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운 소유

소유가 말하는 행복과 만족의 차이.

코트 메종 마르지엘라. 베레모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NS를 보니까 얼마 전에 여행을 다녀온 것 같던데요?

네,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어요. 오키나와를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일본 여행을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스키야키도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더라고요.

여행 갈 때 이것저것 알아보고 계획도 철저히 짜는 편인가요?

아니요. 여행을 떠나자고 결정하는 것부터 즉흥적인 스타일이에요. 가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평소에 정보를 모아두고 즐겨찾기에 저장해두고요. 여행 기간에 따라 다르긴 한데, 여행지에서도 귀찮으면 하루 종일 호텔에 누워 있을 때도 있어요. 한데 이번 일본 여행은 좀 힘들었어요.(웃음)

왜 힘들었을까요?

2박 3일 동안 거의 6만 보 가까이 걸었어요. 서울에서는 걸을 일이 많지 않거든요. 밥 먹고 두 시간 동안 걸어 다니고, 공원에서 호수 보면서 멍하니 시간 보내다 또 걷는 식이었죠. 저녁에는 마치 이자카야 투어처럼 여기서 맥주 한 잔에 안주 한 가지 시켜서 마시고, 또 옆집에 가서 가볍게 한 잔 마시고, 이렇게 실컷 걷고 돌아다니다 왔어요.

재미있었나 봐요. 많이 걸었지만 즐거웠다는 표정인데요?

친구들과 갑자기 떠난 것치고는 만족스러웠어요. 여행을 가면 맛집과 LP 레코드 가게를 꼭 찾아가요. 아무래도 해외에서 마음에 드는 LP를 살 수 있는 폭이 더 넓으니까요. 진열해놓은 거 구경만 해도 좋아요.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몇 마디 나누지 않고도 오늘 촬영이 예상보다 신나겠다 싶었어요. 어떠한 제안도 ‘싫어요’가 아니라 ‘한번 해볼게요’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원래 어떤 일을 할 때 도전하기를 무척 좋아해요. 특히 화보 촬영의 매력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모습에 도전하고, 예상한 것 이상으로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의 짜릿함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촬영도 재미있었어요. 씨스타로 활동할 때는 주로 섹시한 분위기의 사진이 많았거든요.

페이크 퍼 재킷, 시스루 톱 모두 H&M × MOSCHINO.

장식적이고 화려한 사진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예전에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항상 ‘각, 각, 각’을 강조해서 힘을 주고 있었죠. 힘을 빼라는 디렉션을 받으면 정확하게 뭔지를 몰랐기 때문에 멍하게 나오더라고요. 요즘은 오히려 힘을 주는 게 어려워요. 최근 앨범 재킷 촬영 때 센 분위기를 내보라고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그런가, 올해 스물일곱 살이라는 걸 확인하고 좀 뜻밖이었어요.(웃음) 더 오래 봐온 줄 알았죠.

저는 요새 제가 나이를 먹는다는 걸 실감해요. 당연히 선배님들과 주위 언니, 오빠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스스로 변화를 느끼는 거예요. 예를 들면 무대 하나를 마치거나, 친구들이랑 얘기를 할 때도 좀 다르고, 일본 여행을 갔을 때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관광객이 너무 많으니까 힘들더라고요. 원래 사람이 많으면 신나고 늦게까지 놀아야 하는데, 오후에 도착해서 탈것 몇 가지만 타고 바로 돌아왔어요. 친구랑 이제 우리는 예전만큼 열정이 부족하다고 했으니까요.그리고 옷을 살 때도 트렌디하고 예쁜 신상만 보였는데 지금은 못 입겠어요. 심플하고 모던한 것만 눈에 들어와요.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있네요. 오늘은 샤이니 키와 피처링한 ‘Forever Yours’, 며칠 전에는 매드클라운과 부른 <제3의 매력> OST ‘비가 오면’이 공개됐어요. 솔로 앨범 <RE:FRESH> 활동도 막 마쳤죠.

정말 소처럼 일하고 있어요. 일의 양만 보면 ‘썸’을 발표했던 해와 맞먹을 만큼이죠. 그때 365일 동안 스케줄 없는 날이 딱 7일이었거든요. 사실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보다 매일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올해는 다양하게 많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알차게 잘 살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여전히 일이 재미있어요?

