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살아간다, 송중기 2편

신속하게 돌아가는 채널처럼 어지럽고, 최대로 키운 볼륨처럼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도 송중기는 담담했다. 뜨거운 시선 한복판에 서 있었지만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사랑하고 살아간다. 송중기는. 송중기의 시간은.

재킷, 티셔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샵. 바지 YMC, 벨트 보테가 베네타.

군 입대 당시의 불안이 무색할 정도로 제대와 동시에 정말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는 군 복무 말년쯤에 선택한 작품이라 들었는데 배우로서 복귀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덜하지 않았을까요?

전역을 앞둔 병장들은 후임들 몰래 뒤로 형이라고 하면서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사회생활은 어때요? 돈 벌면 어때요?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들. 처음에는 귀엽다고 느꼈는데 듣다 보니 제가 20대 초반에 하던 생각들과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까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야말로 ‘잊혀졌으면 어떡하지? 연기하는 감을 잃었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다행히 군인 역할이라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오랜만에 다시 연기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죠.

어쩌면 하늘이 <태양의 후예>를 주려고 송중기 씨를 군대로 이끈 것 아닐까요?(웃음)

진짜 그렇게 생각해본 적 있어요. 휴가 때 소속사 분들이 한번 보라고 권한 대본이 있었는데 사실 그 당시에 보고 있던 작품이 있어서 처음에는 대본도 안 보고 거절했어요. 그러다 한번 봐달라고 해서 보게 됐는데 그게 <태양의 후예>였어요. 사실 입대할 때부터 촬영 준비 중이던 작품이라 들었는데 2년 가까이 지나도록 배우를 찾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매니저가 “군인 역할이라 좀 그런가?” 하길래 오히려 머리 기를 필요도 없고 그냥 이대로 하면 될 거 같다고 했죠. 뭔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이게 내 옷이구나 싶었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복귀하고, 아내도 만났고, 제겐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었죠.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은 송중기 씨가 처음으로 성인 남성을 연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어쩌면 어른으로서의 사랑을 연기한 것이 처음이라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배우는 작품으로 비쳐지고 또 만들어지니까요.

그런데 군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지 않던가요?

전혀. 원래 전역할 때가 다가오면 전역한 뒤에 뭐든 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잖아요. <태양의 후예> 대본을 보게 된 게 상병 말쯤이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빨리 읽었던 대본도 없었을 거예요. 다른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죠.

어쩌면 그래서 더 빨리 제대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죠.

스웨터 N°21 by 한스타일. 바지 아미. 운동화 코스.

결국 대단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결과를 두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게 어떤 상황인지,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깜짝 놀라긴 했지만 정작 그때에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제가 좀 무딘 편인지 크게 들뜨지는 않더라고요. 대신 일단 펼쳐진 상황에 맞게 뭔가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소름 돋을 때가 있어요. 되레 지금 와서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고.

최초의 사전 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 작품에 대한 반응을 체감하는 경우도 처음이었을 거고요.

드라마는 보통 촬영과 방영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이뤄지니까 시청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걸 즐기는 측면도 있거든요. 작가든 감독이든 배우든 스태프든 그런 반응이 현장에 상당한 에너지를 주죠. 그런데 <태양의 후예> 때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으니까 조금 답답하기도 했어요. 영화도 그렇게 찍는데 뭐가 다르냐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드라마와 영화는 호흡이 다르잖아요. 영화는 100쪽짜리 한 권이라면 드라마는 16권인 거니까 훨씬 호흡이 길죠. 그리고 그렇게 긴 작품을 촬영하면서 반응을 알 길이 없으니까 좀 답답하더라고요. 촬영을 마치고 3개월 뒤에 방영했으니까. 보통의 경우에는 방영할 때 현장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집에서 보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작업하기 힘든 작품이었을 거 같긴 해요.

그 이후로도 사전 제작 드라마가 몇 편 나왔지만 <태양의 후예>만큼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기도 합니다.

그런가요? 공교롭게도 <아스달 연대기>도 사전 제작 드라마인데, 한번 경험해봤으니 예전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태양의 후예>도 CG 처리를 위한 후반 작업이 많았다고 들었지만 <아스달 연대기> 역시 시대극이기도 하고, 판타지 장르의 특성상 후반 작업이 상당히 요구되는 작품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신이 많을 거 같은데 실제 풍경을 상상하고 연기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그렇죠. <신과 함께>에 출연한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만만치 않은 거 같더라고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몰입해서 연기하는 걸 보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요. 막연하게 생각하면 별거 아닐 거 같기도 하고,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막상 부딪히면 정말 힘든 작업이래요. 그래서 배우들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해서 같이 술잔 기울이는 날도 꽤 있었다 하고. 아무래도 정통적인 방법이 가장 좋은 거 같아요. 하지만 CG가 꼭 있어야만 하는 작품이니,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죠.

