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준열

류준열은 뜨겁다.

회색 티셔츠, 오렌지색 수영복, 플립플롭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지난 인터뷰를 살펴보니 거의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뭐예요? 뭐죠?

왜 공포에 질린 표정을.(웃음)

뭐라고 했지?

이 말이에요. “인복이 있다.”

아!(웃음) 맞아요. 정말 그래요. 인복이 많죠.

신작 <전투>를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그럼요. 특히 더 느꼈던 것 같아요. 스태프도 그렇고 배우도 그렇고, 다들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원신연 감독님이 무술감독 출신이잖아요. 내용은 봉오동 전투, 말 그대로 ‘전투’고요. 그래서 더 힘들었으려나?

오히려 더 쉬웠어요. 감독님이 액션에 대해 잘 알고 계시니까요. ‘이건 된다, 안 된다’를 잘 아셔서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찍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저는 총을 쏘는 역할이라, 총은 쏘기만 하면 되니까. 총은 쏘면 알아서 다 맞으니까.(웃음)

총은 멀리서 쏴도 되죠, 참.(웃음)

유해진 선배님은 칼을 쓰는 역할이어서 유해진 선배님보다 저는 덜 힘들었죠.

인복이 있다는 말만큼이나 인터뷰에서 자주 하는 말이 또 있더라고요. 특히 이 말은 최근 2~3년사이 부쩍 하는 것 같았어요.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뜬다.)

“시간이 없다.”

아, 시간은 진짜 없어요. 너무 없어요.

시간이 없을 만해요. 쉴 새 없이 작품을 해왔잖아요.

그런데 또, 시간이 없어도 할 건 다 하잖아요. 먹고 자고 다 하는데 그 안에서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까…. 계속 다짐과 후회를 반복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죠.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라 하면?

쉬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좀 허투루 보내는 시간. 모르겠어요, 시간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어요.

 

 

흰색 리넨 셔츠, 타탄체크 캔버스 버킷 햇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최근 <트래블러>에서 이제훈 배우와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 말이 턱 걸리더라고요. “열 작품 정도 연달아 찍다 보니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멘붕이 왔다.”

네, 그랬죠.

작품으로 치면 그 시기가 언제였어요?

항상. 할 때마다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느꼈던 것 같아요.

데뷔작인 <소셜포비아> 때는 신나게 연기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소셜포비아> 연기를 제일 좋아해요.

BJ 양게 말이죠. 날것 같은. 이번에 다시 보는데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다른 건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뭘 몰랐을 때 했던 에너지가 확실히 있어요.

그 대표작이 <소셜포비아>인 거고.

대표적인 게 아니라 그거 하나예요.(웃음)

이후에는 부담감이 생겼어요?

부담감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부담스러운 건 아닌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있어요. 부담스럽고 그렇진 않고요.

 

 

반소매 셔츠, 카무플라주 프린트 조끼, 바지, 카키색 타이, 플립플롭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류준열 배우는 본인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그 에너지를 스스로 잘 채워나가는 사람 같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것조차 밑천이 떨어진 것 같아요. 사실 어제 저녁에도, 뭔가 오늘 화보 못 찍을 것 같고… 그런 기분 있잖아요. 피곤하고 지친 것과는 상관없어요. 잘해야 되는데…. 부담이랑은 다른 것 같아요.(에디터가 웃자 류준열 배우가 또다시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뭔지 이해하셨어요?

잘해야 되는데. 잘하고 싶은데.

맞아요.

욕심이라고 해야 하나? 욕심과도 좀 다른데 굳이 말하자면 부담감이 아니라 욕심에 가깝죠.

정확히 이해하셨네요. 신기하네.(웃음) 더 잘하고 싶은데 어렵죠.

말씀대로 그건 부담과는 다른 것 같아요.

부담은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데 그런 건 아니잖아요.

지친 것도 아니죠.

