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케이, 그저 래퍼가 아닌

식케이는 더 큰 불꽃을 터뜨리고 싶다.

요즘 아이돌 인기를 누리던데요?

보이는 것 때문에 그럴 거예요. 그런 것으로 인해 힙합 신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아는데, 이제는 ‘연예인’, ‘아이돌’이라는 말을 듣는 게 기분 나쁘지 않아요. 염색도 이번에 처음 해봤어요. 이렇게 래퍼로 데뷔하려고 했으면 시간이 한참 필요했겠죠. ‘래퍼는 이렇다 혹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1년 전 <Fly> 발매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나는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시동을 걸 때여서 그랬는지 전투력을 보였는데, 최근 <파이어> 발매 후 인터뷰에서는 음악에 목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힘이 빠졌나 싶다가도 언젠가부터 래퍼가 아니라 엔터테이너같이 느껴져서 장르를 초월한 건가 싶었죠.

맞아요. 저도 그렇고, 같이 음악하고 비주얼 만드는 크루 친구들도 새로운 걸 좋아해요. 하나만 하면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일을 한다기보다 모여서 재미있는 일을 모의하는 기분이에요. 신에서 이렇게 움직이는 사람도 없다고 봐요.

자신이 어떻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를 래퍼라고 하는데, 저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요. 여러 면에서 ‘어, 래퍼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이미지를 주고 싶어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래퍼인 줄 알았는데 가수네’ 하도록. 그런 면에서 제가 유일하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이렇게 달려왔는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매번 새로운 걸 하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해요. 그래야 새로운 장르의 음악도 할 수 있고, 스타일리스트가 더 좋은 옷을 픽업할 수 있고, 촬영도 더 큰 규모로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식케이는 권민식만의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존재예요.

이번 곡 ‘파이어’에서는 로커로 분했어요. 데이비드 보위를 오마주했다고요. 빨갛게 염색한 울프컷 헤어스타일이 꽤 파격적이던데, 이런 변화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과할 것 같다 싶긴 했는데, 시도잖아요. 2015년 <My Man>으로 데뷔했을 때 가족, 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리스너 등의 눈치를 많이 봤어요. 사실 어릴 때 잠깐이었지, 저는 언더그라운드 신에 있지도 않았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가 하는 것들을 부정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제 성격이 하지 말라고 하면 또 해야 하는 성격이라.(웃음)

데님 재킷, 데님 바지, 흰색 부츠, 갈색 벨트 모두 우영미. 안에 겹쳐 입은 니트, 키 링 모두 윈도우00. 반지, 귀걸이 모두 크롬하츠.

음악만큼 비주얼에도 욕심이 많은 것 같은데, 어디에 더 흥미를 느껴요?

그게 하나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너무 좋은데 비주얼이 그렇지 않으면 저는 그 음악 못 들어요. 제가 팀으로 움직이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예요. 한 사람을 위한 팀이 없으면 흐지부지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애매한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의사 표현도 분명히 하고요.

‘허슬 앞에 장사 없다’고 무조건 열심히 해왔잖아요. 2017년 한 해 동안 발매하고 피처링에 참여한 곡 수가 50개가 넘던데, 그렇게 해보니 정말 장사가 없어요?

그렇긴 한데 이제는 열심히 말고, 열심히 잘해야 해요. 다들 열심히 하니까. 전 열심히 잘해온 것 같아요. 제일 잘한 건 앨범을 많이 낸 거죠. 앨범을 많이 내서 내가 어떤 이미지의 사람이고, 이런 걸 하고 있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이제 앨범은 덜 내도 되겠다 싶어요.

너무 달려서 지친 거예요?

음악이 잘 안 나와서 지친 게 아니라 보여줄 게 많은데 고르는 게 힘들어요. 이제는 쌓아놓고 잘 골라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다작보다는 잘 만든 앨범을 내야 하는 때. 그동안 발매한 앨범 퀄리티도 손색없지만 진짜 웰메이드 앨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웰메이드 앨범은 뭔가요? 음원 차트 1위?

