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린드너의 ‘버디 찬스’

크리스 린드너는 풋조이의 최고경영자다. 스타 CEO다. 아널드 파머처럼 실패를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골퍼다.

마침 지금이 정확하게 취임 1주년이 되는 때다. 크리스 린드너가 풋조이의 글로벌 CEO를 맡는다는 건 스포츠 마케팅업계에서도 빅뉴스였다.

풋조이는 내겐 정말 꿈의 직장이었다. 나는 평생 골프를 즐겼다. 골프 애호가들에게 풋조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다. 그래서 풋조이의 CEO 후보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뛸 듯이 기뻤다. 풋조이는 거의 150년 역사를 지닌 브랜드지만 지난 80년 동안 풋조이의 CEO는 단 세 사람뿐이었다. 특히 나의 전임자인 짐 코너는 20년 이상 풋조이를 이끌었고 2016년에 은퇴했다. 전설적인 CEO인 짐 코너의 후임자로서 풋조이를 이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인생에서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고 엄청난 도전이었다.

풋조이의 전화를 받자마자 일하겠다고 대답했나?

물론이다. 농담하지 말라고도 말했었지. 물론 그때 나도 풋조이에 대해 전부 다 아는 건 아니었다. 풋조이가 최고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골프용품 시장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당시에 더 쉽게 ‘예스’라고 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풋조이는 오랫동안 이기고 있는 팀이었다. 이미 이기고 있는 팀의 새로운 리더한테는 무엇이 요구되는 걸까?

그 부분이 내게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풋조이가 계속 성공 가도를 달리게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 말이다. 다행히도 CEO를 맡고 1년 동안 풋조이는 계속 성장했고 미래 비전을 만드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스토리텔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분이다. 골퍼들이 풋조이의 일부가 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소비자는 제품만이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한다. 한국 시장에서도 풋조이는 제품의 혁신성과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소비자를 설득해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스토리텔링이란 결국 승자의 스토리가 아닐까. 풋조이의 PRO/SL을 신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스타 골퍼의 이야기처럼.

풋조이는 타이거 우즈처럼 특정 히어로 플레이어에만 집중하는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풋조이는 얼마나 많은 프로 골퍼들이 풋조이를 선택하고 그들의 성적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알리려고 애쓴다. 우린 그걸 ‘피라미드 오브 인플루언스’라고 부른다. 줄여서 POI다. 풋조이는 POI의 꼭짓점만 공략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프로나 세미프로들이 얼마나 풋조이를 애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게 주니어 선수들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데 풋조이가 적잖은 돈을 쓰는 이유다. 풋조이의 스토리텔링이 경쟁 브랜드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풋조이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어패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풋조이가 토털 어패럴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그 얘기를 하려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풋조이는 이미 골프화, 레인 재킷, 골프 장갑 같은 분야에선 정상에 있었다. 풋조이는 새로운 시장 영역을 개척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골프 시장에서 우리의 리더십을 확대해나가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5년 동안 풋조이는 새롭게 도전한 골프 어패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가 됐다. 매우 인상적인 결과다. 내가 풋조이 CEO로 합류했을 때 제시한 비전 역시 골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풋조이라는 것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이다. 새로운 시장 영역을 개척할 때도 결국 원리는 유사하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제품과 소비자 사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주는 것 말이다.

풋조이의 경영 방식은 골퍼가 새로운 골프 코스를 공략하는 태도와 유사하다.

물론이다. 우리는 신중한 골퍼처럼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코스를 공략한다. 풋조이는 분명 골프 어패럴 분야에선 도전자다. 그럼에도 미국 같은 거대한 시장에서 이미 골프 어패럴 분야의 선두 주자로 올라선 건 풋조이의 저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각 지역 시장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번 시즌 한국에서 선보이는 풋조이의 새로운 컬렉션만 해도 홍정완 상무가 이끄는 한국의 풋조이 팀이 한국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통찰력 있는 의견을 제시해준 결과물이다. 물론 우리는 파리부터 도쿄까지 글로벌 트렌드를 거시적인 안목에서 통찰한다. 그러나 지역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다른가?

한국 시장은 정말 놀랍다. 한국 골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다. 한국의 골프 인구가 골프를 즐기는 빈도만 놓고 보면 더 큰 미국 시장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골퍼들은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 동안 골프를 하고 골프 경기를 관전하는 것 같다. 당연히 제품에 대한 요구도 아주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이런 면만 놓고 봐도 한국 시장은 전형적인 프리미엄 마켓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자기 경기에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것을 명확하게 브랜드에 요구한다.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풋조이 제품은 여타 시장과 비교해서도 프리미엄 상품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다. 한국 소비자들은 스타일뿐만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완벽한 제품을 요구한다. 풋조이는 한국 시장에서 정말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런 영감이 풋조이가 진출해 있는 다른 시장을 공략할 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정말이다.

대학교에서 경영을 전공했다.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의 최고경영자다. 학부에서 배운 경영 이론과 현실이 얼마나 다르던가?

(웃음) 단언컨대 실전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이나 조직 운영에 관한 기초를 배울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전은 정말 다르다. 나는 어쩌면 평생 비즈니스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열 살 때 신문 돌리기를 하면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일은 스포츠 브랜드 숍 아르바이트였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인 스포츠와 비즈니스를 함께 할 수 있는 직장이 이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그것도 현장에서 깨달은 거지. 이론적 기초를 닦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전만큼 훌륭한 선생님은 없다. 특히 기업을 이끄는 위치에 있다면, 당신이 보는 것과 당신이 직접 경험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훈수를 두는 위치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것과 기업의 리더가 돼서 책임을 지는 것은 정말 다른 일이다. 그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말 외롭다. 리더십은 외로움과 같은 말 같다.

그렇게 외로울 땐 무엇을 하는가?

골프 클럽을 꺼내 들고 골프장에 간다. 혼자서.

파를 노릴 것인가, 버디를 노릴 것인가. 기업의 경영자도 비슷하다. 리스크를 감수하느냐, 안전한 선택을 하느냐.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아널드 파머를 좋아한다. 내 트위터에도 비슷한 얘기를 쓴 적이 있다. 아널드 파머는 정말 도전적인 골퍼였다. 덕분에 위대한 승리도 거뒀지만 유명한 실패도 겪었지.

지금 풋조이는 파를 노려야 할까, 버디 찬스일까?

난 스마트한 골퍼가 되고 싶다. 스마트한 골프란 지금이 버디 찬스인지 파로 만족할 때인지 정확하게 아는 플레이를 말한다. 내가 버디를 원하느냐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버디 찬스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풋조이도 마찬가지다. 지금 풋조이를 둘러싼 환경이 버디 찬스인지 파 퍼딩의 기회인지 정확하게 아는 게 내겐 가장 중요하다. 버디 찬스이고 홀로 직진해야 하는 순간인데 주저하고 싶지 않다. 절대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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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정 우영
출처
2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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