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엄홍식 그리고 나 1편

유아인이라는 느낌.

스틸 케이스, 스틸 브레이슬릿, 옐로 골드 베젤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티셔츠 유니버설 프로덕트 by 1LDK 서울. 데님 바지 이자벨마랑 옴므.

신기주(이하 신) 유아인과 이창동의 만남은 언제가 처음이었나요? 

유아인(이하 유) 2016년 초가을. 여기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처음 만났어요. 

박찬용(이하 박)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면 유아인 씨가 함께 작업하는 창작 집단을 말하는 거죠? 

이미 <버닝> 시나리오가 나와 있었나요? 

아뇨. 그때는 시나리오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하나도 작업이 안 돼 있는 상태였죠. 이런 캐릭터가 있는데 어떠냐는 말씀도 안 하셨어요. 이런 작품이 있다는 말씀까지만 하셨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읽어봤어요. 그것만으로는 영화가 어떤 내용일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렵더군요. <헛간을 태우다>에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묘사돼 있지 않으니까요. 

옐로 골드 케이스, 옐로 골드 브레이슬릿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재킷 폴스미스. 티셔츠 오디너리 피플.

동일한 작품이라고 하긴 어려워요. 다른 작품이죠. 어쨌든 거기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온 건 맞고요. 영화 이야기를 미리 하려니까 조심스럽긴 하네요. 

줄거리조차 알 수 없는 <버닝>이 주목받고 있는 건 유아인과 이창동의 첫 만남이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이끌렸던 건 작품이나 캐릭터가 아니라 이창동이라는 감독 자체였어요.  

왜죠?

배우로서, 대한민국 배우로서, 음

신, 박

스틸 케이스, 베이지색 가죽 스트랩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데님 재킷 리빙 콘셉트 by 1LDK 서울. 슬리브리스 톱 캘빈클라인 진. 데님 바지 리바이스. 운동화 발리.

음 그러니까 꿈만 같은 일이었어요. 이창동 감독님의 팬이었고, 감독님께서 워낙 젊은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안 하셨잖아요. 그런데 마침 그때는 제가 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때이기도 했거든요. 

갈피를 못 잡았다니요? 

그때까지 저는 너무 직장 생활 하듯이 일을 했어요. 사실 직장 생활을 안 해봤는데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마음 자세가 그랬다는 거예요. 

프로의 자세였다는 거군요. 

프로의 자세라기보다는 좀 부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 가기 싫어하고 일하기 싫어하고. 

일하러 갈 땐 늘 불행했다고 한 적이 있어요. 

사실 너무 일찍 일을 시작했잖아요. 내가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언제나 저는 혼란을 겪었고. 그때는 그런 혼란이 제 안에 좀 많이 차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는 제가 <베테랑>과 <사도>를 끝낸 이후여서 세상의 피드백도 엄청 좋았고요. 비행기를 태워준 거죠. 하지만 비행기를 계속 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스틸 케이스, 스틸 브레이슬릿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모두 까르띠에. 티셔츠 메종 마르지엘라. 데님 바지 헤리티지 플로스. 운동화 닐바렛.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이창동 감독을 만난 거네요. 그때부터 2년이란 세월이 지났어요. 이창동이라는 감독을 만나고, 대화하고, 그의 작품 속에서 산 지가. 그 시간들이 유아인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제가 어떤 변화를 겪었냐 하면요작품을 지나오면서유아인은 정말 한참 동안 침묵했다.) 이런 상태가 됐어요. 뭔가그러니까애쓰지 않게 됐다고 해야 하나? 

애를 쓰지 않게 됐다? 

저 정말 애쓰면서 살았거든요. 화보 촬영 현장에서든 광고 촬영 현장에서든 인터뷰 현장에서든, 보통 배우나 연예인들이 요 정도로 하는 수많은 일에 나 혼자서 막 너무 치열하게 열심히 달려들곤 했어요. 

왜요? 