차트 순위는 상관없어요. 제 곡이 100위 안에 없더라도 이미 전 너무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저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앨범요.

청춘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고 했죠?

나의 세대를 대표하는 젊음의 아이콘이요. 제 학창 시절에는 빈지노 형이었어요. 음악, 패션 그리고 함께하는 크루까지 복합적으로 합쳐져서 멋있는 사람. 당시에는 방송 출연도 안 했고 지금처럼 SNS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들었잖아요. 그런 아이콘이 되고 싶어요. 힙합 신이 <쇼미더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방송할 때 출연진에게 기회가 많이 가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뮤지션들의 일이 줄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쇼미더머니>와 별개로 스케줄이 많더라고요. 이제 그런 것들이 제 커리어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거죠. 그런 분위기를 체감하면서 굳이 ‘알아주세요’ 하지 않아도 다 알게 되는구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계속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가죽 재킷 윈도우00. 프린팅 셔츠 요지 야마모토. 매쉬 톱 오디너리 피플. 바지 마인드시커 by 웍스아웃. 목걸이, 귀걸이, 반지 모두 크롬하츠.

언제부터 다들 식케이의 노래를 찾게 됐을까요? 작년에 “제 작업량을 믿어요”라고 말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이 알려질 줄은 몰랐어요. 작업량을 믿는다고 했어도 이렇게 매달 곡을 쏟아낼 줄도요.

지금도 저의 작업량을 믿고요. 요즘은 디테일한 부분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저는 저를 완전히 믿는 상태고, 이제는 사람들이 저를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사람들이 식케이를 믿어야 하는 거예요?

‘무작정 믿어줘야 한다’가 아니라 제가 이만한 아웃풋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믿어줄 차례라는 거죠.

사람들을 만족시킬 자신이 있어요?

그럴 마음은 없어요. 내가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거고,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거예요.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겠죠. 자연스럽게요. 그런 아이콘이 돼서 제가 이 신을 끌어올리고 싶어요. 많은 뮤지션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규모가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꼰대도 없앨 수 있고요.

꼰대를 없애는 게 목표예요?

지금이 딱 그 시기인 것 같아요. 꼰대 반, 그렇지 않은 사람 반 비중이 돼서.

꼰대라고 말하는 게 뮤지션을 장르에 가두는 사람들이에요? 그동안의 인터뷰를 보면 “사람들이 힙합 뮤지션은 꼭 랩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노래도 할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어요”라고 성토하듯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제는 신경 안 써요. 누군가에게 저는 래퍼고, 춤추는 가수이고, 유행가를 부르는 사람이고, 연예인이고, ‘Iffy’를 부른 사람이니까. 다들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데 그걸 가지고 “저 아니에요” 매번 이럴 수 없잖아요. 이제는 뭐라 해도 “네, 맞아요” 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받아들여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요.

네. 저는 그렇게 정의 내리는 게 싫어요. 나는 래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자꾸 래퍼라고 해요. 요즘은 랩도 안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쑥스러워요. “랩 안 해요. 그냥 음악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 ‘건방진데?’가 돼버리고.(웃음)

가죽 재킷 윈도우00. 프린팅 셔츠 요지 야마모토. 매쉬 톱 오디너리 피플. 목걸이, 귀걸이, 반지 모두 크롬하츠.

원래는 래퍼가 아니라 밴드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니 ‘파이어’는 오랜 꿈을 이룬 곡이겠네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듣고 자란 음악이랑 좋아하는 음악에서 영향을 받아요. 원래 팝, 가요를 좋아했고 거기에 물론 랩도 있었고, 그래서 다양하게 하는 거예요.

그렇게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작업해보니 점점 자신의 색을 더 알아가게 되던가요, 잃어가는 것 같던가요?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내가 이것도 할 수 있고 이런 것도 재밌네. 그래서 장르를 구분하는 게 꼰대 같다는 거예요. 곡을 발매할 때 할 수만 있다면 장르를 모두 갖고 와서 쓰거나 아예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음원을 유통할 때 그게 안 된대요. 반드시 하나만 택해야 한대요. 힙합이라면 랩 또는 알앤비&소울밖에 선택할 수가 없더라고요.

