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를 만든 기발한 쌍둥이

넷플릭스의 화제작 '기묘한 이야기'를 만든 쌍둥이 형제 감독을 만났다.

위노나 라이더가 출연한 미국 TV 시트콤 <기묘한 이야기>는 쌍둥이 더퍼 형제의 요상하고 흥미로운 발상에서 시작됐다. <미지와의 조우>, <에일리언> 등을 연상시키며 끊임없이 화제가 된 <기묘한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더퍼 형제를 만났다.

That 80s Show - Esquire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1월호

쌍둥이의 삶은 때론 피곤하다. 일단 사람들이 “쌍둥이예요?” 같은 질문을 수십 번씩 던진다. 그건 어릴 때 부모님이 똑같은 옷을 입히면서 시작되었다.

초자연적인 1980년대 복고풍 시리즈로 시작해 팝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서른두 살 쌍둥이 감독 맷 더퍼, 로스 더퍼. 이 둘은 그래서인지, 레스토랑에서 같은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늘 예외는 있다.

따뜻한 가을 오후, 우리는 할리우드 샤토 마몽의 부스에 앉았다. 로스가 웨이터에게 모스코 뮬을 주문하자 맷은 메뉴를 다시 들여다보고는 똑같은 걸 주문했다.

“저도 모스코 뮬 부탁합니다.”

더퍼 형제는 쌍둥이지만 외모가 꽤 다르다. 맷은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로스는 키가 훨씬 크고 나이도 많다.

“그러니까 1분 차이죠. 제가 더 똑똑하다는 의미입니다.”

맷이 진지한 표정으로 받아쳤다.

“의미 없죠.”

하지만 더퍼 형제가 똑같은 머그잔을 홀짝이며 대화를 이어갈 때, 이 둘은 이런 일상의 작은 디테일이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That 80s Show - Esquire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1월호

지난여름 인디애나 주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열두 살 소년의 기묘한 실종 사건을 다룬 8부작 스릴러 <기묘한 이야기>가 첫 방영되었을 때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은 이를 강박적이면서도 열렬하게 파헤쳤다. 팬들은 조연급 배우의 운명까지도 치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justiceforbarb’ 같은 해시태그를 만들어냈다.

1983년을 배경으로 한 <기묘한 이야기>는 레이건 시대의 블록버스터인 <E.T.>와 <구니스>를 분명히 오마주했다. <기묘한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유는 단순히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 노골적으로 들이미는 스티븐 스필버그나 존 카펜터의 고전에 대한 향수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더퍼 형제가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 쓰기 때문이다.

기계음으로 만든 사운드트랙, 소품용 노란색 다이얼 전화기를 제작하는 치밀함, <기묘한 이야기>의 고풍스러운 타이틀 자막까지 아주 세밀하게 살핀다. 마치 더퍼 형제가 이 드라마의 제작을 위해 일생을 기다려온 것처럼. 그건 실제로 그랬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형제는 크리스마스에 <고스트 버스터즈> <백 투 더 퓨쳐> <배트맨>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았다. 수많은 시간 동안 그들이 수집한 비디오테이프는 200편을 넘어섰다. 맷이 회상했다.

“어머니는 부적절한 R등급 영화를 못 보게 막으려고 하셨죠. <트루 라이즈>에서 제이미 리 커티스의 스트립쇼 장면은 빠르게 돌려 봐야 했어요. 어머니는 결국 포기하셨지만요.”

3학년부터 12학년까지 형제는 여름마다 영화를 한 편씩 찍었다. 어느 여름에는 8밀리미터 카메라로 친구들과 함께 가짜 난쟁이 턱수염을 달고 플라스틱 칼로 결투하는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영상은 60분짜리 영화 <매직: 더 개더링>이 되었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이 모든 빌어먹을 것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겠죠.”

맷이 말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2007년에 영화 학교를 졸업한 뒤 둘은 <히든>을 쓰고 감독했다.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데에서 비롯한 공포를 그린 영화였는데 결국 극장 상영은 이뤄지지 않았고, 2015년에서야 VOD로 풀렸다.

영화 산업에 대해 낙담한 형제는 데이비드 핀처 같은 영화광들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줄거리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텔레비전 시리즈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묘한 이야기> 첫 방영 전, 더퍼 형제는 이미 두 번째 시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두 번째 시즌을 승인한 지난여름, 내내 둘은 늘 하던 것처럼 개요를 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헤드폰을 끼고 대화는 거의 끊은 채 구글 드라이브의 공유 문서 하나에 서로 동시에 글을 썼다.

“제가 쓴 걸 맷이 지우면 짜증이 날 때도 있죠.”

로스가 말한다.

“하지만 둘이 쓰니까, 속도가 두 배는 빨라져요.”

그럼에도 <기묘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끝내려면 적어도 두 시즌이 더 필요할 것 같다(이들은 몇 시즌이 더 이어질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기묘한 이야기>가 종영되면 쌍둥이는 그제야 다음 계획을 생각할 예정이다.

“영화계에 발을 들이려고 10년간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기묘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어요. 이제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죠.”

맷이 말했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당장 앞일이 뭔지 모르는 게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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