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길, 더 높게 찌른다

구본길은 금메달리스트가 된 이후에도 최고를 꿈꾼다.

터틀넥 유니클로. 슈트 라르디니.

2018~2019 국가대표에도 역시 선발됐습니다.

네. 그래서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한 훈련도 시작했어요. 런던, 리우에 이어 세 번째 참가하는 올림픽인데,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고요. 단체전은 세계 랭킹 1위이기 때문에 무조건 결승까지 가야 하고요, 개인전은 색깔에 상관없이 메달을 따고 싶어요. 리우 올림픽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어요.

국가대표 펜싱 사브르팀 막내 인상이 강한데, 어느덧 맏형이라고요.

네. 국가대표는 다들 성인이 되어서 모인 거라 맏형이라고 특별히 힘든 점은 없어요. 저도 형들을 보면서 컸고, 후배들도 잘 따르고요. 그래도 책임감은 커지는 게 사실이에요.

올해 아시안게임은 단체전, 개인전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어요. 현재 세계 랭킹 2위에 올랐고요.

사실 2016 리우 올림픽 기간은 심한 슬럼프에 빠진 때였어요. 핑계일 수 있지만 런던 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나서 주변 환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때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죠. 리우 올림픽 끝나고 계속 펜싱을 해야 할지 고민도 컸어요. 물론 모두 핑계일 수도 있어요. 더 욕심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슬럼프를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다시 올라왔네요.

올해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아시안게임인데요, 후배 오상욱 선수와 맞붙은 개인전 결승이 화제였죠.

사실 4강 혹은 결승에서 만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어요. 아무래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가 강국이니까요. 한데 정말 드라마틱하게 현실이 됐죠.

마지막에 상욱 씨를 이기고 안아주면서 무슨 말을 했어요?

걱정하지 말라고요. 단체전 무조건 금메달 딸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확신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어요? 사실 결과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저도 광주 아시안게임 때 정말 간절했기에 상욱이 마음을 알아요. 경기가 끝나고 스포츠맨십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속으로는 정말 고민이 컸어요. 상욱이의 병역 문제, 즉 한 사람의 인생이자 우리나라 펜싱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중요한 경기였으니까요. 인간적으로 고민이 컸죠.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았어요. 시작 전에 열심히 한번 뛰어보고 싶다고 상욱이에게 얘기했죠.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했지만 단체전은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펜싱을 시작하고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딴 게 언제였나요?

생생하게 기억해요. 201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개인전 은메달이에요.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주전으로 참가한 경기였어요. 오은석, 장우영, 김정환 같은 형들은 모두 4~5년 차였고요. 제 실력을 보여주고 저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죠. 그 시합으로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만약 은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광주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하지 못했을 거니까요.

2010년 처음으로 메달을 땄을 때와 지금, 펜싱을 대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나요?

그렇죠. 간절함은 똑같아요. 한데 지금은 간절하면서 동시에 지켜나가는 거죠. 올해 처음 참가한 오상욱, 박상영 같은 후배와는 또 다른 마음일 거예요. 성취감은 똑같아도 시합에서 여유가 생겼죠.

지켜나가는 것이 더 힘들지 않나요? 펜싱연맹총회 세계 랭킹 1위 메달을 세 번이나 받았고, 모두 본길 씨의 경기를 연구 분석할 테니까요.

1위에서 6위로 떨어졌을 때 정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어요. 주위에서 세계 6위가 어디냐고 하지만 들리지도 않았어요. 심리적 데미지 자체가 달랐어요. 처음으로 공식 인정 메달을 받았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좋은 성적이 간절했고, 열심히 해서 메달을 따니까 1위가 된 거죠. 근데 두 번째 받았을 때는 자신감이 과해졌어요. 어깨가 한껏 올라갔죠. 그러다 순위가 떨어지니까, 앞에서는 걱정하지만 뒤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고, 떨어지기만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결국 세 번째로 랭킹 1위 메달을 받았을 때는, 만약 다시 순위가 떨어져도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알게 됐어요. 한 달을 버틸 것을 두 달을 버티고 유지하는 거죠. 그리고 주위의 반응에 데미지도 덜 입고요. 오히려 세계 랭킹 2위인 지금이 마음이 좀 편해요.

여전히 펜싱이 재미있나요?

솔직히 재미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실질적으로 생계 수단이기도 하고, 학창 시절에는 진학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제 직업이니까요. 펜싱을 시작하고 17년째인데, 재미가 없었다면 벌써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았을 거예요. 복합적인 거죠.

‘지면서 배웠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더라도 약점, 실수 같은 걸 파악하고 나아지지 않나요?

아니요. 국가대표가 됐을 때 프로 무대를 두고 한 말이에요. 중고등학생 때는 경험이 부족하니까 실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국가대표는 달라요. 시합은 경험을 쌓기 위한 무대가 아니에요. 실전이죠. 그러니 연습은 그전에 다 끝내야죠. 이기는 습관을 기르고, 무조건 이겨야 얻는 것이 있어요. 경기에서 지면 자책만 하고 자신감도 떨어져요. 연습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이겨서 성취감을 느껴야 벗어날 수 있어요. 훈련, 마음가짐 등 모든 것을 미리 다 갖춰야 해요.

펜싱 선수 구본길의 약점은 없어요?

타고난 성격이 긍정적이고 자존감도 높아서 최대한 상처받지 않으려고 해요. 지더라도 다음이 있으니까 스스로 위안 삼는 거죠. 그리고 훈련, 연습 게임, 실전 등 무엇이든 끝나는 순간 정말 끝이에요. 연습 게임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질 수도 있는데, 훈련할 때 계속 결과를 신경 쓰면서 다음에 상대 선수를 어떻게 이길지 고민하지 않아요. 시합 시작 전에 몸을 풀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껴도 그때뿐이에요. 시합을 시작하면 심리적으로 또 달라지니까 신경 쓰지 않아요.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요?

후배 선수들이 저를 보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사람요. 그러려면 일단 제가 최고가 되어야 해요. ‘구본길처럼 되고 싶다’는 것보다 스스로 꿈을 갖게 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김아랑, 올해의 금빛 질주

양현종, 최고의 투수를 꿈꾸다

신의현, 지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이용,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사진김참
헤어장해인
메이크업장해인
스타일링노해나
세트 스타일링88lab
출처
41198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