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호의 이유 있는 자신감

복귀를 앞둔 최두호에게 두려움 따윈 없어보였다. 부담을 느낄 것이란 건 괜한 걱정이었다.

부산 팀매드 체육관에서 최두호(27)를 만나기로 했다. 지난 2016년 12월 컵 스완슨과의 경기에서 첫 패배 후 치르는 복귀전이라 인터뷰 요청이 조심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혹시 의기소침해 있진 않을까란 걱정도 잠시, 만면의 웃음을 띤 채, 여유로운 모습의 최두호가 나타났다. 패배 후 13개월만의 복귀전을 치르는 아시아 변방의 선수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24’의 메인이벤트 경기(한국시간으로 낮 12시)로 초청할 정도의 그릇인데 괜한 걱정을 했나란 생각이 들었다.

“스티븐슨이 돌주먹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똑같이 돌주먹인데요.”

첫 질문에 그대로 받아치는 최두호를 보고서 ‘됐다’란 생각이 들었다. 민감한 질문이든, 기분 상할 질문이든 그냥 던져도 되겠다. 상대는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니까.

패배 후 첫 경기라 여러모로 많이 준비했을 것 같다.

계속 이기기만 해서 (어느 경기나) 질 거라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컵 스완슨에게 졌기 때문에 패배의 쓴맛을 알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패배 후 첫 경기라는 부담보다는 이번에 지면 연패로 이어진다는 부담이 더 큰 편이다. 그런데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를 앞두고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니 그 정도의 걱정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려 한다.

그럼에도 UFC 파이트 나이트 124의 메인이벤터로 뽑힌 건 여전히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메인이벤트 경기를 하는 선수를 보면 부러웠는데 내가 뽑혔다고 해서 일단 기분이 좋더라. 오히려 주위에선 가장 많이 주목하는 경기인데다 5라운드의 장기전이라서 더 걱정을 하는데 어차피 위로 올라가려면 언젠가 해야 할 경기였으니 최대한 즐기면서 할 생각이다.

원래 성격이 긍정적인가? 몇 마디 나눠보니 115일 경기를 이미 초월한 느낌이다.

심히 긍정적이지(웃음). 원래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성격이기도 하고.

상대 선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제레미 스티븐스(미국, 31)는 코너 맥그리거 앞에서도 내 주먹이 가장 세다고 말할 정도로 돌주먹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맥그리거가 네가 누군데?”라고 반문해서 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스티븐스가 돌주먹이면 나도 돌주먹이다. 그가 ‘KO 아티스트’라고 하는데 나도 KO로 이긴 경기가 훨씬 많고 KO패를 당한 적도 없다. 그가 전혀 두렵지 않다.

제레미 스티븐스의 장단점이 파악됐을 텐데.

확실히 파워가 좋더라. 그리고 많은 경기 경험이 있음에도 관리를 잘해 여전히 경기 체력이 뛰어나다. 굳이 약점을 꼽는다면 발이 좀 느린 것 같다. 순간대처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점을 계속 파고들어 괴롭힐 생각이다.

긍정적인 선수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최두호하면 체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려운 질문도 아닌데(웃음). 스완슨과의 마지막 경기 때도 체력적인 부분에 문제점을 드러냈었다. 당장 새 시합이 코앞인데 똑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사실, 체력이 약해서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기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잘 다스리지 못해 경기 중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경기 시작부터 5라운드 종이 울릴 때까지의 전개 과정을 계속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다. 양성훈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을 인용하자면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최두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전이라 다 말하긴 그렇고 직접 경기를 본다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모습의 최두호라. 기대된다. 15일 경기 후 붙고 싶은 선수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스티븐스가 눈앞에 있기에 스티븐스하고만 붙고 싶다’라 하면 너무 모범적이겠지. 사실, 연전연승을 해서 스완슨보다 더 위로 올라가 스완슨을 불러내고 싶다. 물론 내가 이길 생각이고.

최두호하면 역시 이런 자신감이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도 보는 것만으로 든든하다.

내가 실력이 좋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은 마냥 흘리기만 했다면 이제는 갈무리를 해서 좋은 결과까지 얻는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다.

꿀맛 같은 신혼생활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공백이 있는 동안 어여쁜 아내를 맞았다.

남들과 같이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나와 와이프 모두 맛있는 거 먹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쉴 때는 되도록 자주 데이트한다. 사실, 와이프가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나보다 더 바쁘다. 그런데 밥을 같이 먹기 힘든 날에도 정성스럽게 음식을 해서 식탁에 올려두고 나가더라. ‘이런 게 운동선수 아내의 내조구나’란 생각이 들어 새삼 놀라면서도 또 고맙다.

내조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진짜 유부남 다 됐다. 아무래도 거친 남자의 운동이라서 와이프가 더 걱정할 것 같은데.

한 경기만 하고 그만두라고 말하더라(웃음). 와이프가 항상 걱정하는 건 사실이지만 난 이 운동을 사랑하고 또 링 위에 설 때가 가장 즐겁다. 와이프의 근심도 덜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도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내가 매일 이기는 거다. 매일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와이프가 걱정을 덜 하겠지.

선수는 언젠가 지기 마련이다. 또 은퇴를 한다. 우리는 평생 농구의 황제로 군림할 줄 알았던 마이클 조던의 은퇴를 봤고, 가까이에선 ‘라이언 킹’ 이승엽의 마지막을 지켜보기도 했다.(물론 그는 41세까지 2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스물일곱. 아직 전성기에 이르지 않았을 만큼 젊은 나이의 최두호를 마주해 보니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과 승리를 갈구하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최두호의 승리를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최소한 아직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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