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와 선미 1편

지금 선미는 요즘의 선미가 궁금하다.

아우터 에밀리오푸치 by 육스닷컴. 신발 제 프리캠벨.

선미 안에 여러 선미가 있네요.

정적인 선미도 있고, 역동적인 선미도 있고, 어른스러운 선미도 있고, 장난꾸러기 같은 선미도 있죠.

오늘 촬영은 선미가 선미 안의 새로운 선미를 만나는 기분이었어요. 10대의 말간 얼굴을 한 선미, ‘가시나’처럼 치명적인 선미도…. 이 중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만나고 싶은 선미가 있어요?

두 명의 선미요. 그중 한 명의 선미는 학창 시절의 선미예요.

연습생 때의 선미요?

네. 핀 꽂고 촬영할 때, 연습생 때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약간은 촌스러운데 수줍고, 얼굴은 구김 없는 게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 명은 현재의 선미인데, 현재의 선미가 어떤 선미인지 모르겠어요.

왜요?

어… 화보 촬영할 때마다 제 모습이 달라서요. 현재의 선미는 어떤 선미일까 궁금해지곤 해요.

누가 알았겠어요, 퍼포먼스하면 선미를 떠올리게 될 줄을. 선미 씨는 알았어요?

저도 몰랐어요. 처음 솔로를 시작했을 때도 긴가민가했어요. ‘가시나’를 기준으로 제 자신이 가수 선미의 정체성을 인지하게 됐어요.

계기가 있었어요?

회사를 옮겼을 때 혼란스럽고 힘들었어요. 내가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나에 대해서 미친 듯이 파고들었어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찾았고, 그때 알게 된 단점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산만하다는 거였어요. 차분해 보인다는 인상을 주지도 못해요. 모니터링해보니 늘 불안해하고 정신사납더라고요. 그런데 단점이라고만 생각한 것들을 가수로서의 아이덴티티로 잘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이러기도 했다가 저러기도 했다가, 눈이 확 돌아가기도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걸 숨기지 말고 무대에서 표현을 하자 했죠. ‘가시나’에서 “왜 날 두고 가시나” 하고 표정이 바뀌는 것도 첫 방송할 때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거였어요. ‘무대에서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 준비한 게 아니라. 그래서 저도 제 첫 무대를 보고 많이 놀랐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애였구나.’

스트라이프 셔츠 YCH. 슬리브리스 르비에르. 바지 앤아더스토리즈.

선미 앨범은 음악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기대가 돼요.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난번 앨범 활동 당시 회까닥 눈 돌아가는 선미의 모습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이번엔 더할 텐데.(웃음)

더해요?

앨범의 방향과 콘셉트, 스타일링, 작사와 작곡까지모두 참여했어요. 그러니 조금 더 저의 색이 묻어나는 앨범이 되겠죠.

지난 컴백 때 다음 앨범을 구상 중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어요.

앨범을 내는 순간 바로 다음 앨범을 생각해요.

<가시나>가 회사를 옮긴 후 첫 앨범이라 무엇을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전 소속사에 있을 때는 박진영 PD님이 저를 프로듀싱해주셨는데, 소속사를 나오니 아무도 없는 거예요. 제가 저를 프로듀싱할 수 밖에 없었어요. 더 부담이 생겼고 미친 듯이 저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아, 박진영 PD님이 여자 솔로 가수로 그리는 여성상이 너무 확실했어요. 물론 제가 그 여성상에 부합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아니었어요.

니트 폴스미스.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찾아갔어요?

‘아이디어 보드’라고 해서 PPT를 계속 만들었어요. 데뷔 때부터 활동했던 제 모습과 보여주고 싶은 시안을 모아 이미지를 조합하고, 코멘터리도 달고, 내가 원하는 방향은 이러이러하다는 의사를 회사에 전달했어요.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은 남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이었다면 ‘가시나’에 “너는 졌고, 나는 폈어”가 제가 쓴 가사거든요. ‘어라? 네가 감히 나한테 그래?’와 같은 도발적인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하니까 더 자유로웠어요. 그게 포인트인 거 같아요. 자유로움.

자유로우니까 자유로워요?

굉장히요. 뮤직비디오나 사진 촬영할 때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아니면 말고, 내 성격대로 하면 그만이에요. 뮤직비디오에서 미친 연기를 해야 하면 정말 미쳐요. ‘가시나’에서 창에 대고 손가락 돌리는 행위는 그때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였어요. 그 부분의 가사가 “같이 가자고 약속해놓고”여서 이렇게. 차마 가운뎃손가락은 올릴 수 없어서.(웃음) 이게 현장에서 제대로 터졌는데, 살려주셨더라고요.

첫 번째 앨범은 대성공이었어요.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하는 지금의 기분은 어때요?

많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부담감은 갖고 임해야 하는 것 같아요. 너무 풀어져서 아무 걱정 없이 하면 무대에서도 티가 나요. 앨범 준비할 때도 그렇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항상 유지하려는 편이에요. 그래서 음악, 패션, 비주얼 등 보고 들리는 것들을 찾고 또 찾고 파고들고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요.

셔츠 유돈초이. 귀걸이 에이치하렌.

이번 앨범을 두고 지난번 보다 더 세다고 했을 때 ‘도대체 어느 정도 세길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운드나 비주얼적인 부분일 수도 있는데 여자 가수가 ‘세다’고 하면 많이들 노출을 생각해요. 그렇죠?

문득 떠오른 게 선미가 여자 팬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노출로 승부하는 가수가 아니라는 거예요.

(선미가 물개 박수를 쳤다) ‘주인공’ 활동 당시 기억에 남는 댓글이 선미는 노출이 아니라 눈빛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고 한 것인데, 그 말이 너무 기분 좋았어요. 배우분들도 눈으로 연기하잖아요. 제가 배우는 아니지만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눈빛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멈칫) 저는 제 눈빛에 다른 사람에게 없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눈빛이 마냥 눈을 치켜뜬다고 강렬한 건 아니에요.

그럼요.

눈도 처지고 광대도 나와서 순둥순둥해 보이는데,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눈빛이 제게 있어요. 저의 카리스마는 턱, 광대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밋밋한 제 얼굴이 되게 싫었는데, 요즘엔 각진 턱도 너무 좋아요. 오히려 잘 빚어놓은 달걀처럼 오밀조밀 예쁜 얼굴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에 맞지 않겠지만 그냥 생긴 대로 살라고요. 저도 콤플렉스가 있어서 “시술 좀 해볼까” 하면 사람들이 다 말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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