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영광

김영광은 이제 힘들이지 않는다.

더블브레스트 울 코트 165만원, 스웨터 25만원, 울 바지 33만5000원 모두 보스 맨.

<너의 결혼식> 보고 때려주고 싶었어요.

무대 인사 때 큰절했어요. 죄송하다고.(웃음)

죄송할 일은 아니죠. 너무 현실적이라서 미웠던 것 같아요.

이석근 감독님이 12년 동안 틈틈이 쓴 시나리오래요. 실제 주변의 여러 연인, 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요. 현실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우연에게 공감은 잘됐나요?

사실 이번에 좀 굉장히, 제 맘대로 많이 했거든요. 

맘대로 어떻게요?

감독님이 “그냥 네가 우연이었으면 좋겠어”라고 하시는데 그 디렉션이 어렵지 않았어요. 우연이 입장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가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면 됐으니까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많이 열어놓고 받아주셨어요.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고 들리네요.

저를 아는 분들은 자꾸 저와 우연이가 똑같다고, 말하는 것도 똑같대요.

닮았대요?

다들 “그냥 넌데?” 그러더라고요.

스스로 생각해도 그래요?

한 70%?

90%는 아니군요.

그건 어렵죠.(웃음)

무통 코트 505만원, 터틀넥 스웨터 47만원, 울 바지 33만5000원 모두 보스 맨.

작품으로만 김영광을 만나온 사람으로서는 예전 드라마 중 이 캐릭터가 평소의 김영광과 가장 비슷하지 않으려나 생각했어요.

어떤 드라마인지 알 것 같아요.

그래요?

아니야. 틀릴까 봐 말 못 하겠어요. 그냥 말해주세요.

틀리면 어때요.

그럼 두 가지 얘기할게요. 하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또 하나는 <아홉수 소년> 생각했어요.

땡.

뭐야. 그러면 뭐지?(웃음)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맞아 맞아. 그것도 있었구나.

“그것도 있었구나”라고 할 정도로 시간이 지난 드라마이긴 하죠.

거기서 저는 나쁜 남자였죠.(웃음)

나쁘다기보다는 까칠하고, 솔직하고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남자였죠.

그 작품도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아서네, 괜찮았죠. 재밌었어요. 그때 김윤철 감독님과 처음 작품했는데 김윤철 감독님이 굉장히 명확하고 정확하시거든요. 대사가 막 3장인데 틀리면 안 돼. 계속해 계속.(웃음) 그때 단련이 많이 됐죠. 기회가 되면 감독님과 또 해보고 싶어요. 감독님이 아니라 교수님 느낌이에요. 멋있는 분이에요.

슈트 135만원, 캐시미어 스웨터 75만원, 구두 64만원 모두 보스 맨.

그래서 제 추측은 맞나요?

아이, 그렇지도 않아요.(웃음) 오히려 저는 좀 장난기 많고 수줍음도 좀 많고 그런 편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모델로서 먼저 보여드린 이미지에 차갑고 나쁜 남자일 것 같은 느낌이 있었죠.

웃음이 많은 사람인 건 확실해 보이네요.

(웃음)

말하는 내내 미소 지어서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어요.

그래서 악역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입이 커서 웃어도 ‘씨익’ 웃는 느낌이라고, 우비 쓰고 입만 보이는데 웃으면 진짜 무서울 것 같다고.

진짜 무서울 것 같은데 왜 안 했어요?

그렇죠?(웃음) 아,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기보다 그런 악역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씀들을 해주신 거예요. 제안이 아니라 추천. 악역 좋죠. 해보고 싶어요.

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아홉수 소년>을 고른 이유는 뭐예요?

많이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작품이라서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마니아분이 굉장히 많아요. 7년 전 드라마인데 지금도 대본집 가져와서 사인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만큼 많이 사랑해주신 작품이라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아홉수 소년>도 마찬가지예요.

<아홉수 소년>을 배우 김영광의 성장점으로 보는 리뷰가 많더라고요. 

그게, 저도 지나고 나서 보니까 이상하게 사람들이 제가 ‘로코’ 하는 걸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단막극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너의 결혼식>도 그렇고 모두 연애하고 꽁냥꽁냥, 알콩달콩 썸 타는 모습이 드러나는 작품들이거든요. 그 안에서의 제 모습을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영광 씨는 어때요?

저요?

‘주변에서 자연스럽다고 한다’, ‘좋아해준다’다른 사람들 의견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요.

좋죠. 좋아해주시면 저도 좋죠.

마냥 만족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요.

좀, 폭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안주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일 아닐까 싶어요. 흥행도 되고 다들 좋아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그렇다고 마냥 좋아하고만 있으면 성장이 멈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조금 못 미치더라도 다른 장르물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는데, 단박에 잘할 수는 없으니까 자꾸 해봐야죠. 해보고 싶은 건 해야 하니까.

더블브레스트 울 코트 135만원, 터틀넥 스웨터 25만원, 바지 21만5000원, 부츠 50만원 모두 보스 맨.

저지 집업 재킷 64만원, 바지 25만원 모두 보스 맨.

무엇을 해보고 싶어요?