지치기에는 아직 너무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다니는 게 류준열 배우의 스트레스 돌파구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네요.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류준열에게 여행은 돌파구가 아니라 일상인 거죠. 지쳐서 떠나는 게 아니니까.

그렇죠. 돌파구라면 여행하고 나면 다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잖아요.

잘하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렵죠. 답도 없고, 하고 나서도 잘한 건지 모르겠고.

정말 그래요.

 

 

스웨트셔츠, 반바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트래블러> 최창수 감독 말로는 밤에 카메라 꺼지고 나면 이제훈 배우와 둘이 밤새 그렇게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던데 무슨 이야기 했어요?

그냥 연기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형이 워낙 잘 들어주고 말을 잘 꺼내고 그래서요.

대화는 서로가 하는 건데요, 뭐.

저는 고집도 세고 별로인 것 같아요.(웃음) 제훈이 형이 착한 사람이고. 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혹시 여행 짐 쌀 때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두고 가는 물건 있어요?

일단 옷이죠. 가져갔다가 결국 한 번도 안 입고 도로 가져오는 경우 있잖아요. 있죠?(웃음) 신발도 사실 그렇긴 한데. 기분에 따라 갈아 신고 싶은데 부피도 크고 그래서 챙겨 가는 게 애매하니까. 음…. 그런데 가장 고민하는 건 다이어리.

다이어리?

잃어버릴까 봐.(웃음)

요즘도 일기 써요?

쓰는데 밖으로는 안 갖고 나가요. 잃어버릴까 봐요.

굉장히 소중한 거구나.(웃음)

사람들이 보면 제 이야기인 줄 다 아니까.

궁금해지는데요.

잃어버릴 일 없을 거예요. 집에만 두니까. 안 갖고 나갑니다.(웃음)

매일 써요?

그렇진 않아요. 피곤하면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자는데요, 뭐.

어떨 때 일기를 써요? 저는 안 써서 잘 모르겠어요. 어떤 감정인지.

하루를 정리하는 게 있어요.

가장 마지막 일기는 언제 썼어요?

어제요.(웃음) 어제 생각이 좀 복잡해서. 대단한 내용은 아니고 그냥 기분이 그래서. ‘뭔가 좀 어렵네’ 그런 기분. 기분이 업다운되는 게 있다면 어제는 다운이 좀 됐던 것 같아요. 일한 게 후회된다거나…. 후회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하늘색 줄무늬 시어서커 재킷, 반바지, 폴로 메시 셔츠, 클래식 볼캡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생각이 많아진 시기인가 보네요.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마냥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나이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겁먹을 나이도 아니고. 그 중간에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신경 쓰여요?

나이 자체는 아니고 시기가.

후회라는 감정 안에는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고민이 큰 건가요?

그것도 있기는 한데 전부는 아니에요. 절반 정도? 절반은 제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 연기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고민들 있잖아요. 그런 것 포함해서요.

‘불안감’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까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지? 그 정도.

그런 후회가 들 만한 일이 있었나 보군요.

그냥, 전부 다 그랬어요.

계속 복기해보는구나.

복기는 좀 거창한 거 같고 이렇게 돌아봤을 때… 저는 막 모니터링하고 다시 찾아보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 것 같더라고요.

티가 나요?(웃음)

본인 나온 작품은 잘 안 챙겨 본다고 해서.

안 봐요.

부끄러워요?

부끄러워요.(웃음) 멋있게 얘기 못해요. “끝난 건데 봐서 뭐 해” 이런 건 멋있잖아요.

그게 뭐가 멋있어요. 부끄럽다는 게 더 낫죠. 솔직하잖아요.

오늘 분위기 좋은데요?(웃음)

지금까지 대화 나누는 중에 류준열 씨 눈이 가장 반짝인 순간은 ‘욕심’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인 것 같아요. 부담이나 불안이 아니라 욕심이다.

저 욕심 많은 것 같아요. 욕심은 많은데 그걸 못 따라가고, 그러면 자기 자신이 싫어지잖아요. 불만도 많이 생기고. 후회도 되고요. 그런데 그 와중에 열심히는 안 하잖아요.