<태양의 후예>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한류 스타의 지위까지 얻었습니다. 어쩌면 범아시아적인 인지도를 얻은 첫 번째 한국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은데요.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 <군함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제대 후에 출연한 <태양의 후예>와 <군함도>의 희비가 굉장히 엇갈리는 느낌이라 단적으로 비교하게 되는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사실 저는 <군함도>가 흥행에 부진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었으니까요. 600만은 엄청난 숫자잖아요. 다만 엄청난 기대작이었기 때문에 그 숫자를 ‘밖에’라고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제가 보는 시야 안에서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군함도> 역시 최대한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작품이기 때문에 제가 성장했다면 성장했지, 잃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일이겠죠. 하지만 저는 하던 대로 할 생각이에요. 오히려 그런 걸 무서워하면 안 될 거 같아요. 흥행성을 짐작해서 작품을 선택하면 일하는 재미도 없어질 거 같고요. 대기업 재무제표처럼 따지면서 작품을 선택하면 이것도 너무 낭만 없는 직업이 되겠죠.

<군함도>에서 연기한 박무영은 극 중반부 즈음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인물이에요. 인물의 전사가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배우가 스스로 캐릭터의 디테일을 잡고 들어가야 하는 역할이었을 거 같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그 역할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일단 그 캐릭터가 작품에서 기능적인 측면이 다분한 역할이라는 걸 알고 선택했어요. 반대로 말하자면 제가 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선택한 셈이고요. 그리고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이니 오히려 영화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사실 그 당시에 <태양의 후예>가 그렇게 잘됐는데 왜 이렇게 작은 역할을 맡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뿌리깊은 나무>도 하지 않았겠죠.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선택을 할 거 같아요. 좋은 역할이라면 주인공이 아니어도 돼요. 할리우드만 봐도 신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에서 브래드 피트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할리우드가 대단히 냉정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엄청난 배우들이 작은 규모의 영화에 예산을 맞춰서 출연하는 걸 보면 대단히 유연해 보이기도 해요. 어쩌면 배우로서 정말 현명하고 똑똑한 선택을 할 줄 아는 거죠. 저도 그렇게 유연한 선택을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20주년까지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유연함을 닮고 싶은 것 아닐까요?

스스로가 제일 잘 알잖아요. 10년 뒤에 20주년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게으르게 살았다고 느낀다면 후회할 거 같아요. 게다가 결혼도 했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죠.(웃음) 계속 작품을 하고, 팬들에게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소처럼 일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야 후회도 없을 거 같고요.

송혜교 씨와의 결혼이 굉장한 이슈였어요. 두 분 다 워낙 유명한 한류 스타로 꼽히는 만큼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요. 어쩌면 두 사람의 결혼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흥분할 때 정작 가장 담담했던 건 당사자인 두 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말 많은 관심을 주셔서 고맙기도 했지만 저희 둘은 그저 고요하고 평안했던 거 같아요. 혜교 씨도 저도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연예인이라는 영역에서 벗어나면 지극히 일반적인 개인에 불과하거든요. 둘 다 그런 삶을 추구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인 거죠. 그래서 저희끼리 있을 때만큼은 개인적인 일상의 소중함을 찾으려 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했으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을 놓치지 않아야 할 거 같고, 서로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밖에서는 거창하게 보시지만 저희끼리는 소소했고요. 비공개로 한 결혼식도 그리 특별할 게 없었어요. 물론 결혼식장 주변에 드론을 띄운 분도 있었다던데, 연예인이니까 그런 건 다 감수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관심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조만간 둘 다 작품으로 복귀할 예정이라 그 전까진 함께 시간을 채우려고 해요.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시선과 무관하게 두 사람이 함께 고요하고 평안해질 수 있다는 걸 느꼈을 때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임을 확실히 알게 되는 순간 아니었을까요?

동의해요. 확실히 서로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워낙 많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보니까 사소한 행동도 이슈가 되는 편이긴 하지만 그냥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한 편안하게 지나온 거 같아요.

