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똑같은 권상우 1편

권상우는 거리낌 없었다. with IWC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블루 핸즈를 장착한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워치 IWC. 카디건, 바지 모두 마르니 by 무이.

“재키 찬 형이랑 파리에서 밥을 먹는데 어떤 사람을 데려온 거예요.” 

권상우가 내 맞은편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시계 만드는 사람이라나? 세상에서 제일 편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재키 찬 형 말이. 그 사람이 리차드 밀이었어요.” 권상우는 재키 찬과 친해서 리차드 밀을 직접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별 위화감을 만들지 않았다. 그 자리의 일부가 아니라 본인도 그 자리를 구경하던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그 파리의 레스토랑도 음식이 맛있어서 나중에 다시 가봤더니 예약 안 하면 못 들어가더라고요. 재키 찬 형이니까 갔던 거지.” 권상우는 그때 난처했다는 듯 조금 웃었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잡지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연예인은 많지 않다. 대기실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촬영을 진행하다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가득 차 있는 촬영장에서는 누구도 편안할 수 없다. 남의 시선에 본인의 평판과 매출이 오가는 연예인은 더할 것이다. 권상우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계속 대기실과 촬영장을 오갔다. “이 사진 톤, 너무 따뜻하고 좋네요”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이날 촬영을 함께 진행한 패션 에디터 권지원이 말했다. “매력적인 오빠 같은 성격이야. 손태영 언니는 좋겠어요.” 

이 자리는 <에스콰이어> 2018년 8월호 표지 촬영 현장이었다. 권상우는 이번 달 <에스콰이어>의 표지 모델이다. 우리는 비가 많이 오던 어느 화요일에 모여 스위스 고가 시계 브랜드 IWC와 함께 화보와 영상을 촬영했다. 권상우는 영화 <두 번 할까요> 촬영 중에 시간을 내 서울로 왔다. 화요일 아침에 본 권상우는 헐렁한 바지에 편안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난 이걸 ‘카니발에서 내려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연예인 룩’이라고 부른다. 호텔 로비에 도착해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명성과 아름다움에 비해 은근히 한국 사람들이 덜 가는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스위트룸이 촬영장이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촬영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정지 화면의 잡지 페이지 촬영과 영상 촬영을 함께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정지 화면과 동영상을 함께 진행하는 것도 2018년 시점에선 잡지 에디터 일의 일부가 됐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촬영하는 컷이 많아지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많이 생긴다. 거기서 권상우는 계속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이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IWC와도(“IWC는 1년에 몇 개 팔려요?”), 나 같은 담당 에디터와도, 매니저와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다른 연예인과는 달리 사람들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랬을까? 권상우와 마주 앉아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걸 물었다. “스태프들과 어렵게 지내고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문장으로 정리한 권상우의 답변은 내내 짧았다. 그는 본인의 연예인 활동도 짧게 정리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소처럼 그냥.” 그래도 직업 연예인은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눈을 늘 의식해야 한다. 이 답 역시 권상우에게는 간단했다. “귀찮을 때도 있죠. 항상 마냥 즐거운 건 아니잖아요. 저도 사생활이 있으니까요. 가끔은 불쾌하게 다가오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한창 주목받던 20대 때도 되게 편하게 다니고, 할 거 다 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편하게 다니는 게) 더 중요하죠, 지금은.” 연예인치고는 너무 담백한 대답이었다. 그가 하루 종일 지나다닌 걸 본 입장에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만들어낸 말 같지도 않았다. 권상우에게는 열심히 살아서 잘나가는 형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감각적인 문페이즈 디자인에 연도, 월, 요일 모두 확인 가능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 IWC. 니트 톱 발렌티노 by 무이.

“원래는 미술 교사가 꿈이었죠.” 권상우 본인의 삶이 그렇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는 고뇌하는 예술가 장르보다는 성공한 사회인 장르에 더 가까웠다. “영화를 워낙 좋아했으니까요. 극장 가는 게 좋고. 그래서 군대 가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고요. (군대를 일찍 가서) 복학한 기간이 남들보다 빨랐으니까 ‘1년 동안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올라온 거죠.” 올라오자마자 <천국의 계단>이 터진 건 아니었다. 권상우에게도 나름 준비 기간이 있었다. “사실은 제대하고 바로 데뷔한 건 아니고, 그로부터 한 3년 동안은 무명의 시간이 있었던 거죠. (그사이에) 모델 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러다 매니지먼트, 매니저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러다 본격적으로 어떤 사무실에 들어가서, 첫 번째 오디션에 캐스팅이 됐어요.” 3년 무명 생활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도 보통은 아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화산고>라는 영화였어요.” 하긴 그러고 보니 거기서부터 권상우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화산고> 이후의 성공도 짧게 정리했다. “그때부터는 뭐, 워낙 빨리 잘됐죠.” 