열심히 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속상한 거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류준열 씨가 생각하는 ‘열심히’는 어느 정도예요?

열심히 안 한다고 하면 대충 한다는 것처럼 읽힐 수 있는데(웃음) 그건 아니고 ‘돌아보니 열심히 한 게 아니었다’ 이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때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더 할 수 있었는데’ 싶고. 그래서 열심히 한 게 아닌 것 같다. 그렇죠?

네. 그리고 반대로, 끝났는데 열심히 한 것 같은 기분이 남아 있을 때 있잖아요. 그런데 결과물 속의 제가 제 기대에 못 미치면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기도 하고.

관객으로서 배우 류준열은 본능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트래블러>를 보면서 더 확신했고요. 계획을 짜고 하는 여행보다는 우연한 일상을 더 좋아하고, 즉흥적이고, 추진력 있고, 효율성을 좇고.

맞아요. 그런데 그건 게을러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하늘색 줄무늬 시어서커 재킷, 폴로 메시 셔츠, 클래식 볼캡 모두 폴로 랄프 로렌.

그런데 영화 <돈>의 박누리 감독님이 그러더라고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현장에서의 류준열을 보고선 생각이 달라졌다. 아주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더라고.

그때는 준비를 많이 했어요. 분위기도 그랬고요. 감독님이 저를 그렇게 만들어줬어요. 제가 인복이 많다고 하는 데에는 그런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타거든요. 그 사람이 열심히 하면 저도 열심히 하고. 그런 점이 있죠. 분위기를 좀 타는 것 같아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제일 문제는 멋대로 살고 싶은데 멋대로 못 살잖아요, 우리가 다. 그 멋대로라는 게 막 사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적당히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건데 그걸 못 하잖아요, 우리 모두. 그런 괴리감 있지 않아요?

있죠.

이건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도 살고 싶고 저렇게도 좀 하고 싶은데 못 하니까 답답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적절한 예일지 모르겠는데 내일 출근하기 싫으면 안 하고 모레 출근하고 싶을 때 있잖아요.

아주 적절한 예예요.

그런데 내일 출근해야 되잖아요.(웃음)

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렵죠.

너무 어렵죠. 멋대로 좀 살고 싶은데.

되게 간단명료한데.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한테 피해 안 주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데 그렇게 살기 어려운 것 같아요.

뭘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것도 좀 어려운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속에는 있는데 말 못 하는 건 아니고요?

적절한 예가 안 떠올라서요. 너무 수준 낮은 예만 떠올라요.(웃음) 아, 이건 있어요. 사실 어제 자기 전에 마음먹은 게 있어요. 눈 크게 뜨지 말아야지. 뭔지 아시죠?

초창기에는 눈 크게 뜨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최근에도 그래요.(웃음) 그냥 이렇게 눈 뜨면(힘을 빼고 자연스레 눈을 뜨며) 사진에는 이렇게(아주 가느다랗게 눈을 뜨며) 나오잖아요. 크게 뜨려고 해야 보통 크기처럼 나오고. 어제 자기 전에는 내일 화보는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지 말고 재미있게 찍어야지 했어요. 오늘 거기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저 오늘 되게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밖에서 첫 컷 딱 찍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기분이 좋은 거예요. 저 원래 사진 찍을 때 잘 안 웃어요. 눈 크게 뜨려고.(웃음) 오늘은 저절로 웃음이 나더라고요.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지 않았으니까.

제 안에서 진짜 멋을 찾아야 되는데. 자기 안의 멋을 찾아서 드러내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요.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보완해서 옷을 입는 것처럼 인생 자체도 그러면 좋은데 그게 어렵잖아요.

배우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겠다 생각해서 정립한 습관이 몇 개 있다고 들었어요.

일찍 일어나는 것, 좋은 거 먹고 안 좋은 거 안 먹는 것, 매일 영화 보고 드라마 보는 것…. 몇 가지 루틴이 있어요.