행보를 지켜보는 게 흥미롭긴 하지만 왜 자꾸 일을 벌이는 거예요?

시간이 없다고 느껴서요. 하고 싶은 걸 다 할 시간이 없어요.

그런데도 작업실에서 음악만 만들잖아요.

제가 하고 싶고 풀고 싶은 게 음악 쪽이 커요. 이렇게 하다 보면 훗날 누군가가 저한테 고맙다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기분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더 열심히 해서 많이 바꾸고 싶어요.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도록.

지금 자신의 화력은 어느 정도예요?

일도 잘 풀리고 있고, 진짜 좋아요. 불꽃놀이에서 4억원어치의 불꽃을 터뜨릴 만큼.

식케이가 아니라 권민식도 그 만큼의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상태예요?

개인적인 상태는 그냥 답답하죠. 빨리 뭔가 터뜨리고 싶은데 더 터뜨리고 싶어요.

그렇게 일만 하다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고갈될까 걱정되진 않아요?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니까 걱정이 없는 것 같아요. 좋아서 하는 일이라 스트레스도 인풋이 돼요.

매달 음원이 나오는 걸 보고 사람들이 감금되어 작업하는 거 아니냐고, 가사에 신호를 보내면 구하러 가겠다고 할 정도잖아요. 사실 집 안에 작업실이 있었으니 자발적 감금 상태이긴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높아진 인지도만큼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윤택해졌을 것 같아요.

1년 전에는 반지하에 살았고 지금은 한 층 올라가 1.5층에 살아요. 이전 집은 방음벽도 혼자 설치했는데 이번에는 전문 업체에 방음 공사를 맡겨서 진짜 작업실 같아요. 한곳에 오래 못 있는 성격이라 내년에는 한 층 위가 아니라 진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까 생각 중이에요. 그러니 더 일해야죠. 최근에 신용카드도 만들었어요. 잘 몰라서 일시불로 결제하다가 얼마 전에 할부 기능도 알았고요.

스팽글 재킷 김서룡. 검은색 티셔츠 요지 야마모토. 목걸이 꼼므드723. 귀걸이 본인 소장품.

현재 자신의 모습이 서울의 어떤 도시와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여의도? 일만 하니까요. 일할 때 일하고 밥 먹을 때 밥 먹잖아요. 오전 7시에 일어나 고양이 밥 주고 아침 먹고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일하고가 전부예요.

1년 후 식케이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조금 더 남자다워졌으면 좋겠어요. 먼 미래의 계획도 확고하게 잡혔으면 좋겠고요. 지금은 1년, 딱 한 치 앞의 계획만 있어요. 그런데 책임감을 더 느끼기는 싫어요. 그러기엔 제 그릇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인공지능 기기에 노래를 요청해 듣더라고요. 어떤 노래를 주문했을 때 자신의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음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도 들을 수 있는 노래요. 너무 길어요?

기기가 그렇게까지 똑똑하지 않아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해요. “야식을 먹고 싶은데 배고픔을 달래주는 노래를 틀어줘”라든지.

아, 그만큼 똑똑하지 않아요? 그런데 어떤 주제를 말해도 제 노래 하나는 분명 나올 거예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죠? 이제 그만큼 히트곡이 많다는 거예요?

그만큼 다양하다는 거죠.(웃음)

지금 새벽 2시예요. 어떤 노래를 신청할래요?

‘나 지금 누구한테 전화하고 싶은데, 전화하면 받을까?’ 이렇게 물어봐도 돼요?

그럼 귀신같이 기분을 알아챈 기기가 어떤 음악을 틀 것 같아요?

‘Ring Ring’요. 만약에 네 생각이 난다면 전화할 거니까 그냥 받아. Ring Ring Ring 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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