재미있죠. 재미있지만 예전과 달리 부담이 되는 일도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흔히 철들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종종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시원하게 못 할 때가 있죠. 물론 가식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뜻은 아니고요, 재미를 위해서 원래의 저보다 더 과장해서 표현할 때 스스로 어색하게 느껴져요. 방송을 통해 비친 ‘센’ 모습들이 제 안에 있는 부분이겠지만 억지로 해야 할 때는 재미보다 일이라고 느껴서 조금 슬프죠.

일에도 때로는 MSG가 필요한 거죠. 근데 참 예쁘네요.

갑자기 왜요? 감사합니다. 많이 보세요.(웃음) 화면에도 좀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이보리 코듀로이 트렌치코트 해프닝. 화이트 스틸레토 알도. 이어링 타티아나.

말을 할 때 손동작도 많고 구연동화 보듯 보게 돼요.(웃음) 올해로 데뷔 8년 차인데요,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아온 방식이 궁금해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거 다 아는 연차죠.

저는 씨스타로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는 멤버는 아니었어요. 주위에서 각자 때가 있다고 말하면 과연 나중에 기회가 올까, 다른 멤버들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내 차례가 안 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위치에 집착하거나 질투하지 않으면서 제 자리를 지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여기까지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씨스타라는 그룹도 멤버들 누구 하나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한 거죠. 저는 솔로 욕심도 없었어요. 단 한 번도 회사에 먼저 솔로 앨범을 제작해달라고 한 적도 없어요. 지난 8년 동안 욕심 없이 그때그때 제게 주어진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묵묵히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물 흘러가듯 왔어요.

의외네요. 겉으로는 일 욕심이 많아 보였어요.

욕심이 전혀 없었어요. 한데 욕심이 너무 없으니 밖에서 보기에 일하기 싫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고, 열정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말도 들은 적이 있어요. 컬래버레이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도, 사실 감사하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어요. 한데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슬슬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야 하는 시기가 왔어요. 물 흘러가듯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을 내리고,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거죠. 지난 앨범을 만들 때는 자칫 더해질 수 있는 욕심을 버리고 힘을 빼는 연습을 했어요. 지금은 다시 욕심을 부려야 하는 타이밍이 온 것 같고요.

어릴 때 주위에서 노래 잘한다, 가수 한번 해보라는 말을 듣는 편이었어요?

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연예인이었어요. 직업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나중에 커서야 가수, 배우로 나뉜 걸 알고 가수가 되어야겠다 결심했죠. 학교 축제처럼 참여할 수 있는 무대가 있으면 항상 나가서 춤추고 노래 불러서 경품도 받고, 늘 연예인이 되고 싶은 티를 냈어요. 초등학생인데 목소리가 허스키하니까 선생님들이 창을 하라고 많이 권하셨어요.

블랙 페이크 퍼 H&M × MOSCHINO. 블루 슬립 드레스 로맨시크. 이어링 H&M.

가수의 꿈을 품었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원했던 방향으로 흘러왔나요?

네. 당연히 다른 모습도 있겠죠. 항상 화려하게 꾸미고 반짝반짝 빛나는 생활일 것 같지만 이면에는 그렇게 빛나기 위해 갈고 닦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어떤 일을 하든 이런 면이 있으니까 우리 직업만 특별히 힘들다고 할 수도 없어요. 그래도 꿈꿔왔던 모습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꿈을 이루기 전에는 잘 모를 수밖에 없죠. ‘컬래버레이션의 여왕이 될 거야’, ‘각종 행사에서 인기 최고인 걸 그룹이 될 거야’, 이런 모습을 꿈꾸는 게 아니니까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저는 현실적이었어요. ‘데뷔해서 톱이 될 거야’, 이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데뷔를 하고 싶다’, ‘데뷔를 했으니 다음에는 1위를 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이뤄왔어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1등이 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지금의 저에게 만족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을 만들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행복과 만족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 삶에 만족해요. 여기서 뭔가 더 하고 싶고 원하기보다요.

행복과 만족은 다르다는 말에 공감해요. 그럼에도 행복이라는 개념에서 결핍을 느낀다면 왜 그럴까요?