그 루틴, 지금도 지키고 있어요?

지키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쉬는 날이 더 바빠요. 촬영 날에는 촬영만 하면 되는데 쉬는 날에는 할 게 너무 많아서. 그런데 뭐, 옛날부터 잘 안됐어요.(웃음)

요즘은 텀블러도 꼭 들고 다니던데요. 오늘 입은 폴로 랄프 로렌의 ‘어스 폴로(Earth Polo)’ 셔츠가 평균 12개의 재활용 플라스틱병에서 추출한 원단으로 만든 거래요. 2025년까지 약 1억700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을 없애는 게 목표라고 하더라고요.

텀블러를 쓰는 건 배우로서 어떤 태도라기보다 환경에 대한 죄책감이 분명히 있으니까. 저 집에 생수 진짜 많거든요. 선물받았어요. 그런데 못 마시겠어요. 플라스틱을 버려야 하니까.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재활용된다니, 물론 애초에 사용을 자제해야겠지만, 반갑네요. 저는 집에서 수돗물 끓여 먹어요. 하나도 안 귀찮아요. 그냥 끓이면 돼요.

이런 점이 궁금했어요. 어떻게 안 귀찮아요? 애초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고, 그런 습관을 갖는 게 배우가 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을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범상치는 않다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몸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몸이 건강해야 돼요. 좋은 표현을 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몸이에요. 그래서 그렇기도 하고, 저는 특히 지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지각도 안 하고, 그래야 효율도 높은 것 같고. 눈뜨자마자 일하는 것과 좀 여유 있게 나가서 일하는 것은 다르거든요.

아침밥보다 잠을 택하는 사람으로서 모른 척하고 싶어지네요.(웃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저는 그런 쪽으로 철저했어요. 다른 사람들 술 마시고 놀 때 어떻게 하면 배우가 될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좀 유별나죠. 재수없기도 하고. 그런데 그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서 후회는 없어요. “나 11시 되면 일어날게” 말하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11시 되면 벌떡 일어나서 집에 가고 그랬어요. 지금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인정해요. 준열이 그때 11시에 일어나서 집에 갔으니까 지금 작품한다고.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보완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했지만 적어도 단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재킷, 줄무늬 후디, 로고 패치 플리스 조거 바지, 가죽 슬라이드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저는 이번에 <트래블러> 보면서 류준열 배우 덕분에 알았어요. 생각보다 해가 늦게 뜨더라고요. 여행지에서 일출과 일몰은 웬만하면 꼭 챙기는 편이라고 했잖아요. 일출 장면을 기다리는데 주변이 다 밝아졌는데도 해는 안 보여서 구름에 가려졌거나 위치를 잘못 잡아서 놓쳤구나 싶었는데, 기다리다 보면 해가 꼭 올라오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이번에는 좀 신기했어요. 장소나 동네에 따라 조금씩 다르거든요. 어쨌든 일출이랑 일몰을 보려면 애써야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별로 안 그랬던 것 같아요.

왜요?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며칠 멍하게 있으니 좋더라고요.

오늘 가장 많이 한 말들과 관련 있겠죠? 잘하고 싶다. 어렵다. 욕심.

(웃음)

왜 자꾸 잘 못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배우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일로 꼽히잖아요.

할 때는 자신감 있죠. 그런데 하고 나서 보면 자신 있게 했는데 왜 이러지, 이런 거죠. 모두가 그럴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다 그럴 거예요. 이게, 남 연기는 쉬워요. 자기 연기는 되게 어려워요. 다른 사람의 연기를 모니터로 보잖아요? 감독님이 그에게 요구하는 말을 옆에서 모니터 보면서 들으면 무슨 말인지 다 알겠어요. 그런데 당사자는 몰라요. 저도 화면 안으로 들어가면 똑같아요. 못해요. 다른 생각나고 잘 안돼요. 왜, 남 연애 얘기할 때는 조언 잘해주면서 자기 연애는 못한다고들 하잖아요. 그거랑 똑같아요.