매번 바뀌어요. 굉장히 단순히 그때그때 보는 영화, 좋아하는 배우들 보면서 ‘나도 저거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지금 하나를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너의 결혼식> 이후로 느낀 게 있어요. 아, 이게 내가 조금은 잘할 수 있는 건가?(웃음) 100만, 200만 돌파하다 보니까 이게 내가 조금은 잘할 수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이런 쪽으로는 자신감이 생기는데?’ 싶기도 하고.

의외예요. 

뭐가요?

항상 여유롭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지점이 있었거든요.

아니에요.(웃음)

사실 저는 배우 김영광에게 특별한 성장점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에 어떠한 성장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라 늘 같은 템포와 호흡으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쭉 이어져온 것 같거든요.

슬럼프가 와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했다든지,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치고 올랐다든지 그런 큰 낙차는 없었죠. 

“이게 내가 조금은 잘할 수 있는 건가?”라는 말에서 이전에는 자신감이 없었다는 것 같네요.

불안감이 있었죠.

불안감.

그래서 오히려 쉬지 않고 일한 것도 있어요. 계속 쉼 없이 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사실 필모그래피 보고 좀 놀랐는데, 지난 10년 동안 매해 활동을 했더라고요. 드라마든 예능이든.

쉬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봐. 한 번 쉴 때 3개월 이상을 쉬지 않았어요. 

지치지는 않았어요?

그럼요. 어쨌든 경험을 해야 하잖아요. 경험하지 않으면 실력이라는 게 늘지 않으니까. 무엇이든 경험해봐야 능력치가 올라가지 경험 없이 한 번에 성장하기는 힘들잖아요.

아까 악역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사실 악역을 안 한 건 아니에요.

<파수꾼>의 장도한이 있었죠.

맞아요. 정확히는 악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인물이었죠.

제가 그걸 헷갈리게 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계산을 하면서 했게요.(웃음) 감독님과 이 장면에선 웃을지, 웃지 말지 가지고도 엄청 고민했어요. 나중에 제 정체가 탄로 나고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감 있게 봐주셔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기초 공사를 열심히 했죠.

슈트 165만원, 스웨터 25만원 모두 보스 맨.

지금까지 들어보면 배우 김영광은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고, 대중은 김영광의 ‘꽁냥꽁냥 알콩달콩’하는 모습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단 말이죠. 그렇게 공들인 <파수꾼>만 해도

에이, 아니에요. 저희 마지막에 시청률 계속 1등 했어요. 왜 그러세요.(웃음) 그 드라마가 오래, 많이 뜸을 들인 드라마예요. 뜸 들여서 후반부에 촤악 올라갔죠. 그런데 무슨 말씀하시는지는 알 것 같아요.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그 간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결국에는 밸런스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균형. 솔직히 지금 이야기 나누면서 ‘그러고 보니 장르물이 잘 안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물론 <파수꾼>은 괜찮았지만. 그냥 제 목표는 하나예요. 사람다움을 표현하는 것. 

사람다움?

제가 이번에 마동석 선배님과 영화를 찍었거든요.

<원더풀 고스트> 말이죠?

네. 마동석 선배님이 굉장히 쿨하시더라고요. 저는 사람다움이라는 게, 관객들이 ‘이러이러한 상황일 때 나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이런 공감과 궁금증을 느끼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연기가 부담스러우면 안 되잖아요. 마동석 선배님은 어렵게 풀어내면 되게 어려울 것 같은 연기인데 엄청 간단하게 풀어내요. 간단하고 명료하죠. 선배님은 그런 방식으로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키는 거고, 저는 아직 부족하죠.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되고 싶으니까.

간단명료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이번에 선배님과 호흡 맞추면서 많이 배웠어요. 예전의 저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게 정리가 되면 참 좋은데, 촬영이 시작되면 내가 정리가 됐든 안 됐든 일단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생각이 많으면 할 수 있는 것도 잘 안 되더라고요. 생각이 많으면 결론을 못 내려요. 잘라야 돼요.

영광 씨가 왜 계속 ‘사람들이 자연스럽다고 해주시더라’고 말한지 알 것 같아요.

제게는 최고의 칭찬이죠.

힘 빼는 게 힘들죠.

맞아요.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번에 <너의 결혼식>으로 ‘좋았다’, ‘그냥 김영광 같았다’, ‘자연스러웠다’는 인사를 너무 많이 들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부끄러워요.

슈트 135만원, 스웨터 29만원, 구두 64만원 모두 보스 맨.

가죽 블루종 135만원, 터틀넥 스웨터 59만원 모두 보스 맨.

역으로, 그래서 뒤이어 개봉하는 <원더풀 고스트>의 반응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어요. 

여러 면에서 <너의 결혼식>과 비교될 수도 있지 않나요?

글쎄요. 그냥 제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는 것 외에는제가 영혼으로 나오거든요.

아, ‘사람다움’이 없어도 된다?(웃음)

그게 아니라(웃음) 제가 안 해본 걸 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영혼 역할은 처음이니까 스스로도 기대와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우연이처럼 <원더풀 고스트>의 태진도 ‘나라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거든요. 그래서 우연이 때와 마찬가지로 해석하고 분석하고 가공하는 게 아니라 제가 느끼는 대로 표현할 수 있었어요. 아, 가공은 했다. 

무엇을, 어떻게요?

움직일 때 엄청, 진짜 엄청 조심했어요. 영혼이니까 제 몸에 닿은 물건이 움직이면 안 되거든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거 말고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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