저를 실제로 만나면 놀라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스태프들과는 친해져서 말을 많이 하지만 원래 조용한 성격이에요. 에너지를 엄청 쏟으며 살 것 같지만 그저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편이에요. 씨스타로 활동할 때도 별명이 ‘강무룩’이었어요. 맨날 시무룩해서요. 예전에는 이런 우울한 느낌이 싫어서 일부러 밝아지려고 애쓴 적도 있어요. 그러다 문득 스스로 바보 같아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나 싶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울적하면 집에서 완전 슬픈 노래 틀어놓고, 조명도 하나만 켜고 슬픔을 더 느끼는 거죠. 울고 싶으면 울고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려는 거죠.

솔직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엄청 엄격해요. 주위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다 베푸는데 말이죠. 혼자 있을 때는 감정 표현을 잘하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러지 못해요. 화도 잘 못 내고요. 사과는 엄청 잘해요. 의외의 모습일 수 있지만 이게 저예요.

걸 그룹도, 연예인도 사실 기본적으로 경쟁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소유 씨는 그걸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아요.

솔직히 치열한 경쟁 의식 같은 걸 가져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어요. ‘서로 불꽃이 팍팍 튀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면도 본 적 없어요. 누군가를 이기는 순간이 있다면 나중에 어차피 뒤처지게 되잖아요.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연예계는 정말 경쟁이 치열한 곳이에요”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경쟁보다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어려움이 많은 직업이에요. 무슨 옷을 입고 메이크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캐릭터를 보여줄 것인지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은 거지, 남과 비교하는 순간 제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가면을 쓰는 거죠. 쉽게 말해 A가 화려한 의상을 입었네, 그렇다면 나는 의상에 금박을 두를까, 이런 식으로 억지스럽게 더하고 싶지 않아요.

좋은 말이네요. 데뷔 이후로 쭉 그런 마음이었던 거죠?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생각은 정말 많이 했죠. ‘이 일이 나랑 잘 안 맞으니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끊임없이 했고요. 누군가를 뛰어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아우터웨어 쌀뤼드미엘. 브라탑, 팬츠 모두 알렉산더왕. 네크리스 판도라.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아니요. 엄청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다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일할 수도 없고요. 딱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할 때 즐거우니까 계속하는 거죠.

가수 소유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어렵네요. 아무래도 여자 가수 중에서 허스키한 보이스를 가진 분이 많은데, 저 때문에 ‘공기 90에 소리 10’이라는 표현이 생겼더라고요. 원래 박진영 선배님의 ‘공기 반, 소리 반’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썸’의 성공 이후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곡이 등장한 것도 뿌듯하고요. 음색이 허스키한 사람은 무조건 발라드를 불러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저는 달달한 노래도 많이 불렀어요. 장점이라면 이런 것이 아닐까요?

문득 마흔의 소유는 어떤 목소리로 노래할지 궁금하네요. 소유는 타고난 음색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만약 쉰 살까지도 음악을 하고 있다면 목, 성대가 더 좋아졌을 것 같아요. 사실 제 창법이 성대에 무리를 주는 창법이기 때문에 저도 흔히 말하는 공기를 섞지 않으면, 호흡을 쓰지 않으면 더 편해요. 라이브할 때도 더 쉽고요. 그래서 녹음할 때도 단단하고 선명하게 부르고 싶지만 꼭 호흡을 더 넣어달라는 디렉션을 들어요. 저는 디렉션을 따라가는 편이고요. 그래서 쉰 살까지 쭉 음악을 한다면 잘 관리해서 지금보다는 목소리가 더 단단해져 있을 것 같아요.

씨스타는 여름의 대명사였죠. 소유의 계절을 고르라면 어느 계절을 택할까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썸’도 있고 하니 봄을 떠올릴 것 같은데요, 저는 호흡이 많이 섞인 목소리라 겨울이 떠올라요. 뭔가 ‘호호’ 입김 부는 느낌이 들어서요.

겨울, 잘 어울려요. 올해 마지막 남은 한 달은 어떻게 보낼 건가요?

크리스마스도 있으니까 일단은 무엇이든 기대하는 편이에요. 보통 연말에는 방송국에서 보낸 기억이 많아요.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시상식 특별 무대를 녹화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생방송하느라 또 하루 종일 방송국에 있는 거죠. 올해의 마지막 날에는 아마 고양이랑 집에 있을 것 같아요. 누구랑 있을지 감은 오지 않지만 분명 집에 있을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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