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를 사랑한 비흡연자

이런 경험 나만 해 봤어? 비흡연자가 흡연자를 사랑할 때 겪는 흔한 일들.

첫눈에 반한 C와 사귄 지 두 달이 지나 알게 된 사실, 그녀는 흡연자였다. 난 평생 숙원사업이던 금연 때문에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 주년을 맞이할 때였고. 그녀는 ‘흡밍아웃’ 이후 내 앞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웠다. 그걸 볼 때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손 떨릴 정도로 힘들었다. (29세, 남)

언젠가 라디오에서 비흡연자가 흡연자와 키스를 했더니 재떨이에 입을 맞추는 것 같았다는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엔 ‘과장이 심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해 전 클럽에서 만난 P와 키스 후 알게 됐다. 그 사연의 주인공이 가감 없이 사실만을 말했다는 걸. (23세, 남)

대학에서 만난 첫사랑 O는 흡연자였다. 난 그와의 데이트가 끝나면 기숙사로 돌아와 내 손에 남은 O의 잔향을 맡곤 했다. 톡 쏘는 향수 냄새와 약간의 담배 향이 베인 그 냄새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의 사랑이 식어갈 때쯤 향수보다 담배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지면서 그와 손을 잡는 것조차 싫더라. (25세, 여)

전 남친은 예쁜 카페를 눈앞에 두고도 흡연실이 있는 커피숍을 원했다. 함께 걷다가 으슥한 곳을 찾으면 기습 키스로 내 심장에 불을 붙이는 대신 담뱃불에 불을 붙였다. 그 옆에서 난 망보듯 멀뚱멀뚱 서서 기다려야 했고. (28세, 여)

하루에 한 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던 전 남친. 그와 키스가 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 키스 후엔 침을 삼키기 힘들었다. 가끔 걸쭉한 기침을 하면서도 담배를 입에 무는 그를 볼 땐 괜히 폐가 아픈 듯한 현상도 겪는 등 당시 간접흡연의 공포 때문에 괴로웠다. (30세, 여)

지난해 3개월 정도 만난 ‘썸녀’는 담뱃불에 불을 붙이 기 전, 자신이 담배 피우는 이유를 밝히는 습관이 있었다. 밥 먹고 한대, 차 마시고 한대, 기분이 별로라 한대, 행복해서 한대. 그렇게 하루에 한 갑. 그런 그녀에게 차마 사귀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기적인 남자인지 모르겠지만, 여친이 ‘골초’인 건 싫다. (33세, 남)

남들보다 19금 DNA를 많이 갖고 태어난 듯 ‘너무 잘했던’ 전 여친과의 섹스는 항상 최고였다. 문제는 그후였는데, 짜릿했던 섹스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나와 달리 그녀에게 필요한 건 니코틴이었다. ‘후’ 담배 연기를 내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밀려왔고 묘한 자괴감까지 들었다. (31세, 남)

자타공인 구두쇠인 남친. 밖에서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것조차 낭비와 허세라며 싫어하면서 담뱃값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남친의 이런 기준 없는 절약 정신 때문에 다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싸움의 끝은 그가 ‘그만하자’라는 말을 남기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 한 마디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다. (31세, 여)

해외 출장이 잦은 내게 전 여친 K가 늘 하던 말은 “조심히 다녀와”가 아닌 “면세점에서 담배 사 오는 거 잊지마.” 처음엔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몇 번 해 보니 계속 이럴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그녀와 헤어졌다. 내가 담배 셔틀이나 하려고 널 사귄 건 아니라고. (32세, 남)

그날은 거금을 투자해 내 차에 가죽 시트를 씌운 날이었다. 자랑도 할 겸 여친을 태우고 기분 좋게 고속도로를 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달리는 차의 창문을 열고 담뱃불에 불을 붙인 그녀.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했지만 소심해 보일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항상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이제 그녀는 내 옆에 없지만, 그날 생긴 ‘담배빵’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35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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