항상 박수받고 싶어서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넌 달라.” “넌 다른 애들과는 달라.” “어떻게 그렇게 움직여?” 이런 말을 듣고 싶어서. 누가 억지로 강요한 적도 없는 목표를 혼자 설정하고 달렸어요. 그러다 보니 내 페이스보다 넘치고 과잉되고 과열된 상태로 너무 오래 있었죠. “유아인은 남들보다 더 뜨거워”라는 상태를 내가 너무 철저하게 수행했던 것 같아요. 

유아인 캐릭터를 너무 열심히 연기했군요. 

그러니까. 유아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 너무 몰두했던 것 같아요. 

자연인 엄홍식이 연예인 유아인을 연기했던 거군요. 

개념적으로 유아인과 엄홍식은 달라요. 자연인으로서 누구인지도 뭔지도 모르는 나라는 존재와 유아인이라는 존재를 굉장히 분리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느 시점에서는 둘을 잘 분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했고요. 

삶의 절반은 프로 연기자로 산 거잖아요. 그럼 분리가 잘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스틸 케이스, 베이지색 가죽 스트랩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셔츠 윈도우00. 데님 바지 리바이스.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로가 뭔지 아마추어가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아마추어 같은 면도 있어요.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기에 <버닝>이라는 작품을 만났어요. 작품 안에서는 굉장히 혼란스러웠지만 몸과 정신은 어떤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 

이창동 감독의 촬영 현장이 어떻게 유아인을 편안하게 해줬을까요? 

그 현장이 주는 영적인 편안함이 있어요. 저는 보통 이렇게 사람들과도 잘 못 섞여요. 먼저 다가가서 친근하게 대하지도 못해요.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싫어하고요. 

촬영 현장에서 유아인은 모니터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배우라고들 했었죠. 

이번엔 촬영 현장에서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 

어째서일까요? 이창동 감독님은 말씀이 느리잖아요. 아주아주 천천히 말씀하시고. 

맞아요. 어떤 기술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더 귀를 기울이게 하는 기술이. 뭔가 서스펜스를 만들면서 말을 하시죠.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죠. 필요한 말만 하니까. 2016년은 유아인의 시대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유아인이 대세였던 해였어요. 그게 어찌 보면 너무 빠르고 너무 높고 너무 뜨겁고 너무 과잉인 유아인의 세계였던 것 같아요. 반면에 이창동의 세계는 너무 느리고 너무 차분하고 놀라우리만치 너무 정적이고.

그렇죠. 그래서 <버닝>의 다음 작품 촬영 현장에 갔을 때는 제가 너무 느려서 고생을 좀 했어요. 

<국가부도의 날>? 

네, <국가부도의 날> 촬영 현장에서는 정말 적응하느라 고생했어요. 이창동 감독님께 장난스럽게 이렇게 말씀드린 적도 있어요. “아니, 제가 이런 상태가 되는 거였으면 사전 경고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이창동의 현장은 아주 희소한 현장이에요. 물론 배우는 어느 현장에서나 감독과 배역과 극에 맞는 몸과 정신 상태를 갖고 가야 하죠.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현장은 패턴이 비슷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몸과 정신 상태면 금세 적응하는지 내가 아는 거죠. 잔재주죠. 저도 그랬던 면이 있어요. 

그게 유아인의 캐릭터인 거고. 

현장에서 전 무슨 미션 클리어 하듯이 연기를 했어요. 그걸 너무 빨리 해냈죠. 그걸 또 너무 잘 해내는 애였거든요. 심지어 어느 순간에는 그걸 즐겼고. <버닝>을 하면서 그런 힘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임기응변도 잘 안되고 순발력도 떨어진 것 같고. 그래서 <버닝> 다음 작품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연습을 많이 했어요. 대사도 달달 외워 가고. 그런데도 한 번 깨졌죠. 첫 촬영 때 대사 NG를 대여섯 번씩 내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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