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최고의 투수를 꿈꾸다

2018년의 양현종은 에이스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최선을 다했다.

재킷, 바지 마시모두띠. 터틀넥 유니클로. 로퍼 닥터마틴. 안경 뮤지크.

본격 인터뷰에 앞서, ‘대투수’라는 별명 말고도 ‘사랑꾼’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더라고요. 아내분도 인터뷰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고요. 비결이 있나요?

지금 결혼 4년 차인데 아내가 셋째를 임신 중으로 12월 초 출산 예정이에요. 출산과 육아 때문에 많이 힘들 거라 늘 미안해요. 원정 경기, 전지훈련 등으로 집을 비울 때가 많아서 그 외의 시간에는 항상 아내를 먼저 생각하려고 해요. 시합이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가고요. 지금 서로 도와가며 잘 이겨내면 훗날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한국 시리즈를 가을 초에 끝을 맺고, 기아 타이거즈가 아닌 다른 팀의 시합도 시청했나요?

저는 다 챙겨 봐요. 탈락하고 나면 전혀 안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야구 선수이기 전에 팬이어서 야구가 진짜 재미있어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경기와 하이라이트까지 봤어요.

팬으로서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넥센이랑 SK의 마지막 경기 9회 초, 넥센이 2점 차로 지고 있었는데 박병호 형이 동점 홈런을 쳤을 때요. 같은 야구 선수지만 병호 형이 정말 멋있었어요. 형이랑 아시안게임도 같이 두 번 다녀왔고 엄청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 계속 침체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거든요. 경기를 보면서 만약 여기서 형이 동점 홈런을 치면 진짜 슈퍼스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현실이 되니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있었어요. 이게 바로 박병호다 싶었죠.

하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양현종이 슈퍼스타인데요?

저요? 전 아니에요.

그렇다면 어떤 야구 선수가 슈퍼스타인가요?

팀이 힘들고 위기를 맞았을 때 헤쳐나갈 수 있는 선수가 슈퍼스타예요. 팀을 이끄는 리더십도 있어야 하고요. 작년에 저희 팀이 좋은 결과를 얻어서 주위에서 기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지만, 저는 여전히 제 부족한 점을 잘 알거든요.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한 지 12년이 됐어요.

저는 나이를 안 먹을 줄 알았어요. 마냥 스무 살일 줄 알았죠. 이종범 코치님이 항상 막둥이라고 부르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팀에서 중간 역할을 해요. 어린 후배들은 마냥 열심히 하니까 조언할 때도 조심스럽고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요. 경력이 많은 고참 형들과 신인 선수들 사이에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솔직히 쉽지만은 않아요.

연차가 쌓이면 역할도 달라지니까요. 옆구리 부상은 어떤가요?

아직 공을 전력으로 던져보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지만 많이 좋아졌습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거예요.

사실 야구팬들은 올해 너무 많은 경기에 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더라고요.

우선 걱정해주시는 건 늘 감사해요. 다만 저는 한 시즌을 마치고 나면 완전히 회복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매년 피로가 누적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공을 오래 던졌으니까 이제 곧 성적이 떨어질 것이다, 구력이 무너질 것이라는 시선도 어쩌면 선입견이라고 생각해서 지워보려고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기에 나가고 싶어서, 던지고 싶어서 던지는 거예요. 훈련도 루틴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올해 기아 타이거즈의 가을 야구는 너무 짧았죠. 전체 성적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는데요.

많이 허탈하고 아쉬워요. 더 열심히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잘 준비하고 노력하면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나태해지는 일 없이 잘 해보고 싶어요. 결과는 탈락한 그날 딱 하루만 생각하고 다음 날부터는 바로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했어요.

‘섀도우피칭’을 검색하면 양현종 선수 연습기가 같이 나와요. 마치 노력의 대명사처럼요.

저는 타고난 야구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감히 스스로 얘기하건대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어마어마하게 말이 안 될 정도로 운동해서 지금 제 폼이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노력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요. 잘 준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항상 애쓰고 있어요.

마운드에서 시합을 치르면서 야구를 즐겨본 적 있나요?

아니요. 절대적으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느끼죠. 선수들끼리 재미있게 하자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마운드에서 재미를 느껴본 적은 없어요. 마운드는 전쟁터니까 무조건 상대방을 잘 막아서 이겨야만 해요. 반대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재미있고, 제가 잘 던졌을 때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즐겁죠.

야구팬인 야구 선수는 야구를 제외하면 취미가 아예 없을까요?

요즘은 야구 빼면 육아뿐이라서요.(웃음) 게임을 많이 하고요, 피겨 수집도 열심히 해요. 이사하면서 아내가 아예 피겨만 모아놓은 방을 만들어줬어요. 쭉 진열해서 정리해둔 걸 보면 뿌듯해요.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에서 집과 차를 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정받으면 최고의 성공이라 말한 적 있어요. 현실적으로 다 이룬 지금, 양현종의 다음 지점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욕심이 참 끝도 없죠. 작년에 MVP가 되고 상을 많이 받았는데 성에 차지 않아요. 현실적인 상황을 보면 목표를 이루었죠. 하지만 야구를 더 잘하고 싶고 아직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나이 들면서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해졌어요. ‘건강도 중요하지’가 아니라 무조건 제일 중요해요.

팀 내 최고 연봉을 받는 투수가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마음은 무엇일까요.(웃음)

건강과 행복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수입과 비례하지도 않으니까요. 물론 제 연봉을 두고 팀 동료들이 우스갯소리를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똑같아요. 연봉이 2000이든 2억이든 20억이든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할 거니까요.

충분히 진심으로 보여요. 아까 촬영할 때 시구 얘기를 하다 말았죠. 평소 시구로 만나고 싶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어요?

아니요. 저는 제 아내를 가장 좋아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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