100명 있으면 100명 모두에게 잘한다 소리 듣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없지만 그러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니까요. 가끔 잘하는 것 같다가도 돌아보면 아닌 것 같아서 너무 어렵습니다. 갑자기 왜 웃어요?(웃음)

아니, ‘욕심꾸러기’라는 말이 생각났는데 ‘꾸러기’라는 단어를 쓰기가 민망해서.

꾸러기 좋은데요?(웃음)

 

 

파스텔컬러 블록 아노락, 흰색 반바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오늘도 일찍 잘 예정이에요?

보통은 밤 11시에 자는데 요즘은 한 시간 당겨서 10시에 자요.

왜 당겼어요?

‘쏘니’ 때문에.

손흥민 선수 때문에요?

흥민이가 밤 10시에서 10시 반이면 자요. 흥민이는 잠을 좀 많이 자요. 저는 여섯 시간 정도 자는데 걔는 한 여덟 시간 자요. 그래서 저도 좀 늘렸어요. 원래는 밤 11시에 자고 새벽 5시쯤 일어났는데 요즘은 밤 10시에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나려고 해요.

그 시간에 일어나면 뭐 해요?

성경책도 읽고 영화 한 편 보고. 5시에 일어나면 영화 한 편 보고 출근해도 시간 충분해요. 그런데 부작용이 한 시간 당겨 잤더니 한 시간 일찍 일어나지더라고요. 요즘은 자꾸 한 4시 반쯤에 눈이 떠져요. 외국 갔다 와서 더 그런가….

잠이 없어진다는 나이대의 우리 할머니도 그 시간에는 주무시는데.(웃음)

그런데 요즘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요. 옛날에는 일찍 일어나면 점심 먹을 때쯤 졸리고 그랬는데 요즘은 괜찮더라고요.

일어나면 영화 한 편 본다고요?

요즘은 주로 넷플릭스로 보는데, 영화 보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잘 찍은 영화 한 편 보면 그날 하루 되게 기분 좋고 그러니까.

그런 말 있잖아요. 넷플릭스에 작품이 워낙 많으니까 뭘 봐야 할지 고르다가 시간 다 간다고.

웃긴 얘기 있잖아요. 퇴근하고 맥주 한 캔 하면서 뭐 볼지 고르다가 다 마셔서 그냥 잔다고.(웃음)

뭐 볼지 고르다가 두 캔 마시게 되는 사람으로서 궁금하네요. 볼 영화는 어떤 기준으로 골라요?

음, 딱 보면 있어요. ‘볼 게 없어. 뭐 보지?’ 이런 적은 없어요.

사실 출연할 작품을 고려할 때 시나리오가 재밌다거나 끌리기 때문이라는 이유야 만연해도 ‘내가 감독님의 전작을 재미있게 보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점이 흥미로웠거든요.

그거 진짜 중요하죠. 제게 시나리오가 들어온 감독님들의 작품은 대부분 다 봤어요. 이번 <전투>를 함께한 원신연 감독님 작품 중에서 혹시 <구타유발자들> 보셨어요? 꼭 보세요. 재미있어요. 그런데 또, 워낙 유명한 작품의 감독님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막 특별하게 챙겨 본 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영화를 보는 행위도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잖아요.

예전에는 지식을 얻으려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봤다면 요즘은 그냥 휴식을 취하려고, 쉬려고 보기도 하는 거라서요. 재미있는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요즘은. 웃고 떠들든 액션이든.

새로운 수면 시간은 ‘쏘니’가 알려줬어요?

제가 물어봤죠.

몇 시에 자느냐고 물어봤어요? 그의 생활 패턴을 본받아야겠다 싶어서?

그렇죠.

정말 욕심이 많으시네.(웃음)

욕심도 많고 고집도 세고.(웃음)

‘열심히’고.

그러니까 말입니다. 열심히는 살지만 욕심에 안 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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