권상우는 스스로를 포장하는 데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는 SNS도 귀찮아서 하지 않고 카카오톡도 최근에야 깔았다고 했다. 요즘 유행하는 예능도 ‘다 가짜 같아서’ 안 나간다고 했다. 요새 사람들이 이름을 얻기 위해 하는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남자가 성공한 비결은 근면이었다. “그래도 저는 뭐 뒤돌아보면, 되게 부지런했던 거 같아요. 현장에 늦는 법도 없고. 뭘 할 때 어쨌든 빨리빨리 준비를 해요. 그게 저만의 경쟁력이기도 하고요. 느낌을 빨리 파악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것 같기도 해요. 연기할 때 감독이 요구하는 작품의 요소를 습득하는 능력은 좀 빠른 것 같아요. 느낌을 빨리빨리 받아서 빨리빨리 흡수하는 편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는 영상 촬영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자마자 영상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빨리빨리. 

균형 잡힌 다이얼 디자인과 7일간의 파워리저브 기능을 자랑하는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워치 IWC. 코트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컬렉션.

권상우식 근면의 증거는 그의 몸이었다. 그 몸은 단순히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종류였다. 꾸준히 가꾸고 다듬은 몸이랄까. 문장으로 치면 계속 단련하고 훈련하고 고친 문장 같은 몸이었다. 권상우는 촬영장에서도 틈틈이 운동을 했다. 침대 촬영 현장에서 시간이 나자 크런치 동작을 계속했다. 계단(우연히도 그의 출세작인 <천국의 계단>에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계단이었다)에서 촬영할 때는 틈틈이 2층 난간을 잡고 턱걸이를 했다. 연속으로 15개씩. 

권상우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역시 몸이다. 권상우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것도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의 몸이다. ‘근육질 액션 스타’가 권상우의 주된 이미지이기도 하다. 권상우는 그 몸을 성실하게 발달시켰고,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 정성스럽게 운동을 계속했다. 그는 아직도 일주일에 3~4번씩은 꾸준히 운동을 한다고 했다. 

운동 이야기를 할 때도 권상우는 말을 꾸미지 않았다. “저는 어릴 때부터 워낙 뛰어다니는 아이였어요. 구기 운동도 좋아하고. 어릴 때 태권도도 하고 킥복싱장도 가고. 그런 곳에 가는 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그냥 몸 쓰는 게 좋아서.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건 군대에서 슬슬 한 것 같아요. 헬스클럽도 제대하고 처음 가봤고요. 그때부터 배우가 되려면 (좋은 몸이) 기본인 것 같아서요. (좋은 몸을) 갖고 있으면 써먹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액션 같은 걸 할 때 준비되어 있어야 하니까, 저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어야 하니까요.” 

지금의 권상우에게는 불필요한 꾸밈이 별로 없었다. 자기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그 자리에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같았다. 

블루 다이얼 버전의 빅 파일럿 어린 왕자 에디션 워치 IWC. 티셔츠 맨온더분.

지금의 권상우에게는 불필요한 꾸밈이 별로 없었다. 자기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그 자리에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같았다. 물론 방금의 질문엔 정답이 없다. 어떤 답을 정답으로 만들 때까지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권상우에게는 그 답이 운동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계속했다. “작품 때문에, 드라마 촬영 때문에 한두 달 쉰 적은 있어도 아예 바벨을 몇 개월 동안 놓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거 같아요. 내가 배우인 이상 운동을 안 하면 좀 불안한 게 있죠. 뭐 촬영이 없는 공백기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내면 뭔가 숙제를 안 한 기분? 운동이라도 하면 내가 뭐라도 했다는 성취감도 들고, 그런 게 있죠.” 

“한 번도 옷 사이즈가 달라진 적이 없어요.” 촬영장에서 권상우의 의상을 준비하던 스타일리스트 남주희가 말했다. 권상우와 3년 정도 함께한 남주희는 빼어난 남자 연예인들의 스타일링을 전담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연예인도 사람이라 공백기에는 조금씩 체중이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권상우는 공백기에도 신체 사이즈에 전혀 차이가 없는 유일한 연예인이라고 남주희는 말했다.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촬영 중간에도 계단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던 사람이었으니. 몸이야말로 한 사람의 가장 직접적인 상징물일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단련된 권상우의 등 근육이 바로 권상우인 것 같았다. 

“1년 이상 쉬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몸을 단련하고 눈치 빠르게 일하는 권상우는 직업을 대하는 자세 역시 확실했다. 그는 아주 성실한 프로였다. “보통 이런 매체나 채널이 너무나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오래 쉬면 금방 잊히는 것 같아요. 한때는 톱 배우들이 1~2년 공백기를 갖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몸은 언젠가 다 노화하는데,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을 때 좋은 작품을 많이 하는 게 배우로서 의무이지 않나.” 그러게 말이다.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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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어시스턴트박유신, 이정훈
사진KIM HEEJUNE
헤어강다현 BY 에이바이봄
메이크업고미영 BY 에이바이봄
스타일링남주희
장소밀레니엄 서울 힐튼
출처
3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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