타지일 수 있다고 본다. 경유가 실제로 그 말을 들은 게 아니라 경유라는 인물이 가진 두려움이 호랑이라는 상징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만 먹고 가진 것 하나 없이 주변인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경유를 한심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영화도 경유를 가혹하게 내몰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인물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진욱 씨는 경유라는 인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사람이지. 진취적으로 삶을 일궈내거나 개척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고. 어쩌면 사람들이 그런 경유에게 공감할 거다. 요즘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방편이 너무 많잖아.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세상에 넘쳐나고. 그래서 오히려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 괜히 잘못 사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고 개척하고 쟁취하는 사람은 몇 명 없잖아.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건 진짜 뛰어난 몇 명에 불과하지. 대부분은 그렇게 살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위로를 주는 거 같다. 경유나, 이 작품이나.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 이름을 남기겠다는 야심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야심을 가지라는 강요에 의해 끌려가는 사람도 있을 거다.

산꼭대기에 올라가는 게 목표인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고지를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고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그렇게 안 한다. 결국 다들 야심을 가지라고 강요받지. 조금만 더 하면 고지가 코앞이라고. 올라가면 오히려 외로울 텐데. 올라가려고 할수록 계속 실패만 맛보다 지치게 되고. 사실 안 그래도 되거든. 나는 올라가지 않아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아닐 거다.

그건 긍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도전이니까.

<리턴>과 <호랑이>를 보면서 이진욱이란 배우가 잘생겼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그런데 이진욱은 다른 미남 배우들과 달리 잘생긴 외모가 극복 대상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정말 외모를 의식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러려고 많이 노력하지. 물론 겸손해지고 싶어서, 아니면 스스로 잘생기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다. 애초에 내 관심사가 다른 데에 있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선배들 연기를 쫓아가느라 바빴다.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는 배우는 아니었으니까 내 연기에 집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내 문제라고 하더라. 중요한 건 결국 자기 장점을 극대화하는 건데, 대중이 내 외모를 주목한다면 그걸 부각시키는 데 집중해야지 효율성 떨어지게 애먼 부분만 고민한다고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화이트 데님 재킷 산드로 옴므.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은 배우가 외모 이상의 평가를 얻는 게 쉽진 않은 거 같다.

사실 외양에 치중하는 건 가볍게 평가되는 면이 있지 않나. 그런데 배우는 외양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거든. 하지만 인기가 많다고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외모를 인정받는 만큼 내적 성장을 이루려는 노력이 더 중요해진다. 잘생긴 배우들이 힘든 건 그래서다. 스스로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만 대중까지 그렇게 느끼게 만들기가 쉽지 않거든. 어쩌면 진짜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과거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배우로서 탁월한 재능이 없는 것 같지만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기는 성향 덕분에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진욱이란 인간이 배우로서 적합한지 고민된다. 연예인이 배우인 건 아니지만 배우는 곧 연예인이다. 그런데 나는 연예인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적 재능을 갖고 있나 하면 그 역시도 아닌 거 같다. 다만 내가 가진 성향을 잘 가꾸면 배우로서 빛나는 재능이 생길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점점 커진다.

긍정적이라 그만큼 냉정한 것인가 싶기도 한데, 원래 이렇게까지 스스로에 대해 냉철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혹은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내가 배우에 적합한 사람인지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그런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집중력과 집념에 의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본다. 그런데 배우가 되고 보니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보이더라.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너무 부럽다. 그런 재능을 갖고 있는 게.

남들과 경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아닐 거 같은데.

원래 약간 호전적인 성향이다. 사소한 게임을 해도 꼭 이기고 싶어진다. 그런데 1인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이기고 싶은데 1등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1등이 되려면 승부욕을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데 나는 그냥 두세 명 정도 이기면 만족하고 그만두는 사람이다. 배우로서도 최고를 꿈꿀 필요는 없지만 눈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는 건 중요하다.

블랙 브이넥 셔츠, 블랙 바지 모두 준지. 블랙 레터링 스니커즈 컨버스.

한때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경유는 소설을 왜 그만 쓰기로 했느냐는 물음에 “재능은 없는데 미련하게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고 답한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열망을 견디지 못해 오히려 포기하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상이 너무 높으니까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한 거지. 나는 그게 교만이라고 느꼈다. 언뜻 그런 생각이 겸손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진짜 겸손한 사람은 노력만 한다. 좌절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건 교만한 거다. 스스로를 되게 높게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나태했던 거다.

다른 배우들의 재능이 부럽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결핍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갉아먹을 사람처럼 보이진 않는다.

맞다. 그렇진 않다. 이 역할을 잘하고 싶어서 나를 괴롭히고 답답해하는 건 있겠지만 열등감을 느끼진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건 쉽게 인정한다. 나보다 잘났구나. 어떻게 저런 재능이 있을까. 정말 부럽다.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재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한다. 원래부터 갖고 있던 거라 자연스럽게 써왔을 뿐이니까.

마치 그건 이진욱 씨가 자신의 잘생김을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거다.(웃음) 경유는 소설 쓰기를 그만뒀다고 하는데, 그가 늘 갖고 다니는 캐리어에서는 자신이 흠모하는 <노인과 바다>의 오래된 번역본이 나온다. 소설 쓰기를 그만뒀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 세계를 맴도는 사람처럼 보인다.

겁쟁이지.

여전히 초심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 같기도 한데, 이진욱 씨에게도 경유의 <노인과 바다> 같은 것이 있을까?

