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혁 공감

누군가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의 생활 공간을 보는 거다. 오혁의 공간을 들여다봤다.

릴케의 말이 떠오른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시인 릴케는 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언어의 도끼가 들어가본 적이 없는 깊은 숲속에 숨쉬고 있는 순수한 어떤 것. 나에게는 오혁이 그렇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어느 깊숙한 곳에서 숨쉬고 있는 순수하든 안 순수하든 상관없는 그 어떤 것.

그를 조금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건 방송으로 오혁의 집을 본 다음이다. 하얬다. 벽은 하얗고, 바닥은 벽돌이라 빨갰다. 극명하게 반대되는 색감. 거기에 미드센추리 가구. 오렌지빛 가죽의 비초에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비초에 가구는 독일 디자이너 디터람스의 작품이다. 그는 가구를 디자인할 때 최대한 디자인이 없도록 디자인했다. 가구에는 사용자 개인의 삶이 묻어나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때론 지나치게 심플한 것이 명료할 때가 있다. 오혁이 그렇다. 그는 심플한 것을 좋아하지만, 그의 개성은 명확하다. 이케아는 오혁의 이런 면을 진작에 알아봤다. 그리고 그와 함께 거실을 꾸몄다.

이케아 고양점에는 오혁과 컬래버레이션한 거실 쇼룸이 있다

이케아 송에 이은 두번째 컬래버레이션이다. 덕분에 이케아의 많은 제품을 경험해봤을 텐데, 이케아 제품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태어난 지 5개월 때, 그러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 다 함께 중국으로 이민을 갔다.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이케아 매장도 가보고, 제품도 제법 써봤다. 그래서 나는 이케아 제품에 꽤 친숙하다. 이케아 가구 장점은 많지만, 가장 큰 장점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구 종류가 워낙 많아 누구나 자기 취향에 맞게 집을 꾸밀 수 있게 하니까. 그 점이 참 매력적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나?

미니멀한 것을 좋아한다. 깔끔하고 과하지 않은 스타일이 좋다. 이케아 고양점에 있는 오혁거실 쇼룸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아기자기한 것은 없다. 색도 많지 않다. 흰색과 파란색이 대부분이다.

 

이케아와 협업한 거실 스타일에 대해 소개한다면?

편안한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혼자 살다보니 거실을 안방 삼아 편히 있는 걸 좋아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인 셈이다. 이케아 제품을 둘러보다 벽처럼 등과 측면 부분을 높이 디자인한 소파를 발견했다. 그 소파에 앉아보니 아늑한 둥지같았다. 거실에 이런 소파 하나씩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픈된 공간이지만 프라이빗한 휴식을 즐길 수 있으니까.

 

쇼룸에는 두 종류 소파가 배치되어 있던데?

‘ㄱ’자 소파가 놓인 공간은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 상황을 상상하며 꾸민 거다. 평소에 친구들이 집으로 자주 놀러 오는데, 특별한 걸 하진 않고 주로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본다. 이때는 아무래도 편하게 있는게 중요하니까 모듈형 소파(발렌투나)를 배치했다. 이 소파에 다리 쭉 펴고 누워있고 싶다.

혁오 밴드의 합주실 모습

흰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집 벽도 하얗고, 혁오 합주실도 거의 하얀색이더라.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는 흰색이 많은 편이다. 흰색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만들고, 그 위에 무슨 색을 얹어도 괜찮아 보인다. 흰색이나 검은색을 바탕으로 빨강 파랑, 노랑, 주황 같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편이다.

 

얼마 전에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했다. 주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주택에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파트는 아무래도 인테리어가 비슷비슷한데, 그 비슷한 인테리어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오여(오혁의 반려견)가 뛰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주고 싶었고.

 

방송으로 잠깐 집을 공개한 적이 있다. 바우하우스 영향 받은 디자이너의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조콜롬보나 비초에 같은.

1950~60년대 미드센추리 가구를 좋아한다. 철로 만든 다리와 나무의 조합, 판톤체어처럼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선과 재질, 디터람스의 절제와 미니멀함. 이런 것들이 내게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가구들이다. 이케아 거실을 꾸밀 때도 내가 좋아하는 메탈이나 색감의 것들을 골랐다. 디자인은 최대한 절제된 것으로.

합주실에서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거의 합주만 하는데, 의상실과 스튜디오가 붙어 있어서 의상 피팅을 하거나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

합주실 공간 구조가 재미있더라. 미로 같은 통로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벽이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여러 사람이 쓰는 공간이니까 공간을 좀 나눠서 쓸 수 있도록 했다. 큰 벽 하나가 움직이는데, 그 벽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합주실과 스튜디오가 분리되기도 한다.

합주실에 LP나 악기, 옷 등 짐이 꽤 많더라.

내 짐의 종류는 책, 옷, 악기, 신발이다. 연예인치고 많은 편은 아닌데, 한 공간에 두기에 버겁긴 하다. 그래서 합주실 벽 한쪽에 수납장을 크게 만들어 옷과 신발을 수납하도록 만들었다.

 

예전보다 공간에 대한 로망이나 욕심이 좀 생긴 것 같다.

요즘 투어 공연을 해서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인지 집과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다. 이번에 이케아와 협업을 하며 그 애착을 새삼 다시 느꼈다. 내 공간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휴식을 취하거나 음악을 할 때 가장 편한 것 같다. 이런 나의 취향이 이케아와 협업한 쇼룸에 잘 표현된 것 같다. 심심한 듯 질리지 않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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