결혼을 했으니 연애는 돌아갈 수 없는 단어가 됐습니다. 조금 조심스러운 질문이긴 합니다만, 인생에서 더 이상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겼다고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진 않나요? 연애를 할 수 없으니 아쉽다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시절 같은 것이 된 기분이랄까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저는 연애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저는 현실적인 성격이긴 한데 그런 부분에는 나름의 로망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존경하는 형과 술을 마시면서 들었던 말이 있어요.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아내가 생긴다는 건 숙명 같은 거라고. 인상적인 말이라 기억하게 됐는데, 저는 남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자기 여자를 사랑하는 거라 생각해요. 부자가 되고, 명예를 얻는 게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여자를 끝까지 변함없이 아름답게 사랑하는 게 남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남자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대부분 자기가 보는 대로 이야기를 하잖아요. 결혼 축하한다고, 너무 잘한 일이라고 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왜 벌써 결혼하냐, 나만 당할 수 없으니 너도 해라, 이렇게 말하는 분들은 실제로 본인이 행복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슬픈 일이죠. 제가 좋아하는 그 형은 나중에 가족이 늘고, 나이가 들어도 무조건 아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주위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해주느냐도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아직 연애 중이라고 생각해요.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솔직히 제 아내 너무 예쁘잖아요.(웃음)

혹시 가족을 이루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목표까지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사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거든요. 아버지는 모든 부분에서 가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신 분이에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티셔츠 비비안 웨스트우드. 바지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드라마 <트리플>에서 스케이트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는데 유년 시절에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다고 들었어요. 본래 올림픽 출전을 꿈꾸기도 했다는데 중2 때 부상으로 그만뒀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사실 부상이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에요. 그냥 이걸로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천장이 높아서 거기까지 올라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을 직시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포기하는 법을 알았던 거 같기도 하네요.

어린 나이에 냉철한 선택을 했군요.

사실 그만두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던 거 같은데, 결국 독하게 마음먹었죠. 다행히도 부모님께서 운동을 하면서도 또래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하게 만드셨어요. 절대 학교 수업 빼먹지 못하게 하시고, 운동도 방과 후에 하게 만들고. 어쩌면 그래서 다른 방향을 찾는 게 좀 더 편했던 거 같아요.

혹시 운동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이 배우로 일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느낄 때가 있을까요?

단체 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결국 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해나가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선수 생활을 할 때 목표 설정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던 거 같아요. 목표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는 습관을 그때부터 기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면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고요.

앞서 송중기 씨의 무기가 외모라고 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번째 무기는 목소리가 아닐까 싶어요. 소년처럼 앳된 외모를 갖고 있지만 중저음의 목소리가 반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덕분에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거 같기도 하고요.

사실 목소리 좋은 분은 너무 많아서요.(웃음) 그래서 저는 제 목소리가 그렇게까지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다만 생각보다 저음이라 좋게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 거 같아요. 만약 그게 좋은 무기라면 더 개발하고 싶죠. 무기라면 무기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기본적으로 배우라면 발성이 좋아야 한다고도 하니까요.

재킷 캘빈클라인 205W39NYC by 10 꼬르소 꼬모.

워낙 어려 보이는 외모라 나이가 체감되지 않는 느낌이긴 하지만 송중기 씨도 벌써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변하는 것들이 생길 텐데 이것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있을까요?

얼마 전에 신인 때부터 함께해온 매니저 형한테 듣고 기억난 일이 있는데, 제가 신인 때 그랬대요. 나중에 주인공만 시켜주면 5일 밤을 새워도 불평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주인공이 되니까 3일 밤만 새워도 불평하더라고. 반쯤 농담처럼 한 얘기겠지만 저는 ‘아차!’하는 마음이었죠.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가 되니 예전에 했던 다짐을 다 잊은 거예요. 그때는 오디션만 붙어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설레고 흥분돼서 대본을 보며 몇 신이나 나오나 살펴보고 그랬는데 말이죠. 겸손한 척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때 느꼈던 그런 절실함을 놓치지 않고 가자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그래야 배우로서 더 좋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고,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요.

초심을 돌아본다는 건 어쩌면 그 시절의 나와 재회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10년 전의 자신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그냥 고민하지 말고 저지르라고 할 거 같아요.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그러니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물론 그때도 지금처럼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답은 다 정해놓고 괜히 고민만 했던 거 같더라고요.

그러다가 한류 스타 송중기가 사라져버리면 어떡하죠?

그럴 수도 있겠죠. 뭐, 어쩌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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