어쩌면 나 자신인 거 같다. 요즘은 그게 전부다. 내가 나 자신을 떠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듯이, 배우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거 같다. 실제의 내가 있고, 내게서 떨어져 나온 또 다른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이겠지. 그러다 보면 결국 진짜 내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배우라면 누구나 그런 순간이 다 올 거다. 결국 그 과정에서 옷을 입고 벗듯이 유연하게 연기하는 수밖에 없겠지.

어쩌면 자리를 지킨다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신인 배우가 등장했다가 잠시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라진다. 내가 지금껏 연기해온 15년이란 세월 동안에도 나와 비슷하게 활동했던 배우 중에서 남아 있는 사람이 몇 명 없거든. 그런데 나는 어찌어찌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 스타가 되면 그 힘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몇 명 안 되니까. 지금의 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호랑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첫 장면이라 답한 바 있다. 경유 본인은 사소하게 생각한 순간이었지만 그의 애인 현지(류현경)는 결국 경유와의 이별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경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몰랐다. 그만큼 무심했던 거다.

촬영할 때도 그 얘기를 많이 했다. 영화 속의 모든 일은 경유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대단히 무심했던 거지. 그게 마음 아팠다. 모든 걸 잘 해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리고 누군가는 어리석은 일을 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동정하게 되는 거고. 어쩌면 나 역시도 누군가를 상대할 때 그런 무심함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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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난 2년여 간의 시간이 이진욱 씨에게 인생을 돌아보고 주변을 살피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힘들다는 말로 표현하긴 그런 상황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삶을 돌아보게 됐고 타인을 의식하고 인지하고 이해할 정도의 시선을 갖게 된 거 같다. 아마 많은 배우들이,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다.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살 텐데 다른 사람의 세상이 있다는 걸 인지하면 많은 게 달라 보인다. 물론 어차피 내 인생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겠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세상도 존재하고,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런 인지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게 배우 이진욱에게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결국 그런 경험이 배우의 내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아무래도. 어느 인생에나 힘든 일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그런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바뀔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경유는 대리운전 일을 하다가 굉장히 무례한 이들을 만난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무례하게 군다. 가끔씩 유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무례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을 거 같은데, 어쩌면 경유의 상황이 남 얘기처럼 보이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 모두가 그런 일을 겪을 거다. 그런 행위에서 논리적 타당성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해낼 수도 없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고, 크게 바뀌지 않으리란 것도 안다. 정말 어려운 문제 같다. 진부한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라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쉬운 듯 어려운 일이다.

주목을 받으면 괜한 미움도 받게 되는 것 같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생각하는 게 중요할 거다.

진짜 중요하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도 고맙다.

<리턴>의 독고영이나 <호랑이>의 경유는 서로 판이한 캐릭터이지만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사람 중 본인과 닮은 건 누구일까?

둘 다 내 성격과는 다른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독고영 쪽에 가깝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이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으니 내게 경유 같은 모습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고민은 해도 피하지는 않는 편이라 독고영 쪽인 거 같다. 물론 무작정 돌진하는 타입은 아니고.

아무래도 호기심이 있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솔직함도 있는 것 같다.

화이트 티셔츠 발렌티노.

연예인으로서 솔직하게 살아가기가 쉬운 일은 아닐 거다. 경유도 어쩌면 그래서 힘든 게 아닐까 싶다. 착한 심성을 가리지 못해서 모진 세상을 정면으로 견딜 수밖에 없는 인물이랄까. 그래서 경유에게는 매일매일이 호랑이 같을 거다. 호랑이보다 힘든 사람과 호랑이보다 힘든 순간이 매일 찾아오니까. 그래도 영화는 마지막 순간에 경유의 꿈을 찾아줌으로써 일말의 희망을 불어넣는다.

나는 영화의 말미에서 경유가 펜을 들었다고 해서 경유가 다시 글을 쓰고 결국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하지만 또 모르지.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어쨌든 그래서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깨달음을 얻었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석에 달라붙듯이 본인의 DNA로 돌아온다고 본다. 그걸 거스르고 살려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과연 그 삶이 행복할까?

경유가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다는 말인가?

진짜 못해도 괜찮거든. 꼭 삼성에 들어가야 되는 것도 아니고, 꼭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이건 좀 다른 문제인가.(웃음) 어쨌든 남들보다 넓은 집, 좋은 차를 가져야 하는 건 아니다. 내 운명이 소소한 곳에 있다면 거기서 만족할 만한 걸 찾아서 살아야지.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건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물건 하나 더 살 수 있는 거? 돈이 진짜 많으면 하나 정도는 아니겠지만 결국 궁극적인 삶은 다 똑같은 거 같다.

그렇다면 경유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다만 소설가가 돼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할 순 없지. 꿈은 꿈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맞아떨어지는 행운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경유는 마지막에 결국 호랑이를 만난다. 당연히 진짜 호랑이는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진짜 호랑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세상을 돌고 돌아보니 정작 진짜 호랑이를 만났을 때 경유의 시각으로는 그것이 진짜 호랑이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감독님도 진짜 호랑이일지 그걸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웃음)

커팅 디테일 데님 재킷, 데님 바지 모두 발렌티노.

만약 눈앞에 호랑이가 나타난다면?

아마 갈갈이 찢겨 죽겠지. 상상하기도 싫다.(웃음) 호랑이가 배고프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냥 운명에 맡겨야겠지.

힘든 시기를 보내고 나면 오히려 생의 의지가 충만해질 수도 있을 거다. 그래서 지금 배우로서 에너지가 충만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이 시간을 잘 보내면 배우로서의 삶을 분명 좋은 쪽으로 밀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진욱에게 어울리는 건 어떤 역할일까?

항상 어떤 역할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편은 아니었다. 좋은 내용이라면 자연히 캐릭터에도 흥미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냥 일상을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으면 좋겠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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