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켑카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브룩스 켑카는 2017-2018 PG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전성기의 시작을 예고했다.

51cm 황돔을 들고 뱃머리 앞에서 활짝 웃는 사람, 올해 미국 프로 골프 투어(PGA)의 ‘올해의 선수’ 상을 수상한 브룩스 켑카다.

지난 10월 18일부터 제주도 나인브릿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THE CJ CUP @ NINE BRIDGES 2018’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가 평소 취미라는 바다낚시에 나섰다 대어를 낚은 것이다. 이쯤 되면 올해의 행운은 브룩스 켑카에게 배당된 것이 아닐까?

그는 올해 초 왼쪽 손목 부상을 겪으며 수개월 동안 메이저 투어에서 전혀 활약하지 못했으나 회복 후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며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2018 US 오픈과 PGA 투어 챔피언십 모두 우승을 차지했는데, 한 해 동안 메이저 대회 2연승을 거둔 기록은 2000년도 타이거 우즈 이후로 18년 만이라 그를 향한 관심은 현재 최고조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해에 이어 US 오픈 2년 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는데, 이 또한 커티스 스트레인지 이후 무려 29년 만이다. 덕분에 브룩스 켑카의 세계 랭킹이 3위로 뛰어올랐다.

이렇게 최근 전성기가 찾아온 브룩스 켑카는 어릴 때부터 골프 선수를 꿈꾼 것은 아니다. 사실 그는 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그의 증조부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야구 선수 딕 그로트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열렬히 야구를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한데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코를 포함한 얼굴을 다친 후 한동안 다른 운동을 할 수 없어 골프 코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 우연히 주니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재능을 보였고 그렇게 골프 선수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

하지만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4학년이 돼서야 전미 대표로 출전해 겨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한때 강한 승부욕에 따른 큰 좌절감으로 분노 조절 장애 치료를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유독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데에는 이처럼 차근차근 단계를 거치며 쌓아온 공력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브룩스 켑카의 커리어도 일찍 꽃을 피운 것은 아니다. “다섯 명이 작은 차에 끼여 타고 투어를 다니던 시절이 무척 즐거웠다”고 회상한 적이 있는데, 그는 유러피언 투어 2부 리그 챌린지 투어를 다니다 2015년 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우승으로 첫 PGA 기록을 세웠다. 이후로 지금까지 참여한 경기에서 2~3위를 유지하다 2017 PGA 투어 US 오픈 우승으로 확실히 실력을 인정받은 것.

그리고 브룩스 켑카의 골프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어머니의 유방암 투병이다. 이는 그의 가치관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2011년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재학 당시, 대학부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직후 우승 트로피를 안고 온 아들에게 어머니는 축하와 함께 숨겨왔던 유방암 발병을 고백했다고.

“어머니의 발병 소식을 듣고 인생에서 골프가 제일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삶은 순식간에 지나갈 수 있으니 즐길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럼에도 이때부터 완전히 골프에 매진하며 프로 골프 선수로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어머니의 항암 치료는 그에게 강한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 PGA 프로 골퍼로서 올해와 같은 결실을 가져왔다.

성실함으로 쌓은 실력만큼이나 그라운드에 선 그의 스타일도 참고하기 좋은데, 전속 계약을 맺은 브랜드는 없다고 알려졌지만 주로 나이키 골프 웨어를 즐겨 입는다. 황돔을 들고 촬영한 사진 속 의상도 나이키 골프 웨어이고, 나이키가 클럽 판매를 중단하기 전에 생산한 아이언을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

특히 깔끔하고 파워풀한 드라이브 샷, 장타가 주특기인 그는 클럽을 한 브랜드로 통일하지 않고 기능에 맞는 최적의 클럽을 골고루 활용한다. 실제 투어 우승을 거두었을 때 그가 사용한 클럽 브랜드도 타일러 메이드, 타이틀리스트, 스카티, 미쓰비시 등 다양하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무기를 쓰는 것도 그의 전략이겠다.

오랫동안 야구 선수를 꿈꾸던 소년은 지금 세계를 제패한 프로 골퍼가 되었다. 성공의 기쁨을 즐기는 데 시간을 쏟지 않고 변함없이 해오던 대로 연습하고 소탈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커리어의 정점이 아니라 전성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믿고 싶다. 올해의 선수, 브룩스 켑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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