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서피스’ 슈퍼픽션 x 서피스북2

그 유명한 슈퍼픽션과 그 대단한 마이크로소프트가 협업을 했다.

슈퍼픽션은 스캇, 닉, 프레디, 잭처럼 스토리텔링을 담은 캐릭터를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다.

스캇은 멋쟁이 테일러. 닉은 스캇의 조력자. 프레디는 집도 짓고 용접도 하는 목수. 잭은 스트리트 패션을 즐기는 바버. 이 네 명의 캐릭터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산다. 딱 여기까지만 정해뒀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슈퍼픽션의 3인방 이창은, 김형일, 송온민은 캐릭터만 정해놓고 이야기는 열어뒀다. 이제부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슈퍼픽션도 몰랐다. 요즘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슈퍼픽션 캐릭터들의 시작은 이랬다. 열린 시작이었다. 그래서 이야기의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대신 새로운 건 캐릭터다. 새로운 주인공이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준다. 슈퍼픽션의 스캇과 닉과 프레디와 잭과 함께 협업하려는 브랜드들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다. 새로운 캐릭터와 만나면 브랜드 스토리 역시 새로워진다. 슈퍼픽션은 얼마 전 나이키와 협업했다. 나이키 에어맥스 출시를 앞두고 SNS에서 나이키 줄서기 이벤트를 함께 했다.

그리고 이번 협업의 주인공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회사와 슈퍼픽션 같은 지금 성장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의 협업은 캐릭터업계에서도 IT업계에서도 신선한 일이다. 슈퍼픽션이 하루하루 슈퍼해지고 있다는 얘기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하루 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슈퍼픽션의 협업은 일단 서피스북2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서피스북2는 투인원 디바이스다. 랩톱 노트북이었다가 태블릿이었다가 둘 다였다가 때와 장소에 따라 자유자재로 스스로를 변신시킨다. 슈퍼픽션의 스캇과 닉과 프레디와 잭처럼 캐릭터는 정해져 있지만 이야기는 변화무쌍하다. 슈퍼픽션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나이트호크스’의 주인공들로 스캇과 닉과 프레디와 잭을 연출한 적도 있다. 서피스북2는 일의 능률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스마트한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최적화돼 있다. 스캇과 닉과 프레디와 잭 역시 일을 해야 먹고사는 샌프란시스코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다. 요즘은 자신의 노트북에 스티커를 붙여 개성을 드러내는 게 트렌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슈퍼픽션은 서피스북2의 터치스크린 모니터의 뒷면 서피스에 슈퍼픽션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징인 네 개의 사각형을 네 명의 캐릭터가 둘러싸고 있다. 힙스터인 잭슨은 서피스북을 든 채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네 명의 캐릭터가 서피스북2로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많이 상상하게 된다.

슈퍼픽션을 만든 3인방은 원래 한 대기업의 신사업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창의력을 자꾸만 억누르는 조직 문화도 힘들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회사를 때려치웠다. 무작정 회사 이름부터 지었다. 슈퍼픽션. 거대한 거짓말이든 진짜 같은 거짓말이든 여러 중의적 의미가 담긴 이름이었다. 캐릭터보다 배경이 먼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슈퍼픽션과 영어 약어가 똑같았다. 사실 세 사람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가본 적도 없었다. 슈퍼픽션이라는 이름을 지었더니 샌프란시스코가 나왔고 여기서 장르가 SF로 결정됐다.

 

캐릭터는 세 사람의 아이디어가 뒤섞이면서 자연스럽게 태어났다. 태어났다는 표현이 맞는 게 사실상 아무것도 정해놓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배경은 뉴욕일 뻔도 했다. 인간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사람 캐릭터가 됐고 옷과 수염 같은 스타일링도 생겼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협업하는 존재가 됐지만 사실상 슈퍼픽션 역시도 내부에서 세 사람이 협업을 했던 셈이다. 창작 과정에서는 우연도 많이 작용했다. 창업할 당시 <킹스맨>이 개봉하면서 그런 멋스러운 요소들을 캐릭터에 많이 투영했다. 슈퍼픽션은 일단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문화를 건드릴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트리트 문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같은 여러 문화의 교착점에 캐릭터가 존재하기를 원했다. 캐릭터지만 그 뒤에 풍성한 문화적 배경이 있어야 더 풍성한 스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행운도 있었다. 2015년에 제1회 아트 토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에는 대상을 타면 피겨를 양산해주는 게 부상이었다. 덕분에 슈퍼픽션의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에서 3차원으로 실존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이창은, 김형일, 송온민 세 명의 창작자조차도 자신들이 만든 캐릭터를 디지털 스크린 바깥의 현실 세계에서 이렇게 마주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다양한 상상을 해도 결국 실제로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만지고 느끼고 보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세 사람 모두 이때 자신들의 캐릭터를 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생각하지 못한 도움도 받았다. 쿨레인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피겨 아티스트 이찬우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캐릭터를 실물화하는 전문가인 쿨레인의 도움으로 세 사람 모두 자신들의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서 두 발로 땅을 딛고 서려면 어떤 비율과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업은 슈퍼픽션이라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 현실 세계에서 실존할 수 있는 집단으로 진화하는 데 크나큰 도움을 줬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나 나이키 같은 브랜드와 협업하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 됐지만 사실 처음에는 어떤 브랜드도 슈퍼픽션에 관심이 없었다. 100여 개 브랜드에 제안서를 보냈지만 연락이 온 브랜드는 단 하나. 이 브랜드와는 지금까지도 함께해오고 있다. 그 이후로 여러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협업이 이어져오고 있다. 슈퍼픽션 캐릭터가 지닌 문화적 개방성과 슈퍼픽션 3인방의 유연한 협업 자세 덕분이다. 물론 슈퍼픽션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은 있다. 캐릭터의 특성을 훼손하는 변형은 어려운 부분이다. 잭슨이 슈트를 입는다든가 프레디가 워커를 벗고 스니커즈를 신는 건 어렵다. 슈퍼픽션의 SF 세계에서는 동물이 잘려 있다. 메종키츠네와의 협업이 가능했던 것도 슈퍼픽션의 세계에서처럼 동물이 잘려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브랜드였기 때문이었다. 슈퍼픽션은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스토리텔링도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캐릭터의 세계관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의미다. 지구상에서 이걸 가장 잘 이해하는 창작 집단은 마블이다. 수많은 캐릭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가상 세계를 창조했다. 슈퍼픽션 역시 창조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집단이다. 닉과 잭슨과 스캇과 프레디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라는 SF 공간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창조해나가고 있다. 협업이란 결국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난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계와 슈퍼픽션의 세계가 만나서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듯이 말이다. 슈퍼픽션 3인방도 서피스북2를 즐겨 써봤다. 성능에도 놀랐고 다양한 용도에도 놀랐다. 서피스 다이얼과 서피스펜을 활용하는 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인 윈도10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요소였다.

우연찮게도 스캇과 프레디와 닉과 잭슨 모두 손과 발을 써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숙련 노동자들이다. 테일러와 바버와 목수라는 직업은 결국 자신의 솜씨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존재들이다. 슈퍼픽션의 이창은, 송온민, 김형일과 가장 닮아 있는 지점이다. 역설적으로 슈퍼픽션 스스로는 이 부분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슈퍼픽션의 네 캐릭터와 세 창작자 같은 숙련공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제까지 필요했던 건 상상이었고 행운이었고 도움이었고, 그리고 서피스북2 같은 편리한 도구였다. 그건 하루하루 일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가 슈퍼픽션의 캐릭터에 공감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슈퍼픽션적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설명해주는 존재. 일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와 가장 닮은 존재. 그것이 슈퍼픽션이 보여주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야기다.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